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영화로 본 세상

이라크전 소재 할리우드 영화 쏟아진다

bluefox61 2007. 8. 6. 20:26

이라크전을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들이 올 가을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왜 그럴까?

  

현재 미국에서는 <크래쉬>로 아카데미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폴 해지스의 신작 < 엘라의 계곡에서> 등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이라크 관련 영화들이 줄잡아 10여편이 이른다.

  

과거에는 전쟁영화들이 종전후 상당기간이 흐른 다음에야 객관적인 시각에서 제작됐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베트남전을 소재로 한 <귀향><7월 4일생><지옥의 묵시록> 등은 모두 전쟁이 끝난후 만들어졌다.이에 비해 이라크 소재 영화들은 전쟁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중에 제작, 개봉된다는 점에서 미국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라크전을 비판적으로 조명한 이들 영화들은 미국 대선정국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엘라의 계곡


오는 9월 14일 북미 극장가에 선보일 <엘라의 계곡에서>는 이라크전 소재 영화들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품들 중 하나다. 우선 <밀리언 달러 베이비><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등 걸출한 작품의 시나리오를 쓰고, <크래쉬>로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던 폴 해지스란 감독의 만만치 않은 명성때문이다. 토미 리 존스, 샤를리즈 테론 등 쟁쟁한 성격파 배우들이 총출동한 점도 관심을 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영화는 이라크전에서 3개월만에 돌아온 미군 병사 리처드 데이비스가 33군데나 칼에 찔려 죽은 시체로 발견되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피살된 날 밤 데이비스는 조지아주 베닝기지 인근의 술집에서 동료병사 4명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한때 혈육보다 끈끈한 정으로 맺어져있었던 5명의 참전용사 중 1명은 싸늘한 시신으로 변해버렸고, 나머지 3명은 살인죄로 기소됐으며, 또다른 한명은 살인은닉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과연 무엇이 이들을 이런 비극적 상황에 처하게 만들었을까.

  

영화는 데이비스 병사의 아버지이자 참전용사출신인 래니 데이비스(토미 리 존스)가 아들의 죽음을 파헤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이라크전의 혼란, 그리고 명분없는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미국인들의 내면 세계를 하나씩 드러낸다. 결국 피살된 데이비스나, 그를 죽인 동료 병사 4명이나 모두 ‘피해자’란 점을 부각시키고 있는 셈이다.

  

영화 제목의 ‘엘라’는 구약성서에서 다비드가 골리앗에 맞서 싸웠던 곳의 이름이란 점에 의미심장하다. 해지스 감독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라크전에) 개입하지 말았어야했다”며 “ 적과 일반시민을 구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 아이들(미국청년들)이 어떤 끔찍한 정신적 혼란을 겪어야만 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제작, 배급사인 워너 인디펜던트 측은 이 영화가 이라크전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고있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에 관한 영화임을 강조했다.

  

이 영화는 이라크전 참전 군인들을 대상으로 최근 시사회를 가졌다. 반응은 확연히 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는 전쟁 속에 내던져진 군인들의 상황을 생생하게 그렸다는 평을 한 반면, 또다른 일부는 “그래도 미군들이 이라크에서 이룩한 성과가 있는데 영화는 그런 부분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그런가하면 데이비스의 아버지 래니 데이비스는 영화말미에 등장하는 ‘거꾸로 매단 성조기’ 장면과 관련해 “ 나 스스로도 성조기를 거꾸로 매달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며 “ 지금의 미국은 내가 지켜내온 미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내아들은 이라크에서 목격한 참혹한 학살에 관해 말하려고 했다는 이유로 살해당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존 쿠색이 이라크전에 참전한 아내의 죽음을 어린 딸들과 함께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린 <그레이스는 갔다(Grace is gone)>가 오는 10월로 개봉일정을 잡았다. 라이언 필립스가 이라크 재파병명령을 거부하는 군인으로 등장하는 <스톱 ?로스(Stop-Loss)>는 미국 대선정국이 뜨겁게 달아오를 내년 3월 개봉될 예정이다.

  

폴 그린그랜스는 이라크 바그다드의 이른바 ‘그린존(안전지대)’을 소재로 한 <에메랄드 시티의 제국적 삶>을 촬영중이며, 브라이언 드 팔마는 이라크 주둔 미군 소대원들이 현지의 한 가정을 어떻게 파멸했는가를 파헤친 <편집된(Redacted)>의 12월 개봉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리스트로 오인받는 이집트인 남편으로 인해 혼란 속으로 휘말려들어가는 아내의 시선으로 부시 행정부의 대(對)테러전의 허상을 파헤친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 <인도(Rendition)>도 10월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타임지는 최근 평론가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가진 찰스 퍼거슨 감독의 이라크 소재의 다큐멘터리 < 끝이 보이지 않는다 (No End in Sight)>를 극찬해 눈길을 끌었다. 타임의 리처드 쉬켈은 27일자 기사에서 이 작품이 이라크의 혼란상을 다른 어떤 작품들보다도 생생하게 고발하고 있다면서, “ 의문의 여지없이 올해 당신이 반드시 봐야할 가장 중요한 영화”라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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