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영화로 본 세상

닐 영, 영원한 반전 아이콘

bluefox61 2008. 7. 25. 23:37

2003년 3월 이라크전이 발생한지 만 5년이 넘었다. 최근들어 치안이 다소 개선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그 땅에서는 테러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조지 W 부시가 재선에 성공했던 4년전 대선당시 핫이슈였던 이라크전은,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와 공화당의 존 매케인이 격돌하고 있는 이번 대선에서도 역시 핫이슈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CSNY:데자뷔’란 제목의 정치적으로 매우 논쟁적인 다큐멘터리 한편이 미국에서 개봉됐다. 이 작품은 한 록밴드의 순회공연 과정을 담고 있다. 록 다큐멘터리가 정치 논쟁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구? 감독이 누구인지 알게 된다면, 이 작품이 결코 평범한 록 다큐멘터리가 아님을 단박에 이해할 수있다.



감독의 이름은 버나드 셰이커. 그의 본명은 닐 영(62). 닉슨 정부 당시 베트남전 반대 데모를 하다가 주정부군들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오하이오주 켄트대학생 5명을 노래한 ‘오하이오’로 ‘영원한 반전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바로 그 남자, ‘크로스비 스틸스 내쉬 & 영’의 닐 영이다.

25일부터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17개 도시에서 이 작품이 개봉되는 것을 계기로 닐 영의 반전활동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고 AP, 뉴욕타임스 등이 최근 보도했다.


‘CSNY:데자뷔’는 영이 지난 2006년 여름 옛 동료 크로스비, 스틸스, 내쉬와 함께 새 음반 ‘리빙 위드 워(LIVING WITH WAR)’를 발간한 뒤 미국내 여러도시들을 돌아다니며 콘서트 투어를 갖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음반은 ‘대통령을 탄핵하라’ 를 비롯해 부시 행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한 곡들로 채워져 있어서 발표당시부터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었다. 

닐 영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그동안 발표했던 어떤 앨범들보다 다양한 반응이 나오는 것을 보며 매우 흥미롭다고 느꼈고 바로 그 점 때문에 투어 과정이 좋은 영화 소재가 될 수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영화의 부제 ‘데자뷔’는 프랑스어로 ‘이미 보았다’란 의미. 닐 영이 이런 부제를 붙인 의도는 명백하다. 이라크전을 둘러싸고 미국사회가 겪고 있는 분열과 진통이 40여년전 베트남전 때 상황과 다름없다는 뜻이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영화는 닐 영 등 멤버들이 ‘대통령을 탄핵하라’ 등의 노래를 부르는 동안 환호하는 청중들의 모습은 물론, ‘우우’하는 비난과 함께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며 욕하는 청중들의 모습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가하면 멤버들 중 스티븐 스틸스가 과격하게 비난을 퍼붓는 일부 관객들 때문에 고민하는 모습도 담겨있다. 

닐 영은 “스틸스는 참 좋은 사람인데, 남에게 미움받는 것 자체를 괴로워한다”고 설명하기도. 이제는 60세를 훌쩍 넘긴 멤버들이 공연을 끝내고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장면, 연주중 넘어진 후 일어나려고 애쓰는 장면도 있다.

  

영화는 12개 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ABC의 전 종군기자 마이클 서의 시선을 따라가는 형식으로 이뤄져 있다. 서는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을 직접 취재했던 중견언론인이다. 

그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아내와 카메라맨에게 록투어를 임베드 취재하기로 했다고 하니 너무나 의외였던지 잠시 아무 말도 못하더라”고 이번 영화작업에 처음 합류했을 당시를 회상했다. ‘임베드’란 기자들이 국방부의 협조를 받아 군대를 따라가며 전시 상황을 취재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라크 전 당시 미 국방부는 미국 및 세계 각국 언론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임베드 취재기회를 제공했었다.

영화 속에서 서는 멤버들 뿐만 아니라 환호하는 관객, 저주를 퍼붓는 관객, 참전 군인들, 전사 군인 가족 등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한다.


40여년전 노래로 세상을 바꿔놓고자 했던 닐 영은 환갑이 지난 나이에도 여전히 그 꿈과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반전 콘서트 투어는 너무나 힘든 작업이었던 모양이다. 그는 “다시는 그런 투어를 하고 싶지 않다”며 “매일 반전노래를 부르고, 전쟁터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을 만나는 일이 너무나 힘들었다. 내 나머지 인생을 그렇게 보내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CSNY:데자뷔’가 대히트하리란 기대도 그는 별로 없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많은 이라크전 극영화와 다큐멘터리가 일반극장에서 개봉됐지만 대부분은 상업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이다. 평론가들로 호평받았던 이라크전 다큐멘터리 <택시 투 더 다크 사이드> 경우는 총 흥행성적이 27만 5000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닐 영은 일부 사람에게만이라도 전쟁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 그것으로 자신의 영화가 충분한 의미를 가지게 될 것으로 믿고 있다. 그는 23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극장을 나서면서 잠시나마 (전쟁에 관해) 이야기를 하겠지요.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 전날 봤던 영화의 장면들이 머릿 속에 떠오를 수도 있을 겁니다. 나머지는 그들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