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유럽의 극우주의

bluefox61 2011. 7. 28. 14:29
유럽에서 극우주의 세력이 급성장하고 있다. 급속히 늘어난 이주민과 경제불안을 토양삼아 싹튼 극우주의는 정당조직을 통해 주류 정치로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76명의 생명을 앗아간 노르웨이 연쇄테러를 계기로 유럽의 극우테러가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1.유럽에서 극우주의가 급부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유럽각국마다 정치·경제·사회적 특수성과 역사적 배경이 다르기때문에 극우주의의 원인은 천차만별이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경제난으로 인한 빈부격차 확대, 사회복지비용 감소와 높은 실업률(특히 청소년 실업) 같은 사회·경제적 불안상황, 그리고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기존 정치권의 무능력 등을 1차적으로 꼽는다.여기에 2001년 9.11테러 이후 이슬람 테러리즘에 대한 증오심과 급증하는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불을 질렀다.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정치인들의 우파 포퓰리즘도 한몫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기사에서 "노르웨이테러는 이슬람신도와 이민자, 세계화, 유럽연합(EU)의 영향력 확대, 다문화주의 확산 등에 대한 반발이 정치 세력화하면서 일부 폭력행위로 나타나고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2. 유럽의 극우주의자 규모는.
 
극우주의 세력에는 신나치주의자, 스킨헤드, 우익 극단주의자, 기독교 근본주의자 등 다양한 그룹들이 포함되기 때문에 정확한 추종자 숫자를 산출하기는 쉽지 않다. 최소 수만명, 최대 수십만명으로 추정되고 있을 뿐이다. 다만 독일 내무부 산하 정보국이 201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독일에서만 신나치주의자 약 5600명을 포함해 총 2만5000명의 극우주의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북유럽 3국 중 극우테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스웨덴 경우 수백명의 극우주의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3.유명 극우주의자들은 누구인가.
 
대표적인 인물은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설립자인 장 마리 르펭이다. 르펭은 지난 2002년 프랑스 대선에서 사회당의 리오넬 죠스팽을 누르고 2차 결선 투표에 진출하는 돌풍을 일으켜 세계를 깜짝놀라게 했다. 국민전선은 이민자 유입, 복지국가, 유럽연합(EU)를 반대하고 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당수직에 오른 마린 르펭은  보다 유연한 행보로 프랑스는 물론 유럽 극우주의의 `새로운 얼굴'이 됐다. 
마린 르펭은 낙태문제에 대해서 보다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는가하면, 이슬람 이민자의 급증이 프랑스의 유대인과 동성애자 커뮤니티를 위협하고 있기때문에 규제해야 한다는 식으로 유권자들의 심리를 파고드는데 성공하고 있다. 헤르트 빌더스 네덜란드 자유당 당수도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인물이다. 이슬람 신자의 이민은 물론 다른 유럽국출신 이민의 유입도 반대하며, 코란 금지 등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슬람을 나치즘에 비유하는 등 거침없는 발언으로 유명하다. 
인종적 증오를 부추기는 연설때문에 최근 재판정에 서기도했지만 `표현의 자유' 덕분에 무죄판결을 받기도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극우주의자는 `북부동맹'당을 이끌고 있는 움베르토 보시이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연정파트너이기도 한 그는 이슬람에 대해 공개적으로 강한 증오를 나타내면서 이주민유입금지를 촉구하고 있다. 
이밖에 극우주의자로 자처하고 나서지는 않았지만, 유럽의 이슬람화를 뜻하는 `유라비아'란 단어를 처음 만들어낸 영국의 저술가 지젤 리트만, 진보성향의 사민당 소속이기는 하지만 지난해 이슬람 이주민들에 의해 무너지는 `독일적 가치의 위기'를 주장한 저서로 큰 파장을 일으킨 틸로 사라친 등도 극우주의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인물로 꼽힌다. 특히 리트만의 저서 `유라비아'는 노르웨이 테러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트가 탐독했던 책으로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4. 극우정당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어느정도인가.
 
유럽 각국에서 극우정당의 주류정치편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노르웨이의 극우정당인 진보당은 2009년 9월 의회선거에 무려 23%에 가까운 지지율을 얻어 제1야당이 됐고, 핀란드에서는 `진짜 핀란드인'당이 지난 4월 선거에서19%를 얻어 제3당으로 발돋움했다. 극우 스웨덴민주당은 2009년 총선에서 5석을 차지하면서 창당 22년만에 의회진출에 성공했다. 
네덜란드에서도 지난해 총선에서 자유당이 15.5%의 지지율을 얻었다. 이탈리아와 스위스의 극우정당은 연정파트너 자격으로 국정에 참여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잇달아 `다문화 정책'의 실패를 공식선언한데에는 극우 또는 우파의 압력이 적지 않았다. 의회내 13.9%를 점유하고 있는 덴마크 국민당은 지난 5월 북아프리카 이주민들의 불법유입을 막아야한다면서, 정부로 하여금 유럽연합(EU)내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장하는 셍겐조약에 가입한지 10여년만에 처음으로 국경통제강화정책을 채택하게 만드는 성과를 올리도 했다. 
프랑스 국민전선의 마린 르펭 당수는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 대중운동연합(UMP)소속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누리고 있다.
 
