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연쇄테러의 주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2.사진)에 대한 첫 재판이 25일 전세계의 관심 속에 열린다.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 방송 등은 24일 브레이비크가 자신의 범행동기를 직접 세상에 알리기 위해 이른바 극우단체 `템플기사단' 군복차림으로 공개재판정에 서게 해달라고 변호인을 통해 요청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현지언론들은 브레이비크가 재판정에서 자신의 범행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법적인 책임을 부인하면서 무죄를 주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 유럽언론들은 브레이비크를 서구 최초의 `반이슬람테러리스'`새로운 유형의 극우주의자'로 지적하는 한편 유럽의 기득권층에 대한 강한 반감을 지닌 `반엘리트 극단주의자'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범인이 1978∼97년 16차례 우편폭탄으로 3명을 살해하고 23명을 다치게 한 미국의 천재적 수학자 테러리스트 `유나바머(본경 시어도어 존 카친스키)'의 `선언문' 중 상당부분을 거의 그대로 베낀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노르웨이 경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브레이비크의 단독범행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분위기이다.경찰이 오슬로 정부청사 폭탄테러와 우테위아섬 총기난사 사건의 공모자 및 유럽 극우테러단체들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지만, 24일 현재까지 이에 대한 뚜렷한 수사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브레이비크가 지난 22일 우테위아섬에서 충돌한 경찰기동대에 순순히 항복한 의도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4일 경찰이 발표한 수사속보에 따르면, 브레이비크는 체포당시 상당량의 탄약을 갖고 있는 상태였다. 도망가는 청소년들은 좇아가면서까지 총을 난사했던 브레이비크가 자결하거나, 경찰에 저항하지 않고 체포당한 것에 대해 그동안 의혹이 제기돼왔다.
이는 법정 출두를 통해 자신의 극우철학을 세상에 공표하고, 유럽 극우주의자들에게 대이슬람테러를 촉구하기 위한 기회를 얻기 위해서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AP통신은 심리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해 브레이비크가 지난 9년간 극우인터넷사이트 스톰프론트닷오르그에 게재했던 1500쪽 분량의 매니페스토(선언문) `2083 유럽독립선언'에 대한 일종의 `마케팅'을 위해 폭탄테러와 총기난사 사건을 의도적으로 벌인 것으로 분석했다. 브레이비크는 가짜 농업관련회사를 차려 다량의 화학비료를 구입해 폭탄을 제조했으며, 총격 사망자를 늘이기 위해 몸안에서 탄두가 여러개로 분열하는 `덤덤탄'을 사용하는 치밀함을 나타냈다고 경찰측은 밝혔다.
그가 범행장소로 우테위아섬의 노동당 청년캠프를 선택한 것은 옌스 스톨텐베르크 총리 참석이 예정돼있기도 하지만, 노동당이 `다문화 포용주의'를 확대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터키 등 이슬람계 및 이주민 다수를 초청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노르웨이의 다문화주의와 이슬람에 대한 증오범죄는 시작일 뿐이며, 앞으로 더많이 발생할 것이다. 노르웨이 연쇄테러는 잠을 깨우는 일종의 자명종이다."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노르웨이 연쇄테러가 알카에다같은 국제테러조직이 아니라 극우인종주의를 신봉하는 기독교 근본주의자인 `내부의 적'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다문화주의와 관용주의가 중대한 위기를 맞게 됐다.
이번 사건은 독일,프랑스,영국 정상들이 `다문화정책 실패'를 잇달아 공식선언한데 이어, 유럽 극우정당들이 경제난에 시달리는 유권자들의 불안심리를 틈타 `주류정치'에 속속합류하고 있는 가운데 터졌다는 점에서 향후 유럽 정치,사회지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되고 있다. 싱크탱크 IHS글로벌인사이트의 유럽전문가 릴리트 게보르기안이 24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민 등 다문화에 대한 솔직하고 공개적인 사회 대토론만이 (문제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촉구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연쇄테러의 범인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2)는 9년간 극우인터넷사이트에 게재해온 선언문 `2083유럽독립선언서"에서 "다문화주의,문화적 막시즘, 정치적 수정주의가 유럽 이슬람화의 뿌리"라면서 "인구학적 전쟁을 통해 유럽이 이슬람의 식민지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유럽 각국에서는 이슬람계 등 이민자 유입이 늘면서 사회적, 경제적 갈등이 악회되고 있다. 미국 퓨리서치의 2010년도 유럽이민통계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 경우 전체 인구의 7.5%(약 470만명)이 이슬람계로 오는 2030년쯤 점유율은 10.3%로 증가할 전망이다. 북유럽경우 스웨덴 인구 중 4.9% ,덴마크 4.1% , 노르웨이 3%, 핀란드 0.8%가 이슬람계 이민자이다. 특히 노르웨이의 이민인구는 독일,프랑스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옌스 스톨텐베르크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성향의 노동당이 지난 2009년 총선에서 승리한 후 적극적인 다문화 포용정책을 도입하면서 급속히 증가해왔다.
유럽의 `다문화 포비아(공포)'에 불을 지핀 것은 2008년부터 본격화된 경제난이다. 2009년 노르웨이 총선에서 `반이민'`경제보호주의'를 내세운 극우 진보당이 유권자들의 경제불안심리를 자극해 22.9%의 지지율을 얻는돌풍을 일으켰고, 지난해 9월 스웨덴 극우 진보당이 5.7%의 지지율을 얻으며 의회진출에 성공했다.이에 따라 극우포퓰리즘, 반인종주의, 기독교근본주의 등이 확산되면서 자생적 `반이슬람 테러조직'이 새로운 위협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편 오슬로 정부청사 폭탄테러와 우테위아섬 총기난사 사건에 의한 사망자는 24일 현재 93명, 부상자 약 90명이다. 브레이비크에 대한 첫 법정심리는 25일 오슬로에서 공개재판형식으로 열릴 예정인데 그는 변호인을 통해 공개재판과 제복을 입게 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