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 189

블럭버스터 홍수 속에서 빛나는 '마지막 4중주'..성숙한 성인들을 위한 영화

극장가를 가보면, 가히 블럭버스터의 홍수입니다. 이번주에 가 총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다가, 기존 개봉작인 의 흥행도 만만치않습니다. 도 입소문이 좋기때문에, 스크린 수 면에서는 와 막상막하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요. 저부터도 이중에서 벌써 3편을 봤으니, 블럭버스터의 힘이 정말 만만치않은 것같습니다. 사실 요즘 극장에 가보면, 거의 전 스크린을 두세편의 블럭버스터가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사이에서 작은 영화가 오전 9시나 밤 11시 , 심지어 25시(실제로는 새벽1시대)에 상영되는 일도 다반사이지요. 이렇게 해놓고 극장에서는 우리도 작은영화 배려해 상영하고 있다..고 주장하겠지요. 그 와중에 진정한 성인취향 영화가 있으니 바로 '마지막 4중주'입니다. 33번의 공연시즌을 함께 ..

교황의 브라질 방문과 영화 '아빠의 화장실'

'빈자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강조하고 있는 교황 프란치스코가 브라질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즉위 당시부터 파격적인 행보로 관심을 끌어온 교황은 이번 방문길에도 으리으리한 숙소 대신 작은 방에 묶겠다고 하는가하면, 리우 데 자네이루의 빈민가를 찾아가 환자들의 얼굴에 입맞춤을 하는 등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교황때문에 북새통인 브라질을 멀리서 외신으로나마 지켜보면서 , 떠오르는 한편의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지난 2007년쯤 국내에서도 개봉됐던 우르과이 영화 '아빠의 화장실'입니다. ' 우리나라에서 우르과이 영화를 보기는 쉽지 않은데, 이 영화는 엄청 웃기면서도 마지막에는 마음이 뭉클해지고 눈물이 나는 내용으로 개봉당시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으로 기억납..

폴 토머스 앤더슨의 '마스터'와 사이언톨로지

'젊은 거장(43)'이라 불려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는 폴 토머스 앤더슨이 '데어 윌 비 블러드' 이후 5년만에 내놓은 '마스터'는 쉽지 않은 작품이다. 영화는 2차세계대전이 막 끝난 미국을 배경으로, 알콜중독자이자 성에 퇴행적으로 집착하는 남자 프레디 퀠(호아킨 피닉스)이란 인물의 삶을 따라가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사회부적응자인 퀠이 우연히 찾아들어간 요트에서 랭카스터란 미스터리한 '마스터(필립 세이무어 호프먼)'를 만나게 되고, 랭카스터는 곧 퀠의 마스터가 된다. 둘은 '유사 부자관계'이다. 하지만 결국 둘의 관계는 끝나게 되는데, 이후 퀠의 삶이 어떻게 될 것인지 아무런 단서도 주지않은채 엔딩타이틀이 올라가면, 관객들은 다소 어리둥절한 느낌에 빠지게 된다. 퀠은 이제 '마스터없는' 삶을 어떻게 살아..

2013년 칸 영화제

칸국제영화제(5월 15~26일)가 지난주 경쟁부문 후보작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아쉽게도 올해는 한국 작품이 한편도 오르지 못했군요. 올해는 유난히 프랑스 작품이 많은데, 프랑스 언론들조차 이런 선정결과에 놀라움을 나타내더군요. 아시아 감독으로는 칸의 단골 손님인 중국의 지아장커, 일본의 미이케 다카시와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가 눈에 띄네요. 미이케 다카시의 영화를 한때 참 좋아했는데(몸서리치면서도) 이번에는 또 어떤 작품인지 궁금합니다. 이제는 할아버지(?)가 됐지만 , 이분 참 변치않으시는 것같습니다. 로만 폴란스키도 오랜만에 새 영화로 칸을 찾네요. 경쟁부문 후보작은 다음과 같습니다. 바즈 루어만 (호주)/ 위대한 개츠비(개막작) 발레리아 브루니-테데치(이탈리아)/이탈리아의 城 코엔 형제(미국)/ 인..

잘가요 ..로저 에버트

지면과 TV를 넘나들며 재치있고 이해하기 쉬운 영화평론을 펼쳐온 로저 에버트(사진)가 10년넘는 암투병 끝에 결국 70세로 눈감았다. 그가 40년넘게 몸담아왔던 시카고선타임스 측은 4일 트위터를 통해 "오늘 전설적인 평론가 에버트가 작고했음을 심심한 애도와 함께 알린다"면서 "그 누구도 채울 수없는 구멍이 남게 됐다"고 독자와 팬들에게 알렸다. 에버트가 세번째 암 재발 사실을 직접 블로그로 알리고 재활의지를 나타낸지 불과 이틀만이다. 그는 지난 2일 올린 글에서 " 골반 골절상 치료 과정에서 암 재발을 확인했으며 치료에 집중하기 위해 평론 일선에서 잠정 물러난다"고 밝힌 바 있다. 2002년 처음 갑상선 암 진단을 받았던 그는 2003년과 2006년에도 재발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해왔으며, 2006년에는..

