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아! 우크라이나

bluefox61 2014. 2. 19. 12:04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야당 지도자들이 19일 전격적으로 '휴전'에 합의하고 유혈사태 종식을 위한 대화 재개를 선언했다.26명의 사망자와 1000명이 넘는 부상자를 초래하며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반정부 시위사태가 이를 계기로 전환점을 맞을지 주목된다.

 

현지언론 키예프포스트는 19일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오후 11시 쯤 야당 지도자 3명이 포함된 긴급 회의를 열었으며, 이 자리에서 양측 간의 충돌을 중단하고 대화를 갖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회의에는 정부 측에서 대통령과 비서실장, 국회의장, 법무장관 대리가 참석했고, 야당 지도자로는 비탈리 클리츠코· 아르세니 야체뉴크·올레 탸니보크가 참석했다. 정부와 야당지도자들은 각각 발표한 간략한 성명을 통해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 특히 야당 지도자들은 이번 합의로 키예프의 시위대를 강제로 해산하려던 정부의 추가 계획도 일단 미뤄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키예프에서는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휴전을 발표하기 몇시간 전, 볼로디미르 자마나 육군 참모총장을 갑자기 경질했다. 볼로디미르 자마나 참모총장은 정부의 계엄령 발포 계획에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등 최근들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게다가 국가보안국이 반정부 시위대를 '테러리스트'로 부르면서 전국적인 '대테러전' 개시를 선언해, 조만간 군대가 투입될 것이란 우려가 쏟아졌다. 


국가보안국은 서부지역 여러곳에서 시위대가 경찰과 군의 무기고를 공격, 1500정의 초기와 총탄 10만 발을 약탈했다고 주장했고,  파벨 레데프 국방장관 대리는 "계엄령이 내려지면 군을 즉각 투입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실제로 동부 드네프로페르롭스크에  주둔 중인 제25공수여단이 키예프 외곽으로 이동배치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수도 키예프의 독립광장에서는 20일 새벽 현재 수 천명의 시위대가 여전히 점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패 및 권력남용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 중인 율리아 티모셴코 전 총리는 측근을 통해 시위대에 전한 옥중 성명에서 "포기하지 말자. 독재는 무너져야 한다. 국민을 살해한 대통령은 값을 치르게 될 것이다. 여기서 멈추면 전쟁은 2015년까지 이어진다"고 말해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한편 국제사회의 우크라이나 제재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 외교장관들은 20일부터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우크라이나에 대한 제재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멕시코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 우크라이나 정부가 평화적 시위자들에 대한 폭력을 자제하기를 기대한다"며 "선을 넘을 경우 그에 대한 결과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우크라이나 정부와 야권의 대화분위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제재나 다른 조치들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18일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이 정면충돌해 최소 22명의 사망자와 10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11월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 정부가 유럽연합(EU)과의 경제협상 중단을 선언하고 러시아와 손 잡은 이후 반정부 시위가 3개월간 이어져온 가운데 일어난 최악의 유혈 사태이다.


현지언론 키예프포스트는 19일 온라인판 기사에서 키예프 중심가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무력 충돌하면서 최소 22명이 사망하고 10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사망자 22명 중 7명은 경찰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측은 경찰 사망자 전원이 총알을 맞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시위대는 경찰이 시민을 향해 실탄을 발사해 사상자가 급속히 증가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경찰이 독립광장 진압과 동시에 인근 노동조합 건물에 대한 진압작전도 개시, 조합 건물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동조합 건물은 시위대가 본부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다.


경찰은 18일 오후 8시부터 물대포,최루탄, 전기충격기 등을 동원해 시위 중심지인 독립광장 진압작전을 개시했다. 앞서 시위대에게 "자진해산하지 않으면 모든 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질서를 회복시키겠다"며 데드라인으로 통보한 오후 6시를 2시간 넘긴 시각이었다. 경찰이 광장 외곽의 바리케이드를 부수며 안쪽으로 진입하자 ,시위대는 화염병을 던지고 바리케이드를 불태우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대규모 진압작전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독립광장을 장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CNN 보도에 따르면, 독립광장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유혈사태는 빅토르 야누코비치 정부가 야권 및 시위 지도부와 일종의 '휴전'에 합의한 지 이틀 만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충격적이다. 지난 1월 22일 경찰이 독립광장 시위대 해산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5명의 사망자와 수백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적이 있지만, 하룻동안 20명이 목숨을 잃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6일 양측은 공공건물 점거시위 해산와 시위 구속자 전원석방에 전격적으로합의, 약속대로 이를 이행함으로써 모처럼만에 평화 분위기를 만들어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18일 오후 약 2000명이 의회 앞에서 시위를 벌인데 이어, 일부가 시청 재검거를 시도하고 집권 지역당 당사를 화염병으로 공격해 경찰과 정면충돌하면서 상황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정부와 야권 및 시위대 양쪽 모두 지난 3개월동안 이어져온 시위가 '결정적인 국면'을 맞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누코비치 정부는 지난해 11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유럽연합(EU)과의 경제협상 재개, 총리 퇴진, 시위처벌 강화법 폐기, 시위 구속자 석방 등 일련의 유화조치를 취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위대는 야누코비치의 자진사퇴, 조기 총선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키예프포스트, 이타르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야당지도자인 비탈리 클리츠코와 아르세니 야체뉴크가 19일 오전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만났지만, 양측은 아무런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헤어졌다. 지난 1월 23일 회동 때처럼 빈 손으로 헤어진 셈이다. 

 

현 정권의 막강한 지지세력인 러시아 정부는 지난 17일 "이번 주중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금 20억 달러를 집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조치는 반정부 시위와 외환 위기로어려움을 겪고 있는 야누코비치 대통령 측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우크라이나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한 후 외환 위기 조짐이 보이자 환율 방어를 위해 지난 달 외환 보유고의 7%를 썼으며, 중앙은행은 지난  7일부터 자본 통제 조치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