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영화로 본 세상 60

'리스본행 야간열차'로 본 포르투갈의 아픈 역사

이베리아 반도의 독재역사라고 하면, 으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스페인 프랑코 독재(1939~1975년)입니다. 워낙 길고도 잔악했던 데다가, 수많은 예술작품의 소재가 된만큼 전세계인의 기억에 지금도 또렷히 박혀 있기 때문일겁니다. 반면 포르투갈 독재역사는 스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아온게 사실입니다. 안토니우 드 올리비에라 살라자르의 독재(1932~1968년)체제도 프랑코 못지않게 잔혹했다고 합니다. 30년 넘게 1당 독재정권을 유지하면서 비밀경찰 피데(PIDE)를 통해 인권탄압을 자행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올해는 마침 포르투갈 독재의 역사를 끝낸 '카네이션 혁명'이 일어난지 꼭 40년이 되는 해이지요. 카네이션 혁명(포르투갈어: Revolucao dos Cravos, 별명: 리스본의 ..

IRA, 실종자들...그리고 영화 '섀도우 댄서'

BBC 등 영국 언론들이 4월 30일 북아일랜드 신페인당의 당수인 게리 애덤스의 체포를 일제히 톱 뉴스로 보도했습니다. 애덤스가 체포된 이유는 신페인당의 뿌리라고 할 수있는 '아일랜드해방군(IRA)'이 1972년에 저지른 , 한 30대 어머니의 납치와 살해사건에 연루돼있기 때문입니다. 게리 애덤스란 인물이 영국과 북아일랜드에서 가지고 있는 의미가 워낙 크기 때문에, 그의 체포와 살해혐의는 당연히 핫뉴스일수밖에 없습니다. 요즘은 좀 수그러들었지만, 한때 영국과 북아일랜드는 그야말로 끔찍하게 서로 싸웠고, 그 와중에 숱한 사람들이 희생됐지요. 애덤스에 대한 법적 처리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겨우 잠잠해진 북아일랜드가 다시 요동칠 수도 있습니다. 애덤스는 1997년 13일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인근 스토몬트..

얼음과 화산의 나라 아이슬란드, '북쪽의 할리우드'로 떴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사진)''토르:다크 월드''오블리비언''배트맨 비긴스''노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할리우드가 제작한 영화라는 점 이외에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아이슬란드에서 촬영한 작품들이란 점이다. 아이슬란드가 '북쪽의 할리우드'로 각광받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아이슬란드에 주목하는 미국 영화인들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하더니, 최근들어선 아이슬란드에서 촬영한 영화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덩달아 아이슬란드의 영화 산업도 급성장해 다양한 업종들이 생겨나고 있다. '얼음과 화산의 나라'로 알려져온 아이슬란드가 영화 산업의 새로운 중심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아이슬란드가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는 영화로는 앞의 5편 이외에도 제임스 본드 시리즈 중 하나인 '다이 ..

[더나은 세상]은 있을까..영화로 본 수단사태

오랜 내전에 피폐할대로 피폐해져버린 수단이 9일 드디어 남북으로 분리됩니다. 수십만명의 생명을 앗아간 2차 수단내전 (1983~2005년. 1차는 1955~72년) 이후 평화협정에 의해 만들어진 남부 자치지역이 올해 1월 분리독립 국민투표를 전격적으로 실시했고, 90%가 넘는 주민들의 동의를 얻은 결과 남 수단이 북 수단으로부터 분리독립하게 된 것입니다. 북 수단의 수도는 89년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오마르 알 바시르 대통령이 22년째 버티고 있는 하르툼이고, 남 수단의 수도는 주바입니다.남수단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탄생된 54번째 신생국가입니다. 이로서 수단의 유혈분쟁은 끝이 나게 된 것일까요. 문제는 그리 간단치않은 것같습니다. 남수단의 분리독립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던 알 바시르는 북수단과 남수..