영화 속 대처, 대처리즘, 대처시대

영국 영화 속에서 대처와 대처시대에 대한 묘사는 대체적으로 비판적입니다. 문화계 종사자들의 성향이 일반적으로 진보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영국 사회에 대처시대가 남긴 상처가 워낙 깊고 크기 때문이기도 한 듯합니다. 사회의 그늘진 곳에 시선을 보내는 영화치고 대처시대를 긍정적으로 묘사한 것은 거의 없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해 개봉된 메릴 스트립 주연의 '철의 여인'이 현대사의 거인 대처를 치매노인으로 그렸다는 지적을 받기는 했지만, 사실 대처와 대처시대를 다룬 다른 영화들에 비한다면 인간적이라고 할 수있을 정도입니다. 대처의 죽음을 계기로 , 대처 시대를 소재로 한 영화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가장 최근작인 '철의 여인(Iron Lady)'입니다. 영국 여성감독 필리다 로이드의 2011년도 작품입..

제로다크서티..그리고 캐스린 비글로

캐스린 비글로는 캐릭터의 감정에 개입하지 않는 감독이다. 이라크전의 폭탄물 해체요원을 그린 '허트로커'나 오사마 빈 라덴을 찾는 CIA 요원들을 그린 '제로 다크 서티'로 세계적인 유명감독이 되기 이전에도 , 비글로는 '블루스틸'이나 '죽음의 키스'' 폭풍 속으로''스트레인지 데이즈' 등의 작품에서 캐릭터의 감정보다는 그가 처해있는 현실과 딜레마를 일말의 동정없이 가혹할 정도로 극단까지 밀어부쳐 묘사하는 스타일의 감독이었다. '제로 다크 서티'는 9.11테러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가족이나 구호요원들과 나누는 전화통화 내용들을 들려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니, 장면이란 말은 정확하지 않다. 관객은 깜깜한 극장안에 앉아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 깜깜한 스크린을 마주본채 테러 현장에서 절규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오시마 나기사를 추억하다

누구에게나 '내 인생의 영화' 리스트가 있을 겁니다.내 경우, 어린시절의 영화에는 오드리 헵번의 '로마의 휴일'과 줄리 앤드류스의 '사운드 오브 뮤직', 그리고 지금은 완전히 잊혀진 스페인의 꼬마뮤지컬요정 마리솔의 음악영화들이 있었지요. 성인이 되면서 정말 많은 영화들을 섭렵했지만, 일본영화에 빠져 지낸 한시절이 있었고, 그 가운데에 오시마 나기사가 있었습니다.그 시절 '다른영화'를 보는 거의 유일한 창구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경복궁앞 프랑스 문화원의 시네마테크였지요.그곳에서 상영되는 영화들 중 유난히 매회 상영때마다 전석매진(기껏해야 100석도 안되지만)은 물론이고, 계단에 앉아서라도 기어이 보겠다는 사람들이 몰리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오시마 나기사의 그 유명한 '감각의 제국'이었지요. 수십년..

서칭포슈거맨, 남아공 그리고 2012년 미국

우드스탁 이후 서구 대중음악사에서 가장 중요한 아티스트는? 남아공 백인 아프리카너에겐 밥 딜런, 닐 영, 그리고 시스토 로드리게스이다.딜런과 영은 알겠는데, 시스토 로드리게스는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영화 '서칭 포 슈거맨'을 본 사람이라면, 3대 아티스트에 디트로이의 70세 무명가수 시스토 로드리게스를 주저없이 꼽을게 분명하다. '서칭 포 슈거맨'은 올해초 선댄스영화제에서 선풍적인 인기와 화제를 일으켰고, 내년 아카데미 영화상 다큐부문 유력 후보작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작품이다. 70년대에 2장의 앨범을 내고 철저히 실패한 후 디트로이트에서 막노동으로 살아온 남자. 그러나 남아공에서는 아파트르헤이트를 거부하는 백인 아프리카너들의 상처받은 영혼과 좌절감을 달래줬던 걸출한 가수, 40여년만에 남아공의 열혈..

[비우티풀]과 스페인 경제위기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이 유로존 위기의 핵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유럽 4위 경제대국인 스페인 경제는 이미 2010년부터 추락할대로 추락한 상태입니다. 노동인구 4명 중 1명이 실업자이고, 25세 이하 청년 2명 중 1명이 현재 실업상태입니다. 정부가 지난 8일 은행구제금융을 수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중병 든 스페인 경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외신에 등장하는 무미건조한 경제수치들을 들여다보면서, 지난해 국내 개봉됐던 멕시코 감독 알레한드로 이냐리투의 '비우티풀'을 생각하곤합니다. 도표나 지수에서는 결코 실감할 수없는 스페인 국민들의 고통이 이 영화에 생생하게 담겨있습니다.유로존 위기를 수년째 들여다봐온 탓에 무감해질때마다 저는 '비우티풀'의 그 남자 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