5. 노르웨이 테러범과 연계된 영국수호연맹, 유럽템플기사단은 어떤 단체인가.

브레이비크는 범행전 인터넷에 올린 장문의 `선언문'에서 영국수호연맹(EDL) 회원들과 교류해왔으며, 2002년 런던에서 `유럽템플기사단'을 9명과 발족했다고 주장했다. EDL은 영국의 대표적인 극우단체로 꼽힌다. 느슨한 형태의 축구훌리건(폭력적인 관중)조직으로 존재하다가 2009년에 정식으로 발족했으며, 회원은 300∼500명으로 추정된다. 
강력한 반이슬람주의를 표방하고 있고, 향후 정당조직으로 변신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유럽템플기사단은 브레이비크의 선언문을 통해 처음으로 드러난 극우조직이다. 11세기 십자군전쟁에 참가했던 유명한`템플기사단'의 이념과 이미지를 차용해온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실존하는 조직이 아니라 , 브레이비크가 혼자 만들어낸 가상조직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영국의 우파 블로거 폴 레이는 27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2002년 런던 모처에서 있었던 비밀 결사 모임에서 '유럽템플기사단'이라는 단체가 결성됐으며 자신도 참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브레이비크와의 연관성은 부인했다. 또 유럽템플기사단이 공식적인 조직이 있는 단체가 아니며, 하나의 `믿음'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6. 극우주의 핵심이슈인 이슬람계 이민자 유입 실태는.
 
미국 퓨리서치의 2010년도 유럽이민통계 자료에 따르면, 유럽 주요 17개국의 이슬람 이민자 숫자는 1826만7000명으로 전체인구 중 4.5%를 차지하고 있다. 이 숫자는 2030년 2975만9000명으로 증가해 7.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슬람계 이민자가 가장 많은 프랑스 경우 전체 인구의 7.5%(약 470만명)에 이르며, 오는 2030년쯤 점유율은 10.3%로 증가할 전망이다.
독일은 현재 5%(412만명)에서 7.1%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북유럽경우 스웨덴 인구중 4.9% ,덴마크  4.1% , 노르웨이 3%, 핀란드 0.8%가 이슬람계 이민자이다. 노르웨이의 이슬람 인구는 독일,프랑스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옌스 스톨텐베르크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성향의 노동당이 지난 2009년 총선에서 승리한 후 적극적인 다문화 포용정책을 도입하면서 급속히 증가해왔다.
 
7. 유럽에서 제노포비아(외국인혐오증) 폭력사례는?

노르웨이 연쇄테러사건은 유럽최초의 대규모 극우테러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인종혐오 범죄는 유럽 전역에서 수차례 발생했다. 영국에서는 99년 극우주의자 데이비드 코플랜드가 사제 `네일 폭탄'으로 흑인과 방글라데시 커뮤니티를 겨냥한 테러를 저질러 3명을 살해하고 수십명을 다치게 만드는 사건이 일어나 충격을 줬다. 
영국에서는 2001년 백인과 파키스탄계간 폭력사태가 일어났고, 지난해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는 로마(집시)들을 대상으로 폭력사건이 이어졌다. 스웨덴에서는 95년 14세 아랍계 소년이 스킨헤드족 3명에게 집단구타당해 살해됐으며, 이듬해 극우단체 `국민동맹'이 반나치보도로 유명한 주간지 `엑스포' 소속 기자들에게 테러를 가하려다가 경찰에 적발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엑스포에 따르면 스웨덴에서 극우테러가 가장 극성을 부렸던 90년대 중반엔 연간 100건이상의 인종폭력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노르웨이에서도 2002년 네오나치주의자가 15세 가나출신 소년을 칼로 찔러 죽이는 사건이 일어났다. 러시아에서는 2005년부터 한국 유학생들이 흉기에 찔려 다치고 집단구타 당해 사망한 사건들이 잇달았다.

8.노르웨이 연쇄테러에 대한 극우진영의 반응은?

극우 정당과 단체들은 브레이비크의 테러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역풍을 우려해 거리두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 빌더스 자유당 당수는 브레이비크가 자신을 `만나고 싶은 정치인'에 꼽은 사실이 알려지자 불쾌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EDL의 지도자 스티븐 레논은 26일 헤럴드선 등 현지언론들과 인터뷰에서 "노르웨이 사건은 이슬람계 이민에 대한 유럽의 점증하는 분노를 상징하는 것"이라면서 "국민의 권리와 목소리를 억압할 수있을지는 몰라도 (이민)문제를 사라지게 만들 수는 없을 것"이라며 유럽 각국 정부의 다문화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탈리아 집권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극우성향 정당 `북부동맹' 소속의 유럽의회 의원 마리오 보르게지오는 26일 라디오방송과  인터뷰에서 "브레이비크의 아이디어들 중 폭력적인 부분만 빼고 일부는 굉장히 훌륭하다"고 말해 파문을 던졌다.
 
