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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자>

 

오랜 내전에 피폐할대로 피폐해져버린 수단이 9일 드디어 남북으로 분리됩니다. 

수십만명의 생명을 앗아간 2차 수단내전 (1983~2005년. 1차는 1955~72년) 이후 평화협정에 의해 만들어진 남부 자치지역이 올해 1월 분리독립 국민투표를 전격적으로 실시했고, 90%가 넘는 주민들의 동의를 얻은 결과 남 수단이 북 수단으로부터 분리독립하게 된 것입니다. 

북 수단의 수도는 89년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오마르 알 바시르 대통령이 22년째 버티고 있는 하르툼이고, 남 수단의 수도는 주바입니다.남수단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탄생된 54번째 신생국가입니다. 

이로서 수단의 유혈분쟁은 끝이 나게 된 것일까요. 문제는 그리 간단치않은 것같습니다. 남수단의 분리독립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던 알 바시르는 북수단과 남수단 중간지점에 있는 아비에이를 내놓으라면서 공격해 수많은 주민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북수단의 남코르도판주 인근에 있는 아비에이는 풍부한 원유매장량과 목초지를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다르푸르사태에서 보듯, 수단에서는 아랍족과 토착 아프리카부족간의 인종 갈등이 치열한데다가 가뭄으로 인해 목초지가 위협받으면서 서로 땅을 차지하겠며 유혈분쟁이 일어난 역사가 있는 만큼 아비에이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하다고 하겠습니다. 결국 최근 유엔이 에티오피아군을 중심으로 한 유엔평화유지군의 파병을 결정했고, 양측이 아비에이를 비무장지대로 하기로 합의한 상태입니다. 이처럼 수단의 평화는 아직도 위태위태한 것이 사실입니다. 

 


국내 개봉중인 덴마크 영화감독 수잔 비어의 영화 '인 어 베터 월드'는 수단 다르푸르로 추정되는 어떤 아프리카 땅에서 벌어지는 끔찍하고 조직적인 폭력과 덴마크의 한 바닷가 마을에서 벌어지는 아이들 간의 '따돌림'폭력을 나란히 서술해나가면서, 폭력과 복수, 그리고 화해의 의미를 짚어보는 영화입니다. 올해 아카데미 영화상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작품이란 타이틀이 아니어도, 영화는 묵직하면서도 공감가는 주제로 가슴을 때립니다. 원제는 '복수'.
수단에서의 폭력은 좀더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저질러는 반인륜적 폭력이고, 평화롭고 풍요로운 덴마크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파편화된 사회와 소외에 의해 빚어지는 것이란 차이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 폭력의 충격성, 어떤 상황 속에서 인간이 느끼는 고민, 갈등의 정도는 서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사실, 영화에 등장하는 아프리카의 폭력은 수단이든, 또다른 나라이든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아프리카의 배경이 다르푸르란 것을 비교적 강하게 암시하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안톤이 치료하는 민병대 대장> 


안톤은 아프리카 난민촌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스웨덴 의사입니다. 그는 덴마크에 별거중인 아내와 두 아들을 두고 있습니다. 난민촌의 유일한 유럽 의사인 그는 매일매일 수십명의 환자들을 돌보아야합니다. 환자들 중에는 민병대원이 휘두른 칼에 의해 임신한 배가 난도질당해 실려온 여자들도 있습니다. 아마도 그녀는 임신한 몸으로 성폭행당한 뒤 배가 갈렸거나, 또는 민병대원들이 남자아기인지 여자아기인지 심심풀이로 한 내기에 어이없이도 희생됐을 겁니다. 

여기서 민병대는 수단의 악명높은 '잔자위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내가 희생당하는 것을 목격했던 난민 남성은 안톤에게 말합니다. "그들은 악마예요." '잔자위드'역시 "말을 탄 악마"들로 불리는 존재입니다. 

수단에서 잔자위드가 등장한 것은 사실 꽤 오래됐습니다. 무아마르 카다피가 70년대부터 아프리카에서 아랍세력을 확대하려는 목적에서 남동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수단 북부의 아랍부족들을 후원했고, 그것이 잔자위드의 조직을 탄생시켰다는 설도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잔자위드의 가공할 악행이 이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2003년 다르푸르의 반정부 세력(수단해방운동군/ 정의와 평등운동)이 본격적으로 조직화하자, 알 바시르 대통령이 잔자위드를 일종의 친정부 민병조직으로 내세워 반정부 세력을 탄압하게 되면서 부터입니다. 
수단 서부에 있는 다르푸르는 '푸르 족의 집'이란 의미를 지닌 곳으로, 가뭄 때문에 목초지를 찾아 남쪽으로 내려온 이슬람 신앙을 가진 아랍계 북부 유목부족들과 푸르족 등 토착부족간의 갈등이 악화되면서 유혈분쟁의 땅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잔자위드의 반인륜적 범죄는 가공할만했습니다. 영화에서처럼 임산부의 배를 가르는 것은 물론이고 "아랍의 피를 퍼트린다"면서 여성들을 조직적으로 성폭행했으며, 수십만명의 목숨을 빼앗고 수백만명의 난민들을 발생시켰습니다. 물론 알 바시르는 한번도 자신이 잔자위드를 내세워 다르푸르의 반정부세력과 양민들을 학살한 적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잔자위드에게 무기와 자금을 대준 적이 없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유엔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에도 불구하고, 알 바시르는 최근 이란과 중국을 버젓이 여행하고 무사히 귀환하기도 했습니다.  

영화에서 안톤은 끔찍한 선택을 강요받습니다. 칼에 맞아 다리의 상처가 곪아터진 민병대 대장이 자기를 치료해달라면서 난민촌의 의사 안톤을 찾아온 것입니다. 
그는 수많은 여성과 남성을 학살했으며, 임산부의 배를 가르도록 명령한 악마같은 인간입니다. 치료를 거부해 그를 죽게끔 방치함으로써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할 것인지, 아니면 인종과 종교, 이념과 무관하게 모든 생명을 살려내야하는 의사의 본문을 지켜 악마를 구해낼 것인가...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장면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그리고 안톤은 양쪽 모두 실패하고 말지요.  

더 나은 세상은 과연 가능할까. 폭력과 기아, 질병과 정치적 혼란 속에서 신음하는 아프리카에 과연 더 나은 세상을 찾아올 수있을까. 수단에서 폭력은 이제 종식될 수있을까. 아이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기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나. 

아프리카에서나, 유럽에서나 폭력의 무게는 똑같다는 것을 가슴아프게 이야기하는 '인 어 베터 월드'는 쉽게 해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는 영화입니다.


Posted by bluefox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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