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 189

이 여자, 너무 멋있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 만이 살아남는다'의 틸다 스윈튼

요즘 틸다 스윈튼에 푹 빠져있습니다. 짐 자무시의 영화 때문이죠. 이삼년 전에도 그랬습니다. 그때는 '아이 엠 러브' 때문이었죠. 는 , 틸다 스윈튼이 없었다면 과연 가능했을까 싶을 정도로 그의 매력과 연기력, 스타일과 철학이 빛을 발하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어찌 보면 간단합니다. 아프리카 대륙 모로코의 탕헤르와 망해가는 도시 미국 디트로이트에 살고 있는 남녀 뱀파이어가 있습니다. 이들의 나이가 몇이나 됐는지는 알 수없습니다. 대화 내용으로 봤을 때, 이들은 피타고라스 때에도 인간 사회에 있었고 유럽에 흑사병이 돌 때도 있었으며, 셰익스피어도 직접 봤고, 슈베르트 때에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인간이 온갖 멍청한 짓을 하는 것을 모두 봐왔고, 또 놀라울만큼 천재성을 발휘하는 것도 봤습니다. 어쨋든 ..

'셜리에 관한 모든 것'...호퍼 작품 13점을 동영상으로 보다

오래전 뉴욕 현대미술관(모마)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본 적이 있습니다. '주유소'라는 작품이었지요. 별로 크기가 크지 않은 작품이었는데, 화집에서만 봤던 호퍼의 작품을 실제로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강렬한 색감이었습니다. 어느 시골 마을 길가의 한적한 주유소에 어둠이 막 내려 앉기 시작하는 순간을 그린 작품은 사진으로만 보면서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밝고 강렬한 색감을 지니고 있었죠. 그 강한 색감 때문에 더 고독하게 느껴졌던 듯합니다. 마치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 속에서 한낮의 찬란한 태양빛을 받고 있는 아름다운 풍광이 더 공포스럽게 느껴지듯이 말입니다. 오스트리아 감독 구스타브 도이치의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원제는 'Shirley: Vision of Reality') '은 근래 ..

[더나은 세상]은 있을까..영화로 본 수단사태

오랜 내전에 피폐할대로 피폐해져버린 수단이 9일 드디어 남북으로 분리됩니다. 수십만명의 생명을 앗아간 2차 수단내전 (1983~2005년. 1차는 1955~72년) 이후 평화협정에 의해 만들어진 남부 자치지역이 올해 1월 분리독립 국민투표를 전격적으로 실시했고, 90%가 넘는 주민들의 동의를 얻은 결과 남 수단이 북 수단으로부터 분리독립하게 된 것입니다. 북 수단의 수도는 89년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오마르 알 바시르 대통령이 22년째 버티고 있는 하르툼이고, 남 수단의 수도는 주바입니다.남수단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탄생된 54번째 신생국가입니다. 이로서 수단의 유혈분쟁은 끝이 나게 된 것일까요. 문제는 그리 간단치않은 것같습니다. 남수단의 분리독립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던 알 바시르는 북수단과 남수..

푸른여우가 사랑했던 푸른 눈의 배우 피터 오툴

" 관객들의 가슴 속에 각인된 피터 오툴의 역할은 바로 오툴 그 자신이었다. " 영국의 텔레그래프지가 15일 향년 81세로 세상을 떠난 아일랜드 출신의 명배우 피터 오툴의 부음 기사를 쓰면서, 고인을 위와 같이 설명했습니다. 그러고보니, 피터 오툴이 연기했던 수많은 배역들이 그토록 강렬하게 뇌리에 각인된 것은 바로 피터 오툴이란 배우 자체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텔레그래프지의 부음 기사에는 이런 대목도 있습니다. " 오툴의 죽음으로 리처드 버튼, 리처드 해리스,올리버 리드 등으로 대표되던 할리우드의 악명높은 술꾼들의 한 시대가 저물게 됐다." 한마디로 술독에 빠져살다시피 했다는 거죠. 스크린 속에서 오툴이 반쯤 정신이 나간 광기의 연기를 펼쳤던 것을 뒤돌아보면, 그것도 알코올의 영향이었을지도 모를 ..

영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동영상으로 감상하는 화첩

페르메이르의 화첩을 1시간 반짜리 동영상으로 보고 난 느낌이다.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는 17세기 네덜란드 거장 화가 얀 페르메이르의 작품과 일상생활을 놀라울 정도로 꼼꼼하게 재연하고 있다. 페르메이르를 사랑하는 미술애호가라면 이 영화의 프레임 하나하나가 베르메르의 작품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 놓았다는 점을 한눈에 알아볼 수있을 것이다. 영화와 소설의 모티프가 된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뿐만 아니라 주인공 그리트가 양동이에 주전자로 물을 붓거나 유리창을 닦는 모습, 창가에 서서 무엇인가를 싼 수건을 펼쳐 보는 마지막 장면, 심지어 화실 창문의 문양이나 벽에 걸린 세계지도 등 소품에 이르기까지 페르메이르의 작품 그대로다. 화실에서 17세기 방식으로 물감을 섞는 과정이나, 카메라 옵스큐라를 만나는 것도 즐..

