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내가 사랑하는 배우들

'자토이치'의 기타노 다케시- 이 남자 쿨하다

bluefox61 2004. 1. 29. 15:10
기타노 다케시의 '자토이치'가 국내개봉됐습니다. 
소문대로 기타노가 득도라도 한 듯 , 영화 속에서 자유롭게 펄펄 날더군요. 
영화를 보다보니, 지난 2002년 부산영화제 때 '돌스'를 폐막작으로 출품했을 당시의 
그가 생각나더군요. 은색에 가까운 금발머리가 '충격적'이었는데,
다름아닌 '자토이치'를 위한 변신이었더군요. 
그 때 (홈피에) 쓴 글을 옮겨 봅니다. 기타노의 독특한 성격을 조금은 느껴보실 수있을 겁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며칠간 다녀왔습니다. 
폐막때 가보긴 이번이 처음인데, 예상과 달리 폐막 하루전날 아침 1회 영화에도 꽤 많은 관객들이 있더군요. 2박 3일간 체류기간동안 가장 인상적인 것은 , 폐막작 '인형들(DOLLS)'의 기타노 다케시 감독이었습니다. 가까이서 만나본 이 남자, 영화데뷔작인 '그남자 흉폭하다'가 아니라 '그 남자 쿨하다'더군요. 

1박2일의 짧은 일정동안 그가 남긴 어록을 보면, 아마 그가 얼마나 쿨한 남자인지 실감할 수있을겁니다. 모두 인터뷰 및 폐막식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는 지난 97년 '하나비'로 부산을 찾았을때도, 월드컵 한일 예선전에서 제발 져달라고 부탁해 사람들을 웃겼죠. 

1. 머리를 짧게 자르고 은색에 가까운 금발로 바꾼 이유는. 
″TV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바꾼건데, 마음에 들어서 죽을때까지 이 스타일로 있고 싶다. 
근데 연기 때문에 또 검은색으로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예 반쪽은 금색, 반쪽은 검은색으로 물들이고 다닐까 싶다.″ 
2. '인형들'의 일본 개봉시, 일본 기자들에게 ″내게 사랑의 궁극적인 형태는 복상사″라고 했다던데 사실인가. 
″밑이라도 상관없다.″ 
3.영화에는 세커플의 운명적인 사랑이 나온다. 당신에게 운명적인 사랑이란. 
″밤늦게 집에 들어갔을 때, 침흘리면서 자고 있는 아내의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시니컬한 표정으로) '이게 내 운명이겠거니' 생각한다.″ 
4.'기쿠지로의 여름'에서 엄마에게 버려진 꼬마애를 배려하는 마음씨가 참 감동적이었다. 
″그런가. 일본에서는 그런 말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왜냐면 본 사람이 없으니까.″ 
5. 얼굴이 늘 무표정하게 굳어있는데. 
″TV에서 하도 엉망진창으로 지내다보니, 평소엔 이런 얼굴도 괜찮지 않은가 싶다.″ 
6.부산영화제를 평가한다면. 
″솔직히 97년 처음왔을땐 이렇게 커질지 상상도 못했다. 
일본에도 도쿄영화제라고, 관객이 5명도 안오는 훌륭한 영화제가 하나 있긴 하다.″ 

6번째 발언은 폐막행사때 무대위에 올라가서 한말입니다. 
그런 자리에서 표정하나 바꾸지 않으면서 자국 영화제를 씹는 이 남자, 
정말 쿨하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