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반도가 오는 16일 주민투표를 거쳐 우크라이나로부터 완전히 갈라져 나올 경우, 냉전 체제 종식 이후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본국으로부터 분리독립한 5번째 지역이 된다.
앞서 이런 방식으로 분리독립한 곳은 나고르노-카라바흐(아제르바이잔),남오셰티야· 압하지야(조지아), 트란스니스트리아(몰도바) 등이다. 러시아와 일부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 국제사회는 이들 4 곳을 불법정권으로 규정해 독립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공업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를 사실상 러시아에 빼앗긴 몰도바의 유리 랸케 총리은 지난 3일 외신들과 인터뷰에서 " 현재의 크림 반도가 8년전 트란스니스트리아와 흡사하다"며, 러시아의 구소련권 분리독립 전략이 크림 반도에만 머물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전염(contagious)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몰도바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인구 약 50만 명 중 무려 97%가 러시아계이다. 소비에트체제의 붕괴로 몰도바가 독립한 후 이 곳에서는 약 4개월간 내전이 벌어졌고, 이후 자치지역으로 지내다가 2006년 주민투표를 거쳐 러시아와의 합병을 선언했다. 이에 러시아는 기다렸다는 듯이 주민들에게 자국 여권을 신속하게 발급하고 경제적, 군사적 지원을 단행했다. 현재 이곳에는 '평화유지'를 명분으로 러시아 군 1200명이 주둔하고 있다. 트란스니스트리아 의회는 지난해 12월 아예 자국법을 러시아 법체계와 통합하는 헌법개정안을 통과시키기까지 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현지발 6일자 기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의 거대한 동상이 서있는 트란스니스트리아 수도 티라스폴은 아직도 구 소련체제 속에 머물러 있는 듯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남오세티야공화국과 압하지야공화국은 지난 2008년 조지아(당시 국명표기는 그루지야)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사실상 분리독립했다. 당시 러시아는 친서방 조지아 정권이 남오세티야 자치주와 압하지야자치주의 러시아계 주민들의 안전과 이익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군대를 투입해 약소국인 조지아를 상대로 전쟁을 벌여 승리했다. 이후 국제사회의 중재로 조지아와 평화협정을 체결했지만, 러시아는 2 곳을 독립국가로 일방적으로 인정한데이어 아직도 상당수의 병력을 남겨두고 있다.
나고르노-카라바흐공화국은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사이에 위치한 곳으로, 본래 아제르바이잔 내 자치주였다. 지난 1991년 자치주의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이 아제르바이잔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선언했고, 이듬해부터 약 2년간 양측은 치열한 내전을 벌였다가 1994년에야 정전협정을 맺었다. 이후 현재까지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아제르바이잔의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사실상 독립국가로 행세하고 있다. 지난 2008년에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이 양측 대통령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초청해 대화를 중재하기도 했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친러시아 국가라는 점에서 나고르노-카라바흐는 트란스니스트리아, 남오세티야, 압하지야의 경우와는 다소 차별화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모두 러시아의 영향력 하에 분리독립 과정을 밟았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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