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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대계 만화가 조 사코의 의미심장한 실화 만화책 <팔레스타인>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늙은 농부 한명이 제 손으로 올리브 나무를 잘라내며 눈물을 뚝뚝 흘린다. 

그는 지금 이스라엘군의 명령으로 올리브 나무를 베어내고 있는 중이다. 

이유는 나뭇가지가 해당지역을 감시하는 시야를 가린다는 것. 

농부에게 몇그루되지 않은 올리브 나무는 유일한 생계수단이자, 아이들의 학자금이며,

자신의 생명같은 존재다. 


대다수 팔레스타인 인들에게 올리브는 나무 이상의 존재다. 이스라엘의 강압적인 정책으로 인해

제대로 경제활동을 하기 힘든 그들에겐 올리브 열매를 거둬들여 팔아 

돈을 마련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분리장벽이 세워진 후 이스라엘 지역의 직장으로 출근할 수조차 없어진 팔레스타인 인들은 

가난에 찌들어 살고 있다.


올리브 나무를 둘러싼 팔레스타인 인들과 이스라엘 군간의 마찰은 외신을 통해 

심심찮게 보도되곤 한다. 어떤 농부는 올리브 나무를 자르지 못하게 자신의 몸을 

나무에 칭칭 묶어놓은채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어떤 할머니는 잘려나간 올리브 나뭇가지를 

부여잡고 절규하기도 한다. 




영화 <레몬 트리>에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을 상징하는 존재로 

올리브 나무 대신 레몬 나무가 등장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국경지역에 자리잡은 자그마한 레몬 농장을 홀로 가꾸며 살고 

있는 여주인공 살마는 어느날 이스라엘 군으로부터 느닷없이 레몬 나무를 모두 베어버리겠다는 

명령을 받는다. 철조망 건너편에 이사온 국방장관의 안전을 위해서라는 것이 군당국의 이유였다.

소액의 보상금은 주겠다는 단서를 달아서.. 


주변사람들은 수많은 팔레스타인 농부들이 비슷한 일을 겪고도 보상금 한푼 못받았는데 

살마 경우은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복잡한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살마에게 레몬 나무들은 수십년동안 아버지의 손길과 땀이 서려있는 존재이며,

어린 시절의 즐거웠던 추억이며, 사망한 남편과 이제는 장성해버린 아이들의 생계를 책임졌던 

든든한 버팀목이다. 아니, 그것은 살마 자신의 인생이었다. 


살마는 결국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며 국방장관을 상대로 고소를 제기하고, 

결국엔 이 사건을 대법원까지 가지고 가 국제적인 뉴스의 주인공이 되고 만다. 



영화는 마지막에 국방장관과 살마의 모습을 비추는 것으로 끝난다. 

레몬나무 사건때문에 아내의 사랑과 믿음은 물론 정치적 입지까지 상실하게 된 국방장관은

자기 집 앞마당에 높이 세워진 콘크리트 담을 묵묵히 바라본다. 

얼마전까지 그의 집과 레몬 농장 사이에 처져있던 허술한 철조망은 이제 

든든한 콘크리트 담벼락을 바뀌었다. 

그러나, 그는 그토록 원했던 안전을 얻은 것일까.

아니, 그는 이제 또다른 감옥에 들어앉아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벽 너머에서 살마 역시 대법원의 판결에 의해 처참하게 잘려나간 레몬 나무들을 

망연자실한 심정으로 바라본다. 


팔레스타인의 땅에 레몬 나무가,올리브 나무들이 푸른 하늘을 가리울정도로 

싱싱하고 무성하게 자라나 탐스런 열매를 맺을 날은 과연 언제일까.


<레몬트리>가 눈물을 펑펑 흘리게 만든다. 

Posted by bluefox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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