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136년 전통 워싱턴포스트, 아마존닷컴의 창업자에 팔리다

bluefox61 2013. 8. 6. 12:02

  워터게이트사건 특종보도로 유명한  136년 역사의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아마존닷컴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프(49)에 매각됐다.

 


  인터넷시대를 맞아 미국 등 각국의 신문업계에서 인수합병이 이어지고 있지만, 인터넷 기업인이 올드미디어 유력 일간지를 직접 인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AP통신은 미디어 전문가들을 인용해 "디지털 네이티브에 의한 최초의 일간지 인수"로 WP 매각의 의미를 분석했다.
  WP는 5일 인터넷판에 '포스트 베조스에 팔리다'란 제목의 기사를 올리고, 베조스가 WP를 2억 5000만달러(약2781억5000만원)에 인수하게 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도널드 그레이엄 회장(68)은 이날 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  현 소유주 하에서 WP가 생존하면서 이윤을 창출해나갈 수있겠지만 우리는 생존 그 이상을 원하고 있다"면서 "(소유주의 변화가) 더 큰 성공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매각 이유를 밝혔다. 베조스에 대해서는 "10년넘게 알고 지내온 관계"라면서 " 유니크하고 좋은 사주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세계정치의 수도 워싱턴DC에서 발행되는 WP는 뉴욕타임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함께 미국의 3대 신문으로 꼽히고 있다. 1877년 스틸슨 허친슨에 의해 창간됐으며,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지낸 유진 메이어가 1933년 인수해 사위 필립 그레이엄, 딸 캐서린 그레이엄을 거쳐  외손자인 도널드 그레이엄이 현재까지 경영해오고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보도로 1973년 리처드 닉슨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만들었고, 최근에는 영국 가디언지와 함께 에드워드 스노든의 국가안보국(NSA) 정보수집을 보도하는 등 수많은 특종기사로 미국은 물론 전세계 언론사의 한 획을 그었다.
  그러나 WP는 최근 수년간 여러차례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2010년에는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를 1달러에 매각했으며, 백악관 인근에 있는 본사 사옥 매각을 추진하는 등 심각한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P의 연간 수익은 2005년 9억5000만달러에서 지난해 5억8000만달러로 급감했다. 특히 신문 부문은 2005년 1억2500만달러 수익에서, 지난해 5400만달러 손실을 기록했다. 주가는 정점을 찍었던 2004년에 비해 43%나 추락했다. 판매부수도 2002년 76만8000부에서 현재는 48만1000부로 줄어들어 위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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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의 임무는 사주의 사적인 이익이 아니라 독자를 위해 진실을 찾는데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가치를 이어받으면서 변화를 도모하겠다."
  워싱턴포스트(WP)의 새로운 사주가 된 제프 베조스가 5일 성명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수익창출이나 디지털 시대로의 변화가 아니라 언론의 전통적 가치였다. 그는 "지난 수십년간 한 가문이 좋을때나 힘들때나 신념을 가지고 중요한신념의 수호자로서 훌륭히 일해왔던 만큼 (이번 인수로 인한)변화를 우려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라면서 "포스트의 가치는 변화할 필요가 없다"고 못박았다. 독자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언론 고유의 가치는 디지털시대에도 영원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변화의 필요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그는 성명에서  "인터넷이 언론의 거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WP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면서 , 좀더 인터넷 친화적인 매체로의 변화가능성을 시사했다.
  베조스의 올드미디어 '접수'는 엄격히 말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책판매 방식을 오프라인 서점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바꿔놓았으며, 전자책 시대를 활짝 열어놓은 주인공이 바로 베조스이기 때문이다.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애플의 스티븐 잡스와 함께 '디지털 네이티브'' 1세대로 꼽히는 베조스는 어린시절부터 기계광으로 유명했으며, 프린스턴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1994년 아마존닷컴을 창립했다. 창업 후 수년동안 극심한 고전을 겪었지만, 아마존을 결국 온라인 서점뿐만 아니라 세계최대규모의 온라인 쇼핑몰로 키워낸 끈기와 저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정치적으로는 진보성향이며, 동성애자 인권과 환경,우주산업에 관심이 많다. 재산은 157억달러(약17조5000억원)로 추정된다.   
  베조스는 아마존 직원들 사이에서는 홍보자료 문구까지 직접 챙기는 '마이크로 경영스타일'로 악명이 높다. 하지만 WP의 경영에는 일일이 간섭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5일자 성명을 통해 밝혔다. "WP에 이미 좋은 경영진이 있고 ,내게는 또다른 워싱턴(아마존 본사가 있는 워싱턴주)에 사랑하는 본업이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시대를 맞아 미국 언론계에서는 전통과 명성을 자랑하는 매체의 매각이 줄잇고 있다. 지난 3일 뉴욕타임스(NYT)는 경영난 타개를 위해 보스턴글로브를 레드삭스 구단주 존 헨리에게 7000만달러에 매각했다.지난 2010년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호주출신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에게 팔렸으며, 2007년에는 130여년의 전통을 가진 로스앤절레스타임스와 시카고트리뷴 등의 모회사인 트리뷴컴퍼니가 부동산재벌 새뮤얼 젤에게 팔렸다.

  WP의 매각으로, 미국 언론계를 수십년간 지배해온 3대 가문(WP의 그레이엄가, 트리뷴의 챈들러가, NYT의 설즈버거가) 중 이제 NYT의 설즈버거 가문만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