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 189

[카란디루]와 온두라스 교도소 참사

온두라스 수도 테구시갈파에서 북쪽으로 90㎞ 떨어진 코마야과 교도소에서 발생한 화재로 16일 현재까지 최소 365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교도소 안의 시신들이 심하게 훼손돼 DNA 및 치아 검사를 통해 사망자의 신원 확인 작업을 해야할정도라고 합니다. 소방 당국도 이날 화재를 진압하는 데 3시간 가까이 소요됐으며, 불길이 잡히고 나서 교도소 안으로 들어가 보니 교도소 철장을 껴안은 채 타죽은 죄수들의 시신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온두라스 교도소에서 발생한 화재로 이처럼 많은 수감자들이 사망한 데에는 교도소의 열악한 환경이 결정적인 원인이 됐습니다. 이 교도소는 정원이 900명 정도인데 재소자는 배가 넘는 2000명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좁은 공간 안에 사람이 너무 많았던거죠. 운영..

그리스의 양심 앙헬로풀로스를 추모하다

참으로 그다운 죽음이다. 자욱하게 안개낀 그리스의 쓸쓸한 부둣가, 차가운 눈발이 날리는 어느 지방 소도시의 거리, 내전으로 찢겨진 발칸반도를 떠돌아다니며 힘없는 민초들이 살아가는 모습, 그들의 슬픔과 위엄을 평생 필름에 담아냈던 영화감독의 죽음으로는 이보다 더 적절할 수는 없을 것같은 느낌이다. 그리스 영화계의 위대한 거장, 스크린의 시인으로 불렸던 76세 노장감독 테오 앙헬로풀로스가 25일 세상을 떠났다. 수도 아테네의 주항구인 피라에우스에서 영화 촬영 세트장쪽으로 가기위해 길을 건너려는 순간, 갑자기 오토바이 한대가 튀어나오더니 앙헬로풀로스를 쳤다. 노감독은 차가운 아스팔트에 넘어지면서 머리를 크게 다쳤고,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자신의 영화제목대로 그는 치명적인..

수치, 양자경, 미얀마... 그리고 ,영화 '더 레이디'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 정부가 12일 6300명에 이르는 대규모 사면을 단행한 날,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양자경이 아웅산 수치를 연기한 영화 '더 레이디'가 공개됐습니다. 뤽 베송이 감독을 맡았다는 것이 좀 의외이기는 하지만, 양자경이 기가막힐정도로 수치의 이미지를 그대로 표현해낸 영화 스틸사진이 눈길을 끕니다. 군사독재정권에서 지난해 민간정부로 '겉모습'만 바뀐 미얀마에서 모처럼 변화가 일어나기는 나고 있는 것같습니다. 미얀마 관리들이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민족당(NLD) 당원 수백명을 포함해 정치범들이 수일내 사면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미뤄 이번 사면에 정치범들이 대거 포함됐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미얀마에서 민주화가 현실화될지, 평생을 조국을 위해 바친 수치의 앞날은 어찌될지 궁금해집니다...

[그을린 사랑]..레바논의 비극은 계속된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안에 불이 들어와도 쉽게 자리에서 일어서기 힘듭니다. 이 가족을 덮친 비극적인 상황에 가슴이 아파서, 내 아이들만큼은 '증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진실을 마주하도록 만들어야한다는 한 어머니의 굳은 의지가 존경스러워서, 그리고 한때는 풍요롭고 자유로왔지만 끔찍한 내전에 풍비박산된 한 나라가 안타까워서, 아니 이 세상의 모든 고통받는 국가들의 국민들이 안타까워서.. 캐나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 '그을린 사랑(원제는 incendies. 우리말로는 '불에 그을려 타버린 사람들'이란 의미)'는 국내외 블럭버스터영화들이 넘쳐나는 8월의 국내 극장가에서 가장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현재 개봉중인 덴마크 영화 '인 어 베터 월드'와 함께 올해 초 아카데미영화상 외국어상 부문(수상작은 '인 어 베..

오! 팔레스타인..‘레몬트리’

미국의 유대계 만화가 조 사코의 의미심장한 실화 만화책 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늙은 농부 한명이 제 손으로 올리브 나무를 잘라내며 눈물을 뚝뚝 흘린다. 그는 지금 이스라엘군의 명령으로 올리브 나무를 베어내고 있는 중이다. 이유는 나뭇가지가 해당지역을 감시하는 시야를 가린다는 것. 농부에게 몇그루되지 않은 올리브 나무는 유일한 생계수단이자, 아이들의 학자금이며,자신의 생명같은 존재다. 대다수 팔레스타인 인들에게 올리브는 나무 이상의 존재다. 이스라엘의 강압적인 정책으로 인해제대로 경제활동을 하기 힘든 그들에겐 올리브 열매를 거둬들여 팔아 돈을 마련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분리장벽이 세워진 후 이스라엘 지역의 직장으로 출근할 수조차 없어진 팔레스타인 인들은 가난에 찌들어 살고 있다. 올리브 나무..

