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 3

내가 몰랐던 역사 12-바코드는 어떻게 '유통혁명'을 일으켰나

“삑~” 1974년 6월 26일 오전 8시를 조금 지난 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트로이에 있는 마시 Marsh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기계음이 울려퍼졌다. 마트 직원 셰론 부캐넌 Sharon Buchanan이 ‘리글리스 주시 프루트 껌 Wrigley’s Juicy Fruit Gum’’ 10개들이 한 팩에 붙어있는 검은 줄무늬 스티커를 계산대 스캐너에 통과시킨 순간이었다. 한해 전 미국 슈퍼마켓특별위원회가 표준 바코드 Barcode인 세계상품코드(UPC)를 식료품업계 표준으로 승인한지 약 1년만에 드디어 매장에서 실제로 사용이 이뤄진 것이었다. 버나드 실버와 조지프 우드랜드가 바코드 개발을 시작한지 26년, 특허권을 얻은지 22년만이었다. 마시 슈퍼마켓에 울려 퍼진 ‘삑~’ 소리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바코..

내가 몰랐던 역사 11-태초에 가짜뉴스가 있었다...길고 긴 그 역사

1782년 4월 22일, 프랑스 파리 외교가에 ‘서플리먼트 투 더 보스턴 인디펜던트 크로니클 Supplement to The Boston Independent Chronicle’란 신문이 뿌려졌다. 1면에 실린 기사는 가공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영국의 조지 3세 George III 국왕이 미국의 독립운동을 막기 위해 인디언 원주민들을 내세워 양민들을 학살하고 있다는 증거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독립군인들이 최근 커다란 꾸러미들을 발견해 열어보니 무려 700명이 넘는 미국인 남녀와 어린이들, 심지어 아기들의 머릿가죽이 들어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이 기사는 보스턴에서 실제 발행되는 인디펜던트 크로니클 3월 12일자에 실린 내용을 그대로 싣는 형식으로 돼있다. 기사에 따르면, 뉴잉글랜드 독립군 소속의 새뮤..

내가 몰랐던 역사10-그림들은 어디로 갔나...세기의 박물관 도난사건들

1990년 3월 18일 일요일 오전 1시24분, 미국 보스턴 시내에 자리잡은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Isabella Stewart Gardner 박물관 출입문의 벨이 울렸다. 이 날은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많은 보스턴의 최대축제인 성패트릭 데이 Saint Patrick’s Day. 보스턴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전날부터 벌어진 온갖 행사와 파티들을 끝내고, 축일 당일날 열리는 화려한 퍼레이드를 기대하며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시각이었다. 박물관의 야근 당직 경비원 중 한명인 리처드 애버스 Richard Abath는 인터폰으로 “누구세요”라고 물었다. 벨을 누른 사람은 경찰 정복을 입은 2명의 남자였다. 이들은 애버스에게 “박물관에서 모종의 소요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며 문을 열 것을 요구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