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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말 열리는 제78회 아카데미영화상을 겨냥한 치열한 수상 경쟁이 미 영화계에서 벌써부터 불을 뿜고 있다.

미 영화 아카데미가 당초 3월에 열리던 시상식을 지난해부터 한달 빠른 2월로 앞당기면서, 가을 시즌에 들어서자마자 오스카 레이스에 발동이 걸리기 시작한 것.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지난 9월부터 매주마다 이른바 아카데미용 영화들이 잇달아 관객과 평론가들의 심판대에 오르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영화들은 기대와 달리 흥행에 실패하면서, 오스카 수상은커녕 일찌감치 관심권 영역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예년에는 8월 여름 시즌을 마무리하면서 한 숨 돌릴 여유가 있었던 미 영화계에게 가을 시즌은 사활을 건 또다른 전쟁터로 변모하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분석했다.



오스카 레이스에 가장 먼저 올라 탄 작품은 앨런 쿨터 감독의 <할리우드랜드>와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블랙 다알리아>. 각각 9월 2번째 주말과 3번째 주말에 개봉된 두 작품은 실화 살인사건을 하고 있는데다가 , 베니스 국제영화제를 통해 큰 화제를 모았고, 유명 감독과 유명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작품이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흥행 실패와 아카데미 조기 탈락이란 점에서도 두 영화는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특히 <블랙 다알리아>는 조시 하트넷, 스칼렛 요한슨 등 화려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평론가들로부터 “드 팔마의 평작 수준”이란 평가를 받은데다가, 개봉 첫주에 미식축구 영화 <그리디론 갱>에게 밀려 2위를 차지하는 수모를 겪더니 불과 3주차에 박스오피스 10위권밖에서 밀려날 처지에 놓여 있다.

 

9월 넷째 주말에 개봉한 스티븐 자일리언 감독의 <왕의 남자들>도 비슷한 상황. 숀 펜, 주드 로 등 쟁쟁한 출연진을 거느린 영화인데다가, 탄탄한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정치 드라마란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었다. 

원작의 명성과 숀 펜의 이름만으로도 내년 아카데미의 유력 후보로 꼽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달랐다. 남부 부패정치 관행 속에서 서서히 타락해가는 정치인 윌리 스타크 역을 맡은 숀 펜의 과장된 연기와 불안정한 연출력이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흥행 결과 역시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 작품도 아카데미 수상권에서 이미 멀어졌다는 것이 미 영화계의 분석이다.


이제 관심은 9월 마지막 주말에 개봉한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의 <더 퀸>과 케빈 맥도널드 감독의 <스코틀랜드의 마지막 왕>에 쏠려 있다. 두 영화의 배급사들은 앞의 세 작품과 달리 전국 개봉 대신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의 아트영화 관객들만을 겨냥한 소규모 제한 개봉 전략을 택했다. 

지난해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처럼 , 연말까지 조금씩 개봉관을 확대해나가면서 열성관객들의 입소문을 유지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일단 현재까지 분위기는 좋은 편이다. 다이애너 전 영국 왕세자의 갑작스런 사망 직후 위기에 봉착한 왕실을 이끌어야할 상황에 놓인 엘리자베스 2세를 연기한 헬렌 미렌(<더 퀸>)과 70년대 우간다를 통치하며 무려 50만명의 국민을 학살했던 인간백정 이디 아민 역을 맡은 포레스트 휘태거의 열연에 극찬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휘태커의 연기는 지난해 <카포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의 열연과 비교될 정도다.

 

10월달에도 아카데미를 노리는 영화들이 속속 개봉된다.10월 6일 홍콩영화 <무간도>를 거장 마틴 스코세즈가 리메이크한 <디파티드>가 선보인다. 맷 데이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잭 니콜슨, 마틴 쉰 등 초호화판 캐스팅인데다가, 스코세즈가 <애비에이터>이후 2년만에 내놓은 신작이란 점에서 관심이 집중돼 있다. 

스코세즈가 매우 이례적으로 리메이크영화를 만들었다는 점도 주목되는 부분. 10월 중순경에는 또 한명의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전쟁영화 <우리 아버지의 깃발들>이 개봉될 예정이다. 태평양 전쟁당시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이오지마 전투를 그린 영화로, 벌써부터 평단에서는 “이스트우드의 또 다른 걸작”으로 꼽히고 있다. 

10월 마지막 주말에는 미국,멕시코, 모로코,일본을 배경으로 우연히 일어나는 일련사건의 관계를 그린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바벨>의 개봉이 기다리고 있다.


11월 10일에는 장애우들의 모습을 즐겨 사진에 담았던 20세기 미국의 최고 여성 사진작가이자 71년 수면제 과다투여로 사망한 다이앤 아버스의 생애를 그린 <퍼(Fur)>가 선보일 예정이다. 니콜 키드먼이 주인공 아버스 역을 맡은 <퍼>는 미국 현대사의 전설적인 인물을 다룬 전기영화, 특히 여성 예술가를 다룬 영화에 호의적인 아카데미의 취향에도 맞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0월 13일부터 열리는 제1회 로마국제영화제의 오프닝 작품으로도 선정돼있다.

 

이밖에 노장 배우 피터 오툴이 오랜만에 출연한 <비너스>(12월 15일 개봉),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시에라리온 내전 영화 <피의 다이아몬드>(12월 15일 개봉), 60년대 전설적인 여성 그룹 수프림스를 주제로 한 빌 콘돈 감독, 비욘세 주연의 <드림 걸스>(12월 21일 개봉) 등도 강력한 아카데미 후보작들로 꼽히고 있다.


Posted by bluefox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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