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bluefox61 2013. 8. 14. 12:00

 팔레스타인이 모처럼 열광적인 축제 분위기에 빠졌다.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을 하루앞둔 13일 밤 석방한 팔레스타인 수감자 26명이 서안지구 라말라와 가자지구에 도착하면서, 거리로 쏟아져나온 주민들이 축포를 쏘아올리고 북을 치면서 열광하고 있다고 팔레스타인 뉴스네트워크, 알자지라, 하레츠 등이 일제히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있는 라말라에 도착한 11명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야세르 아라파트 전 자치정부 수반의 묘소를 찾아 헌화했으며, 정부청사를 찾아 마무드 압바스 수반으로부터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가자지구로 향한 15명 역시 엄청난 환영인파에 휩싸였다. 이들은 수십년만에 가족과 재회해 감격의 포옹을 나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하기는, 지난 2011년 하마스에 장기억류된 자국 병사 길라드 샬리트와 맞교환 형식으로 팔레스타인 수감자 1027명을 풀어준 후 약 1년 10개월만이다.
 이번 석방은 이스라엘이 평화협상 재개조건으로 1년 이내에 팔레스타인 장기 수감자 104명을 풀어주기로 합의한데 따른 1차 조치이다. 26명 중 가장 논쟁적인 인물은 아티예 살렘 아부 무사(40)로,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이스라엘인 이작 로텐베르그를 1994년 도끼로 살해한 혐의로 19년째 수감생활을 해왔다. 로텐베르그 유가족은 13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부 무사의 석방은 어떤 상황에서도 용납될 수없는 일"이라면 "평화협상을 위한 과잉 댓가"라고 비판했다. 최장기 수감자는 파예즈 무타위 알 쿠르로, 1985년 이스라엘인 2명을 살해해 종신형을 받고 28년간 수감돼왔다. 알 쿠르는 장기간 독방수감으로 인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번에 석방된 수감자들은 이른바 '저위험도(low risk)'급이다. 대부분 20여년간 수감생활을 해왔고, 어차피 6개월이내에 형기를 마치고 출감될 사람이 상당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인권단체 관계자인 푸아르 알 카프슈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 실망스러우며, 과연 이스라엘이 평화협상에 대한 진지한 자세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스라엘 교도소에 아직도 수감돼있는 인물들 중 최고 거물은 마르완 바르구티(54)이다. 1,2차 인티파타 지도자였던 바르구티는 2002년 서안 라말라에서 이스라엘 보안대에 체포된 후 현재까지 이스라엘 교도소에 수감돼있다. 한때 평화주의를 주장했다가 대이스라엘 폭력에 뛰어든 그는 '팔레스타인의 만델라'로 불릴 정도로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다. 특히 그는 압바스 수반의 동료이자, 가장 강력한 경쟁자이다. 2004년 11월 자치정부  구성을 위한 총선에 옥중 출마하기도 했던 그가 라말라로 돌아오게 된다면, 바르구티-압바스 간의 미묘한 알력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하마스 핵심 전사로 유명한 압둘라 바르구티의 석방여부도 관심사이다. 하마스가 연관된 약 100여건의 테러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2000년대 초반 체포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생활 중이다.
 한편 14일 속개되는 평화협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 지역을 중심으로 한 정착촌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협상분위기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