유혈의 땅 발칸..그리고 ‘그르바비차’

2차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반인류범죄를 저질렀던 보스니아 내전의 학살자 라도반 카라지치가 2008년 도피 13년만에 드디어 체포됐다. 구유고연방에서 분리독립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세르비아계 지도자였던 그는 1992~95년 내전당시 이슬람계인 보스니아계 및 크로아티아계 주민들에 대한 학살을 자행, ‘발칸의 도살자’로 악명이 높았던 인물이다.보스니아 내전은 세르비아계 군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만행, 인종을 달리하는 주민들간의 증오범죄로 20세기말 인류역사에 커다란 상처를 남긴 전쟁이었다.이슬람계 주민 8000여명을 한자리에서 학살한 스레브레니차 사건을 비롯해 ,이슬람 여성들을 잡아다가 강간해 아기를 낳게해 혈통을 ‘정화’하려했던 시도는 나치의 만행과 다름없는 것이었다. 보스니아 주민들에게 내전은 아직도 떠..

조지아, 전기도둑..[파워트립]

그루지야와 러시아가 남오세티야를 둘러싼 갈등 끝에 결국 군사적 출동로 치닫고 말았다. 지난 8일부터 시작된 전쟁으로 사흘만에 사망자가 2000명, 난민은 3만명이 발생했다. 남오세티야를 먼저 공격한 그루지야가 휴전을 제안하는등 꼬리를 내리고 있지만, 러시아는 이참에 친 서방적인 그루지야를 확실하게 제압하고 북 오세티아뿐만 아니라 남오세티아까지 장악하려는 강경자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번사태는 그루지야가 남오세티야의 분리독립 움직임을 막는다며 군사공격을 하면서 비롯됐다. 지난 91년 그루지야는 남오세티야측과 내전까지 벌였으며, 당시 사태는 러시아 중재로 남오세티야를 자국내 자치공화국으로 인정하면서 일단락됐었다. 러시아, 그루지아, 오세티아는 지난 수백년간 역사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1801년 러시아에 강..

오스카의 저주는 계속된다

오스카의 저주’가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다.올해 아카데미영화상에서 로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은 샌드라블록이 남편과의 불화설 속에서 18일 영국 런던 홍보행사 불참을 공식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할리우드 안팎에서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여배우들을 유난히 희생물로 삼는 ‘오스카의 저주’가 다시한번 뜨거운 관심사가 되고 있다.지난 2000년부터 올해까지 아카데미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여배우 10명(힐러리 스웽크 2차례수상) 중 이혼이나 남자친구와의 결별을 겪지 않은 사람은 3사람(마리옹 코티아르, 헬렌 미렌, 니콜 키드먼)뿐이다. 다시 말해, 수상후 저주에 걸린 비율이 70%에 이른다는 이야기이다. ‘오스카의 저주’는 지난 15일 케이트 윈슬렛의 이혼 소식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터져나왔다. 윈..

21세기 첫 10년간 최고의 영화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가 프랑스와 미국의 영화전문지 ‘카이에 뒤 시네마’와 ‘필름코멘트’에 의해 21세기 첫 10년, 즉 2000년대에 발표된 전세계 영화들 중 최고의 영화로 선정됐다. 특히 카이에 뒤 시네마는 봉준호 감독의 을 2000년대 최고 10대 영화 중 4위로 뽑아 눈길을 끌었다. 필름코멘트는 봉준호의 과 을 2000년대 100대영화의 71위와 84위에 각각 선정했고, 홍상수의 과 을 83위와 97위에 각각 랭크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에 국제적으로 가장 주목받은 한국감독인 박찬욱 감독의 작품은 순위에 한편도 오르지 못했다. 다음은 두 잡지가 영화평론가들에게 의뢰해 선정한 2000년대 최고 영화 순위이다. 카이에 뒤 시네마 1.멀홀랜드 드라이브/데이비드 린치/미국/2001년2.엘레펀트/..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체포에 대해

로만 폴란스키(76)감독의 체포가 영화계는 물론 국제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32년 전 미국에서 13세 소녀모델을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 26일 스위스 취리히 공항에서 체포된 폴란스키는 29일 현지 법원에 석방을 요청하며 법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형사법원에 따르면 석방여부에 대한 결정은 내주중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스위스 형사법원은 또 미국 사법당국이 스위스 법무부에 폴란스키 감독 체포를 요청한 것이 합법적이었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영화계는 그의 조속한 석방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스위스 정부에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성명서에 30일 현재까지 약 140명의 저명한 감독, 제작자, 영화배우 등이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디 앨런, 페드로 알모도바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