지아장커, 기타노 다케시가 되다..'천주정'으로 본 오늘의 중국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돼있습니다) G2의 한 쪽 축인 중국에 대해 우리가 갖는 이미지 또는 인식은 대략 두가지이다. 하나는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외교와 국방력을 휘두르는 중국이다. 영국 언론인 마틴 자크가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이란 책에서 지적했듯이 ,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날이 곧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느끼고 있다. 두번째는 한국보다도 더 급속한 부의 축적으로 인해 초래된 도덕적 아노미가 심각한 중국이다. 단적인 예로, 하루가 멀다하고 중국으로부터 전해지는 온갖 엽기적인 뉴스는 급격한 경제발전으로 사회규범이 붕괴된 중국의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중국을 좋아하거나 싫어할 수는 있어도, 중국을 이해하지 않고는 안되게 됐다는 점이다. 다시 마틴 자크의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으..

죽음, 세가지 이야기...'아무르' '심플라이프' '터치'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죽음의 문제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대적 화두가 되고 있다. 20세기가 '생명연장', 즉 어떻게하면 더 오래 건강하게 살 것인가가 화두인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가 인류 모두의 숙제가 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죽음은 이미 영화계에서도 중대한 소재가 되고 있다. 언제나 몸서리칠만큼 예리한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오스트리아 감독 미카엘 하네케의 '아무르'가 유럽은 물론 미국,한국 등 전세계에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고, 홍콩 감독 허안화의 '심플라이프'도 어떻게 죽음에 직면할 것인가를 다루고 있다. 여기에 영화계의 고질적인 개봉관 불균형 문제로 인해 제대로 관객들의 평가를 받지 못했던 민병훈 감독의 '터치'도 죽음을 통해 우리사회의 불평등, 소외, 병자에 대한 처우 문제 ..

게티즈버그 연설 150주년.. 다시 생각해보는 영화 <링컨>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링컨'은 우리가 링컨과 남북전쟁에 대해 얼마나 피상적으로만 알아왔는가를 새삼 일깨우는 영화이다. 사실 학교에서 배운 남북전쟁은 노예해방을 위한 전쟁으로만 기억되는 것이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에 조금 깊이 관심을 가진 사람 정도가 19세기 미국의 북부 산업자본과 남부 농업자본 간의 갈등을 떠올릴 수있는 정도이다. 링컨만 하더라도 '국민의 ,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의 명연설로 남은 게티스버그 연설과 워싱턴 DC 포드 극장에서의 암살로 각인돼있다. '링컨'에는 도입부를 제외하고 전쟁 장면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영화는 2시반정도의 러닝타임 거의 대부분을 링컨이 남부군의 항복을 눈 앞에 둔 시점에, 노예제 폐지를 골자로 한 수정헌법 13조를 하원에서 통과시키기 위..

삶은 혼자만의 싸움? ... 나홀로 싸우는 영화들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올 이즈 로스트(All Is Lost)'를 보면서 '라이프 오브 파이'와 '그래비티'를 생각했습니다. 세 영화의 공통점은 주인공들이 최악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로지 혼자만의 싸움을 벌인다는 점이지요. "올 이즈 로스트'에서 레드포드가 연기하는 남자주인공은 아예 이름도 없습니다. 주인공 말고 등장하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는데 이름 부를 일이 뭐있겠습니다. 이 남자가 왜 홀로 배를 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습니다. 다만, 나중에 그가 위급한 상황에서 열어보는 박스(구형 방향계가 들어있는 선물상자) 안에서 누군가 넣어놓은 카드가 나오는데, 남자가 그 카드를 읽어보려다 마는 장면에서 어떤 관계를 암시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70대로 보이는 이 남자는 인도양 바다 위에서 요트..

김지운의 걸작 '달콤한 인생'

(*2005년에 쓴 글인데 다른 홈피에서 이사오면서 빠트리고 온 것을 옮겨옵니다. 다시 읽으니, 문득 이 영화를 다시 보고싶어지네요 그때나 지금이나 제게 김지운의 최고작입니다) 김지운과 류승완은 , 어떤 면에선 과대평가돼온 감독이었다고 할 수있다. [조용한 가족]과 [반칙왕]을 통해 한국에서는 보기 드믄 블랙유머 감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김지운은 [ 장화 , 홍련]을 거치면서 동세대에서 가장 개성있고 흥행력까지 갖춘 감독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늘 기대가 높았던 만큼 , 그의 작품은 또한 아쉬움을 남겼던 것도 사실이다. [조용한 가족]이 잔혹코미디의 장르를 개척하기는 했지만 그 유머는 폐부를 찌를만큼 강렬하지 못했고, [반칙왕]은 한 평범한 회사원이 반칙왕 레슬러로 성공한다는 독특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