지아장커, 기타노 다케시가 되다..'천주정'으로 본 오늘의 중국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돼있습니다) G2의 한 쪽 축인 중국에 대해 우리가 갖는 이미지 또는 인식은 대략 두가지이다. 하나는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외교와 국방력을 휘두르는 중국이다. 영국 언론인 마틴 자크가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이란 책에서 지적했듯이 ,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날이 곧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느끼고 있다. 두번째는 한국보다도 더 급속한 부의 축적으로 인해 초래된 도덕적 아노미가 심각한 중국이다. 단적인 예로, 하루가 멀다하고 중국으로부터 전해지는 온갖 엽기적인 뉴스는 급격한 경제발전으로 사회규범이 붕괴된 중국의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중국을 좋아하거나 싫어할 수는 있어도, 중국을 이해하지 않고는 안되게 됐다는 점이다. 다시 마틴 자크의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으..

죽음, 세가지 이야기...'아무르' '심플라이프' '터치'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죽음의 문제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대적 화두가 되고 있다. 20세기가 '생명연장', 즉 어떻게하면 더 오래 건강하게 살 것인가가 화두인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가 인류 모두의 숙제가 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죽음은 이미 영화계에서도 중대한 소재가 되고 있다. 언제나 몸서리칠만큼 예리한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오스트리아 감독 미카엘 하네케의 '아무르'가 유럽은 물론 미국,한국 등 전세계에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고, 홍콩 감독 허안화의 '심플라이프'도 어떻게 죽음에 직면할 것인가를 다루고 있다. 여기에 영화계의 고질적인 개봉관 불균형 문제로 인해 제대로 관객들의 평가를 받지 못했던 민병훈 감독의 '터치'도 죽음을 통해 우리사회의 불평등, 소외, 병자에 대한 처우 문제 ..

게티즈버그 연설 150주년.. 다시 생각해보는 영화 <링컨>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링컨'은 우리가 링컨과 남북전쟁에 대해 얼마나 피상적으로만 알아왔는가를 새삼 일깨우는 영화이다. 사실 학교에서 배운 남북전쟁은 노예해방을 위한 전쟁으로만 기억되는 것이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에 조금 깊이 관심을 가진 사람 정도가 19세기 미국의 북부 산업자본과 남부 농업자본 간의 갈등을 떠올릴 수있는 정도이다. 링컨만 하더라도 '국민의 ,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의 명연설로 남은 게티스버그 연설과 워싱턴 DC 포드 극장에서의 암살로 각인돼있다. '링컨'에는 도입부를 제외하고 전쟁 장면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영화는 2시반정도의 러닝타임 거의 대부분을 링컨이 남부군의 항복을 눈 앞에 둔 시점에, 노예제 폐지를 골자로 한 수정헌법 13조를 하원에서 통과시키기 위..

삶은 혼자만의 싸움? ... 나홀로 싸우는 영화들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올 이즈 로스트(All Is Lost)'를 보면서 '라이프 오브 파이'와 '그래비티'를 생각했습니다. 세 영화의 공통점은 주인공들이 최악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로지 혼자만의 싸움을 벌인다는 점이지요. "올 이즈 로스트'에서 레드포드가 연기하는 남자주인공은 아예 이름도 없습니다. 주인공 말고 등장하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는데 이름 부를 일이 뭐있겠습니다. 이 남자가 왜 홀로 배를 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습니다. 다만, 나중에 그가 위급한 상황에서 열어보는 박스(구형 방향계가 들어있는 선물상자) 안에서 누군가 넣어놓은 카드가 나오는데, 남자가 그 카드를 읽어보려다 마는 장면에서 어떤 관계를 암시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70대로 보이는 이 남자는 인도양 바다 위에서 요트..

교황의 브라질 방문과 영화 '아빠의 화장실'

'빈자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강조하고 있는 교황 프란치스코가 브라질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즉위 당시부터 파격적인 행보로 관심을 끌어온 교황은 이번 방문길에도 으리으리한 숙소 대신 작은 방에 묶겠다고 하는가하면, 리우 데 자네이루의 빈민가를 찾아가 환자들의 얼굴에 입맞춤을 하는 등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교황때문에 북새통인 브라질을 멀리서 외신으로나마 지켜보면서 , 떠오르는 한편의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지난 2007년쯤 국내에서도 개봉됐던 우르과이 영화 '아빠의 화장실'입니다. ' 우리나라에서 우르과이 영화를 보기는 쉽지 않은데, 이 영화는 엄청 웃기면서도 마지막에는 마음이 뭉클해지고 눈물이 나는 내용으로 개봉당시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으로 기억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