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피노체트 체포했던 스페인, '차이나머니'받고 '보편적 재판권' 수정?

bluefox61 2014. 2. 13. 12:01

스페인 정부가 중국의 압력에 굴복해 '보편적 재판관할권'을 대폭 축소하는 개정 법안을 밀어부쳐 의회에서 통과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1일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티베트에서 대량학살을 저지른 혐의로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리펑(李鵬) 전 총리 등 중국 지도자 5명에게 공식 발부된 체포 영장은 하루도 채 지나지않아 효력을 잃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스페인 법원의 '보편적 재판관할권'은 피의자가 스페인 국적자, 현재 스페인에 체류 중인 외국인, 스페인에 자주 거주하는 외국인, 정부가 범죄인 인도를 거부한 외국인일 경우에만 해당된다.인권단체들은 소송을 제기할 권한이 없고, 반드시 검사나 피해자가 직접 제소해야 한다. 개정안은 4개월 후부터 법적 효력을 갖지만,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은 모두 조사가 중단됐다.  

 

 

칠레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해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던 발타사르 가르손 전 치안판사는 12일 현지언론 엘파이스에 기고한 글에서 " 스페인이 죄를 짓고도 처벌받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오아시스의 수호천사가 됐다"며 " 경제적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반인륜적 범죄 피해자들의 인권이 무너졌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카르손은 지난 2010년 스페인 프랑코 독재치하의 범죄를 조사하던 중 '수사권 남용' 혐의로 기소돼 11년 정직 처분을 받았으며, 이후 유럽 사법재판소 일을 하다가 현재는 줄리언 어산지 법률팀 일을 하고 있다.)  


티베트 망명의회 의원인 투브텐 왕첸은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 중국 정부가 스페인 정부에게 법을 개정하라고 엄청난 압력을 넣었고, 스페인 정부는 '예스'를 외쳤다"면서 "하지만 중국이 전 세계를 소유한 것은 아니다"라고 양국 정부를 싸잡아 비난했다.야권 역시 " 법 개정의 댓가로 (정부는) 중국으로부터 어떤 댓가를 받았는지 밝히라"며 다수 의석으로 개정안 통과를 밀어부친 집권 국민당(PP)과 마리아노 라호이 정부를 공격했다.

                                             

<발타사르 카르손 치안판사>

 

'보편적 재판관할권(Universal Justice)'이란 세계 각국의 반인륜적 범죄자를 법의 심판대에 세울 권리로, 스페인은 물론 벨기에 프랑스 영국 핀란드 말레이시아 등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지난 1985년부터 시행돼왔으며, 1998년 가르손 당시 치안판사가 칠레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전 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피노체트는 1998년 신병치료차 영국 런던을 방문했다가 체포됐고, 마거릿 대처 당시 총리에 의해 스페인이 아닌 칠레로 추방돼 재판을 받던 중 심장병으로 자연사했다. 


장 전 국가주석은 지난 2006년 티베트인 대량학살, 2009년 파룬궁 탄압을 이유로 기소당한데 이어 지난 10일 세번째로 기소됐고, 지난해 10월에는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이 같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밖에  과테말라와 아르헨티나 군부독재권력, 팔레스타인 인을 학살한 이스라엘 군 지도부 등도 기소 대상이 됐다.

 

그러나 비판론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 '상징적'인 제스처로 끝나, 실제로 재판이 이뤄진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최근들어선 언론과 대중의 관심권에서도 멀어졌다. 특히 국민당 정부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위해 '차이나 머니'가 절실한 상황에서 중국 지도부가 연이어 기소되자 곤혹스러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당의 알폰소 알론소 대변인은 11일 의회에서 찬성 179표 대 반대 163표로 개정안이 통과된 후 " 그동안 '보편적 재판관할권'은 외교갈등만 초래할 뿐 비효율적이었다"고 주장했다. 현지언론들은 여당 의원들은 전원 찬성, 야당 의원들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