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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퀘어 한 복판에 독특한 광고판이 등장했다. 한 재미교포가 사비를 들여 세운, 일명 '통일은 대박이다' 메시지 광고판이다. 기사에 따르면, 메시지는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중국어 러시아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로 번역돼 게재됐다.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대박'이란 단어가 각국어로 어떻게 번역됐나 하는 점이었다. 사진을 들여다보니, 영어로는 '보난자(Bonanza)'로 번역돼있었다. '보난자'라고 하면, 가장 먼저 머릿 속에 떠오르는 것이 미국의 인기 서부 드라마이다. 서부개척시대의 한 가족을 중심으로 가족애와 정의감 등을 그린 드라마로, 흑백TV 시절인 1970년대 초 국내에서도 방영돼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게 생각난다. 
 
'대박'을 굳이 '보난자'로 번역한 이유가 궁금해 사전을 들췄다. 라틴어에 어원을 두고 있는 '보난자'는 원래 '잔잔한 바다'란 의미로 사용됐다고 한다. 맨 앞의 '본(bon)'은 '좋다'는 의미로, 선원들에게 '좋은 바다'란 곧 '잔잔한 바다'를 뜻했던 모양이다. 스페인을 거쳐 영어권으로 들어와서는 ' 대성공''대풍년'을 의미하는 단어가 됐다. '금맥''노다지'란 뜻도 있으니 '대박'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월 초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언급한 후 전 세계 언론을 통해 보도된 영어단어는 '잭팟(Jackpot)'이었다. 청와대에서 외신에 제공한 표현인지, 외신기자들이 우리 말의 맛을 살려 택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박대통령이 지난 1월 22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통일은 남한 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모든 인접국에게도 잭팟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한 것을 보면, '대박'의 우리 정부 공식 영어번역은 '잭팟'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그래서 또 궁금해졌다. '잭팟'의 '팟(pot)'이 '단지'인 것은 알겠는데 '잭(jack)'이 들어간 이유는 무엇이며, 언제부터 '거금'을 가르키는 말이 됐을까. 웹스터사전 등에 따르면 트럼프 카드에 'J'로 표기되는 '잭'이 처음 등장한 것은 16세기 또는 17세기 쯤이다. 하고 많은 남자 이름 중 '잭'이 된 이유는 '충직한 남자 하인'을 뜻하는 일종의 보통명사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것이 '팟'과 만나 도박판 용어가 된 것은 19세기 중후반부터이다. 우리 영한 사전에 '히트 더 잭팟(hit the jackpot)'이란 표현은 '장땡잡다'로 번역돼있다.
 

통일이 과연 '대박'인지에 대해선 논하지 않겠다. 통일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관론이나 부정적 시각을 걷어내고 , 논의의 장으로 끌어냈다는 것만으로도 '대박론'은 의미가 적지 않다. 하지만 '대박'이 과연 적절한 표현인지, 통일을 도박판의 '잭팟'이미지로 비춰지게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해선 따져볼 구석이 있다는 생각이다.


독일 통일 10주년인 지난 2000년, 20주년인 2010년에 베를린 등 구 동독과 구 서독지역을 돌아다니며 전현직 관리부터 환경운동가, 민주화 운동 투사 , 관광가이드 등 여러 독일인들을 만났지만, 그 누구의 입에서도 '통일이 잭팟'이란 말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분단된 국가의 국민으로서 그들에게 통일은 어렵지만 가야만하는 길이자 목표였을 뿐이었다. 통일된지 20년이 지난 시점에도 보이지않는 크고 작은 균열을 봉합하기 위해 힘들지만 묵묵히 할 일을 하던 독일 사람들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Posted by bluefox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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