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 군비경쟁이 격화되면서 중국의 2015년도 국방예산이 영국 독일 프랑스의 국방예산을 합친 것보다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는 2024년 쯤이면 중국의 한 해 국방예산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참여하고 있는 서유럽 국가 전체 국방예산보다 많아질 전망이다. 중국과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방 예산 급등으로 인해 올해 전 세계 국방 예산이 5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 총 1조 5470억 달러(약 168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영국 국방 전문 컨설팅사 IHS 제인스가 3일 발표한 '2014년도 국방예산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국방예산은 1480억 달러(약 161조 원)이다. 전년 1392억 달러에서 약 6.3% 증가했다. 반면 미국의 올해 국방 예산은 2013년 5824억 달러에서 약 1.3% 줄어든 5749억 달러(약 626조 원, 미 정부 공식 국방예산은 5720억 달러)로추정된다. 미국이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이 국방 예산을 해마다 급격히 늘이고 있는 반면 미국의 국방 예산은 긴축으로 인해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보고서는 2015년 중국의 국방 예산이 1596억 달러로 증가하면서, 영국 독일 프랑스의 국방 예산을 합친 총 1490억 달러보다 약 106억 달러 많아지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이 지난 2012년 첫 항공모함 랴오닝 (遼寧)호를 취역시킨데 이어 새로운 항모를 건조하는 등 전 군의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있어 국방 예산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중국이 최근 일본 등 주변 국가들과의 영토 분쟁으로 동중국해, 남중국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으며,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한국과도 충돌을 빚고 있는 등 군사대국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IHS 제인스의 선임 분석가 크레이그 캐프리는 3일 영국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 중국의 국방 예산 확대는 중국의 글로벌 경제 영향력 , 지정학적 파워 증대에 따른 것"이라면서 "현재는 호전성이 강하다고는 보기 어렵지만 국방 예산의 증가 규모와 속도가 워낙 커 주변국들의 불신와 지역 불안정성을 자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국방 분야 고위 관료출신인 배리 파벨 역시 "러시아가 국방 예산을 13.5% 나 늘이는 등 군사력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 악화된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는 반면, 중국은 장기적이며 지속적으로 국방 예산을 늘이고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주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와 올해 국방 예산 상위 10개국의 추이를 살펴볼 때, 가장 뚜렷한 특징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일제히 국방 예산을 줄이는 반면 중국, 러시아 , 사우디아라비아, 한국의 예산은 늘었다는 점이다. 한국의 경우 전년보다 3.6% 늘어난 약326 억 달러를 국방 분야에 투입할 것으로 보고서는 지적했다. 러시아도 군 현대화를 위해 향후 3년간 국방 예산을 무려 44%나 늘이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일본의 올해 국방예산은 전년대비 약 3.9%, 인도는 약 0.8% 줄어들기는 했지만 각각 5위와 7위를 유지했다.
보고서는 특히 오는 2020년 쯤이면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국방예산이 총 4740억 달러를 기록, 전세계 국방 예산의 약 28%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이같은 아시아 국방 예산의 급격한 증가는 전세계 국방력의 균형추를 아시아로 이동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최근 BBC와 인터뷰에서 "서방 회원국들의 국방 예산 감축으로 인해 향후 나토의 군사력이 감소될 것"으로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IHS 제인스의 제인스 폴 버튼은 "국방 예산의 추이로 볼때 군사적 영향력의 중심축이 동쪽으로 옮겨지게 될 것"으로 지적했다. IHS 제인스가 해마다 발표하는 국방예산 보고서는 전 세계 약 70개국의 국방 예산을 각종 자료를 통해 자체적으로 분석한 것으로, 각국 정부의 공식 예산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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