9. 노르웨이 사태가 극우주의에 어떤 영향 미칠까.

유럽의 테러전문가들은 브레이비크를 모방한 극우테러가 당장 급증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있다. 유럽 각국정부가 극우단체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고 있는만큼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노르웨이 사건을 계기로 다문화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면서 극우주의가 다시 세력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0. 극우주의에 대한 EU차원의 대책 움직임은?

EU 내무장관회의는 오는 9월 급진주의와 외국인 혐오증 등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역내 안보전략'의 일환으로 `급진주의 포착 네트워크(RAN)'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RAN은 27개 회원국 청소년 지도자들과 경찰 등사법기관 관계자, 사회 문제 연구자 등이 모여 인터넷 등에서의 급진주의에 대항할 방안을 논의, 협력하는 상설 네트워크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

'내부의 적'에 무너지는 유럽 다문화주의와 관용주의

 

"더이상 유토피아는 없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자 대형기획기사에서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연쇄테러 사건을 계기로 세계최고수준의 복지, 평등, 자유,개방,관용, 치안 등을 자랑해왔던 북유럽 사회모델에 심각한 도전이 제기됐다고 분석했다. `행복지수'조사에서 언제나 톱5를 차지했던 북유럽 국가들이 내부적으로 극우주의, 정치사회적 갈등,증오, 경제적 소외 등 심각한 질병을 안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을 통해 공개됐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9.11테러이후 미국,영국, 스페인 등 세계 각국이 이슬람테러로 신음해왔지만, 노르웨이를 비롯해 스웨덴, 핀란드 등은 상대적으로 `테러의 안전지대'로 여겨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스웨덴 스콕홀름 시내 한복판에서 자살폭탄테러가 일어나면서 북유럽도 테러로부터 자유로울 수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7월에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지난 2005년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 폄하 카툰을 게재해 세계적 파문을 일으켰던 덴마크 질란츠 포스텐 신문사를 겨냥한 테러음모가 적발돼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최근 유로폴은 보고서를 통해 "국제테러조직들이 새로운 테러 타깃으로 치안검색이 강력하지 않은 북유럽을 주목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했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북유럽 각국 거리에서 보기힘들었던 경찰들의 검문검색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북유럽이 직면한 또하나의 과제는 노르웨이 연쇄테러사건을 통해 나타난 극우주의이다. 북유럽 3국중 극우주의세력이 가장 강력한 국가는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1986년 올로그 팔메 총리 암살사건에서 보듯 정치인을 겨냥한 테러가 심심치않게 발생해온 국가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밀레니엄시리즈'의 작가인 고 스티그 라르손이 몸담았던 주간지 `엑스포`는 스웨덴의 극우조직 동향을 전문적으로 감시, 폭로하는 언론으로 유명하다. 스웨덴에서는 극우주의를 고발하는 언론인을 노린 자동차폭탄테러도 수차례 발생한 적이 있다. 스웨덴의 친나치 극우세력의 뿌리는 멀리 2차세계대전 독일 나치 점령기까지 거슬러올라간다. 나치부역자들이 극우세력으로 자리잡았고, 지하 범죄조직과도 손잡고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노르웨이는 스웨덴에 비해 극우세력이 상대적으로 조직화돼있지 않은 편이다. 극우주의가 사회적으로 핫이슈가 된 적도 거의없다. 지난 2009년 총선에서 약 23%의 지지율을 얻으며 제1야당으로 부상한 `진보당'도 일각에서는 영국의보수당과 비슷한 정치이념을 가진 정당으로 보고있다. 
물론 극우정당이란 비판도 적지않다. 하지만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 테러사건을 계기로 노르웨이 내에도 `외톨이형' 극우주의자가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노르웨이 경우 총인구 480만명 중 약 11%가 이주민이다. 이주민 중 상당수는 같은 북유럽 또는 독일, 폴란드 출신이고 이슬람계는 약 3%이다. 그러나 그동안 인종적,종교적 동질성이 높았던 만큼 최근 빠르게 늘고 있는 이민자 유입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점점 더 첨예해지고 있다. 
특히 수도 오슬로 경우엔 전체 인구의 약 28%가 외국 출생자이다. 오슬로 한 주민은 FT와 인터뷰에서 "밖에서 보기엔 오슬로가 풍요로운 도시로만 보이겠지만 백인 부유층이 사는 서쪽 지역과 가난한 이주민이 주로 거주하는 동쪽 지역으로 분리돼있다"면서 "서쪽지역 거주민의 평균수명이 동쪽 주민에 비해 10년 많을 정도로 경제격차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경제난이 발생하면서, 오슬로의 이런 상황은 북유럽 다른 대도시에서도 유사하게 나타타고 있다. FT는 "반짝반짝 빛나던 겉표면에 난 균열을 비집고 스칸디나비아의 어두운 면이 드러나게 됐다"면서,이상향(유토피아)적인 모델 국가로 받아들여져왔던 북유럽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