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바람 잘 날없는 레바논..사우디-이란 싸움에 고래등 터진다

bluefox61 2017. 11. 14. 16:55

사드 알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지난 12일에 한  '자진사퇴' TV 인터뷰의 진의를 둘러싸고 논란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CNN은 하리리 측근 소식통이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없다"고 말했으며, 하리리가 이끄는 여당 의원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리리의 움직임을 억제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 역시 "하리리가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와 반대로 하고 있다"며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이 의심과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운 대통령은 "하리리의 (사퇴)입장이 그 자신의 자유로운 의지로 결정된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없다"고 밝혔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하리리 총리는 지난 12일밤 방송된 레바논 퓨처 TV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사퇴가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레바논 국민에게 지금이 위험한 상황이란 점을 알리기 위해 긍정적인 충격을 취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란이 레바논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사우디에서 가족과 함께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으며, 조만간 귀국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하리리는 사우디를 방문하던 중 4일 현지 언론 알아라비야를 통해 "레바논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헤즈볼라의 정치적 통제로 고통을 받고 있다"며 “나는 국민을 실망시키기를 원치 않고 내 원칙에서 후퇴하고 싶지도 않아 사퇴한다”고 깜짝 발표를 한 바 있다. 

 

 하리리는 약 80분간동안 이어진 12일 인터뷰 내내 창백하고 어두운 얼굴색에다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격정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 때문에 레바논 국민들은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하리리가 사우디의 강요로 사퇴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또다시 나오고 있다.

 

   CNN에 따르면 레바논 국영TV를 포함해 현지의 방송사들은 하리리 인터뷰 영상 방송을 거부하기까지 했다. 퓨처 TV는 하리리가 소유하고 있는 방송사로, 그는 퓨처TV의 인기 진행자인 폴라 야쿠비안을 사우디 리야드로 불러 인터뷰를 촬영했다.

 

  심지어 야쿠비안 조차도 인터뷰 중 하리리에게 "사우디 왕국의 죄수가 아니고, 인질도 아니며, 가택연금돼있지 않다고 사람들에게 확신시켜줄 수 없다"며 "나 조차도 이 극장의 일부(eing part of this theater) 됐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이다.

 

  베이루트 아메리칸대의 미디어연구자인 하비브 바타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하리리는 긴장한 모습이었고, 감정적이었으며, 너무 쉽게 눈믈을 보였다"면서, 하리리가 사우디에 사실상 죄수신세로 억류돼있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TV 인터뷰를 보고 생각을 바꿀 것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레바논 미디어 전문가인 콜로드 에 칼 역시  "하리리가 왜 그토록 피곤하고, 너무나도 예민하며, 불행해 보였을까"라고 반문했다.

 

  하리리는 실제로 퓨처 TV와의 인터뷰 중 격한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인터뷰가 시작된 후 15분쯤 지났을 때 먼저 쉬었다가 하자고 제안을 했고, 인터뷰 중 자주 물을 마시는 바람에 진행자 야쿠비안이 자기 물을 마시라고 하리리에게 컵을 건네주기도 했다. 에 칼은 "하리리에 대한 평가와는 상관없이 (12일은) 레바논에게는 끔찍한 날"이라고 지적했다. 

 

  레바논 소셜미디어에는 하리리 인터뷰 말미에 카메라에 잡힌 남성이 수상하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왠지 하리리가 이 남성의 눈치를 보고 있는 듯했다는 것이다. 일부는 이 남성이 하리리를 감시하고 있는 것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레바논이 사우디와 이란 간의 갈등에 본격 휘말려 들어가게 된 것은 지난 4일 예멘에서 날아온 유도 미사일 한 기가 사우디 수도 리야드 인근에서 요격된 이후부터이다. 같은 날 사우디를 방문 중이던 하리리는 돌연 총리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틀 뒤인 6일 사우디 정부는 헤즈볼라로부터의 위협을 사퇴 이유로 내세웠던 하리리를 지원이라도 하듯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레바논 무장조직 헤즈볼라가 후티 반군이 점령한 예멘에서 사우디를 향해 이란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란과 헤즈볼라는 사우디의 주장을 모두 부인했다.

 

  레바논은 수니파, 시아파, 마론파, 기독교계 등이 권력을 분점하고 있는데 하리리 총리는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수니파 지도자이고, 헤즈볼라는 친이란 시아파이다.

 

  하리리 총리는 지난 2005년 헤즈볼라의 테러로 숨진 라피크 알하리리 총리의 둘째 아들이다. '아버지' 하리리는 2005년 2월 14일 베이루트 해안지역에서 트럭 폭발로 경호원 등 22명과 함께 사망했다. 레바논 총리를 두 차례 역임했던 그는 친서방 정책과 레바논 주둔 시리아 군의 철수를 추진해 헤즈볼라와 갈등을 빚었다.

 

 라피크 하리리의 죽음 이후 그의 아들인 사드 알하리리가 정권을 이어받았지만 유엔레바논특별법원에 암살사건 조사를 의뢰하면서 헤즈볼라 소속 장관들이 내각에서 탈퇴해 연정이 붕괴됐다. 2006년 정권을 잡은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전쟁을 단행했고, 이로 인해 레바논은 또다시 극심한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사드 알하리리는 2009년 다시 정권을 잡아 2011년까지 총리직에 있다가 물러났다. 이후 해외에 체류하다 2014년 8월 귀국, 2016년 11월 다시 총리로 취임해 지난 4일 사퇴발표를 하기 전까지 재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