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테러 라이브'를 본 후 극장 문을 나서는데 기분이 영 찜찜했다. 단지 언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때문은 아니었다. 사건이 전개되는 설정과 상황이 현장에 좀더 밀착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남았다.
함께 영화를 본 이에게 불만스러웠던 느낌을 이야기했더니,단박에 "어디가서 그런 말하면 기자 티낸다는 소리나 듣는다" 는 충고가 나왔다. 인터넷 상의 관객 반응도 비슷했다. "개연성이 부족하다"" 마무리가 좀 허술했다"는 지적은 "청학동 훈장선생같은 말씀 그만해라""일베같은 극보수주의자냐" 등의 목소리에 파묻히는 분위기였다.
수많은 댓글들 중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정부와 언론 권력을 표현한 부분은 우리가 보고 있는 현실과 별반 다를 것이없다"는 지적이었다. 언론을 바라보는 지금 한국사회의 시선을 느낄 수있다는 점에서 '더 테러 라이브'는 언론인들에겐 아픈 영화이기도 하다.
워싱턴포스트가 아마존에 매각된 것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언론계 종사자들에게 놀라운 뉴스였다. 개인적으로도,언론인을 꿈꾸던 시절에 읽었던 데이비드 핼버스탐의 '언론파워(The Powers That Be)'나, 칼 번스타인과 밥 우드워드의 '대통령의 사람들' 에서 만났던 워싱턴포스트은 언론정신의 모델 그 자체였다. 그래선지,수준높은 기획기사로 명망이 높던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가 몇해전 종이신문 발행을 포기하고 인터넷 매체로 변신했을 때나, 2010년 워싱턴포스트가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를 단돈 1달러에 매각했을 때와 차원이 다른 충격이 느껴졌다.
인터넷 시대의 종이신문 위기는 더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최근 뉴욕타임스의 자회사이자 미국 동부권에서 영향력이 큰 보스턴글로브가 보스턴 레드삭스의 구단주 존 헨리에게 팔렸고, 뉴스위크는 매각을 거듭하다가 듣도보도 못한 인터넷기업 IBT에게 다시 팔렸다. 130여년의 전통을 가진 로스앤절레스타임스와 시카고트리뷴 등의 모회사인 트리뷴컴퍼니는 부동산재벌 새뮤얼 젤에게 팔린지 오래다. 워싱턴포스트의 판매가격 2억 5000만달러,보스턴글로브의 7000만달러를 인터넷 기업가치와 비교하는 지적도 있다. 지난 5월 야후가 마이크로 블로깅사이트 텀블러를 사들일때 지불한 11억 달러와 비교하면 너무나도 헐값이란 것이다. 특히 보스턴글로브 경우 20여년전 뉴욕타임스가 사들였을 때 지불했던 가격이 11억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시대가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다시 언론에 있다.
인터넷 전성시대이지만, 그 힘의 뿌리는 컨텐츠이기 때문이다. 베조스가 워싱턴포스트를 사들인 후 한 첫 발언은 "(워싱턴포스트의) 가치는 변화할 필요가 없다"였다. 독자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언론 고유의 가치는 디지털시대에도 영원하다는 것이다. '전자 책방 ' 주인으로 시작한 베조스는 사실 컨텐츠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워터게이트 스캔들 특종보도의 듀엣인 번스타인과 우드워드는 "보도의 기본은 역시 정보의 질이며, 언론이 사안을 설명하고 독특한 방식으로 보도한다면 시장성이 있고 수익도 낼 수 있다고 낙관한다" "저널리즘의 변하지 않는 가치와 디지털 시대의 잠재력이 결합하는 역사적 순간"이라고 말했다. '더 테러 라이브'도 역설적으로 , 우리 사회에서 언론에 대해 갖고 있는 기대감으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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