숀 펜의 진보적인 정치 이념은 그의 연기생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단정지어서 말하기는 어려운 듯하다.
베트남 전쟁에 의해 파괴되는 인간성을 고발한 <전쟁의 사상자들>(89년작)이나 <데드맨 워킹>(95년작), <대통령을 죽여라(원제는 ‘리처드 닉슨의 암살’)>(2004년작), 그리고 남부 부패정치를 소재로 한 최신작 <모두가 왕의 남자들>(2006작) 등의 작품들은 숀 펜의 정치, 사회 문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지지하는 특정 정치 노선이나 메시지를 영화 속에서 직접적으로 노출하거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영화를 이용한 적은 한번도 없다.
영화 속에서 그의 관심은 언제나 ‘사람’이었다. <배드 보이스>(1983년작)의 앞뒤 모르고 날뛰는 철부지이거나, <전쟁의 사상자들>의 극악한 살인광 , <칼리토>(93년작)의 타락한 변호사, <데드맨 워킹>의 강간살인범, <미스틱 리버>(2003년작)의 복수심에 불타는 아버지 등 숀 펜이 창조해낸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영화사에 남을 만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과연 그들은 악인이기만 한 것일까. 숀 펜이 그려내는 악인은 대부분 거대한 권력체계나 사회의 고정관념에 의해 상처입고 망가진 사람들이었다.
도대체 누가 그들을 악인이며 정신이상자라고 손가락질한 권리를 가졌는가. 숀 펜의 그려낸 악인들의 모습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참을 수없이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그가 그만큼 캐릭터자체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부조리를 예민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숀 펜은 감독으로서도 탁월한 능력을 나타내 <인디언 러너>(91년작) <크로싱 가드>(95년작) <플레지>(2002년작) 등으로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격찬을 받기도 했다.
나이 마흔 고개를 넘어서면서 영원할 것같았던 숀 펜의 ‘배드 보이’이미지도 어느새 조금씩 순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영화가 순수한 아버지상을 연기한 <아이 엠 샘>(2001년작) 과 사려깊은 수사관으로 등장했던 <인터프리터>(2005년작)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할말은 반드시 하고야마는 반골정신과 불덩어리처럼 이글거리는 에너지를 품은 배우이자 사회운동가로서 숀 펜의 행보는 사실 이제부터다. 바로 그것이 어떤 이는 열렬히 그를 사랑하고, 어떤 이들은 그를 참을 수없이 혐오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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