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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역사여행-⓷히에라폴리스 : 로마제국의 신성한 도시

bluefox61 2024. 8. 9. 15:23

   

파묵칼레. 사진과 영상에서 보던 것보다는 온천수가 그리 많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지만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목화의 성'이란 뜻을 가진 파묵칼레 언덕 위에는 2000년이 넘는 로마시대의 도시 '히에라폴리스'가 있습니다. '히에라'는 '성스러운'이란 뜻이고, 폴리스는 '도시'란 뜻이죠. 

 

파묵칼에의 온천수가 흐르는 새하얀 계단식 석회붕도   아름다웠지만,  더 흥미로웠던 것은 2000년 넘는 역사를 간직한 히에라폴리스 유적지였습니다. 이 곳에 이토록 드넓은 도시를 세운 사람들은 누구였을까요? 이 언덕 위에서 살며 온천 목욕을 즐기고, 오늘날의 헬스센터에서 처럼 체육관 시설을 이용하고, 공부하고, 원형극장에서 연극과 음악 공연을 즐겼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요? 그리고, 한때 화려하고 번영했던 이 도시는 왜 멸망해 지금과 같은 폐허가 됐을까요? 

 

히에라폴리스의 원형극장. 지금도 종종 이곳에서 공연이 열린다고 합니다.

 

 

히에라폴리스는 원래 기원전 7세기에 프리기아라는 소왕국에 소속된 도시였다고 합니다.

프리기아 왕국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사실은 우리가 잘 아는 왕국이기도 하답니다. 바로 그 유명한 '미다스 손'의 미다스가 프리기아의 왕이기 때문이죠. 미다스는 디오니소스로부터 손에 닿는 모든 것을 황금으로 바꾸는 능력을 받았다가, 먹을 음식과 딸까지 금덩이로 변해버리자 땅을 치며 후회했다는 바로 그 왕이지요. 그런가 하면 알렉산더 대왕이 도저히 풀지못해 화가나 칼로 잘라버렸다는 '고르디우스의 매듭' 이야기의 배경이 프리기아 왕국이기도 합니다. 매듭을 푸는 자가  왕이 될 것이란 전설대로 알렉산더는 세상을 정복했지요. 

 

그 프리기아의 도시들 중 하나였던 히에라폴리스를  본격적인 온천 도시로 발전시킨 것은  목욕을 유난히 좋아했던 로마 제국이었습니다. 기원전 2세기 이 곳에서 출토된 동전에 히에라폴리스라는  이름이 새겨있다고 합니다.  한창 번창했을 때에는 인구가 10만명이나 됐다고 하는데, 로마 황제 칼리귤라, 하드리아누스도 이 곳을 찾았고, 클레오파트와 안토니우스도 찾아와 온천을 즐겼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로마는 이곳에 원형극장, 아폴로 신전, 공동묘지, 온천욕장 등 귀중한 문화유적을 남겼습니다. 테르메라고 하는 온천욕장은 온욕실과 냉욕실은 물론 스팀으로 사우나를 할 수 있는 방, 대규모 운동시설, 호텔과 같은 귀빈실, 완벽한 배수로와 환기장치까지 갖추고 있었다고 해요. 

 

그런가하면 이곳은 초기 기독교의 유적지이기도 합니다. 사도 빌립보(Philip)가 기독교 포교활동을 하다가 서기 87년경에 도미티아누스 황제에 의해 이곳에서 십자가형을 당했다고 하지요. 순교자 성 빌립보 기념 성당 유적이 이 곳에 남아있습니다. 

아래사진은 히에라폴리스로 들어가는 남쪽 입구입니다. 커다란 돌을 잘라내 차곡차곡 쌓고 그 위에 또 커다란 돌로 아치를 만들어낸 솜씨가 대단합니다. 

히에라폴리스로 들어가는 남쪽 게이트


문 앞으로는 대로가 쭉 뻗어있는데, 오래 전에는 이 길을 따라 수많은 건물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기둥만 남아 있는 아래 건물은 체육관 시설이었다고 하네요. 

 

히에라폴리스의 하일라이트는 역시 원형극장이지요. 이곳에 원래 기원전 2세기에 세워진 고대 그리스 극장이 있었는데, 서기 60년 지진으로 완전히 파괴되고 남은 건축 자재를 활용하여 2세기 경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현재 자리에 극장을 건축했으며, 3세기 초반 로마 황제 셉티무스 세베루스가  확대, 개조했다고 합니다. 극장에 들어가기 전에 세워져 있는 설명문을 읽어보니, 무대 위 기둥에는 아폴로와 아르테미스 상이 새겨져 있다고 하네요. 또 2009~2013년 문화부와 피아트그룹이 이곳을 복원했다고 해요. 

 

1만 명 넘게 수용할 수있다고 하는데, 과연 웅장한 규모이더군요. 

원형극장에서 관광객들이 꼭 해보는 것 있지요? 얼마나 소리가 잘 퍼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박수치기요. 저도 해보았더니 과연 소리가 잘 울리더라구요. 

 

아래 사진은 그 유명하다는 클레오파트라 수영장입니다. 정식 명칭은 앤티크 풀.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가 신혼여행차 여기와서 온천 목욕을 했다는 전설이 있는데, 사실로 확인된 것은 아닌지 위키피디아나 공식설명에는 그런 내용은 없더라고요. 저도 몸을 담궈보니 수온은 수영하기 적당하게 미지근한 수준이더군요. 뜨끈한 온천 수는 아니예요. 한때 히에라폴리스에는 이런 야외 온천목욕장이 십수개가 있었고, 현재의 수영장은 7세기 경에 생긴 것이라고 하네요. 바닥에는 로마시대의 부서진 대리석 기둥이 잠겨있는데, 언제 또 로마시대 유적지를 발밑에 두고 수영을 해볼까 싶어서 열심히 헤엄을 쳤답니다.

 

 

476년 서로마가 멸망한 후 동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으며 계속 번영했던 히에라폴리스는 7세기 페르시아군의 공격과 지진으로 사실상 파괴됐다고 합니다. 특히  1354년 이 지방을 강타한 대지진으로 완전히 폐허가 됐다고 해요. 18세기 들어 유럽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돌아 유적지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고, 1887년 독일 고고학자 카를 후만에 의해 본격적인 발굴과 복원작업이 이뤄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박물관에 들어가면, 히에라폴리스 전성기때 만들어졌던 다양한 유물들, 조각상들을 볼 수도 있습니다. 

 

<물컵을 든 님프 요정 조각상>. 물컵은 어디에?

 

어느 귀족의 대리석 관입니다. 생생한 조각 솜씨 보셔요. 

 

미켈란젤로의 작품에 못지 않은 뒷태 표현이 눈길을 끕니다. 다리는 용인지, 뱀인지, 아니면 물고기인지 비늘이 새겨져 있습니다. 

 

히에라폴리스 여행을 마치고,  또하나의 고대 그리스와 로마 제국 시대 도시 에페수스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