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피정하러 로마 남쪽 소도시 아리치아 교회 시설에 내리신 교황님.. 가방도 직접 드셨다.^^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 지가 각 통신사들에게 공개한 사진이다. >
교황 프란치스코(77)는 9일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주례 미사를 집전한 후 교황청 관계자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바티칸을 조용히 빠져나가, 남쪽으로 약 24km 떨어진 작은 도시 아리치아의 소박한 교회시설에서 피정(일상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묵상과 침묵기도를 하는 종교적 수련)을 시작했다. 바티칸 기관지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교황이 14일까지 이어지는 피정의 첫날인 이날, 참석자들 틈에 섞여 앉아 설교를 듣고 기도를 올렸다고 전했다. 사순절 기간에 교황이 피정을 갖는 것는 것은 오랜 전통이지만, 프란치스코는 바티칸 밖에서 피정하는 최초의 교황이란 또하나의 파격을 더했다. 오는 13일은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된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교황의 피정기간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축하일정은 없다. 1282년만에 탄생된 비유럽 교황으로서 이탈리아의 텃세와 교황청 관료주의를 넘어서기 힘들 것이란 당초 우려와 달리, 교황 프란치스코는 지난 1년동안 교회와 일반인의 간격을 크게 좁히고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황 프란치스코가 지난 1년동안 이룩한 최대 업적은 '권위와 격식을 버린 가톨릭 교회'라고 할 수 있다. 교황은 빈자의 교회, 행동하는 교회, 포용하는 교회의 가치를 다시 세웠다. 교황 스스로도 호화로운 교황궁 대신 호텔에 머물면서 수십년된 낡은 자동차를 직접 몰고, 노숙자·병자·난민·미혼모 등을 가리지 않고 다가가 전세계에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동성애자에 대해 "내가 뭔데 심판하겠는가"라고 하고, 무신론자에 대해선 "양심에 따라 살면 된다"고 말해 교단 보수파들을 깜짝놀라게 만들기까지 했다.
교황은 신도와 일반인에게는 더없이 인자하고 유머러스하기까지 하지만, 교회의 관료주의와 형식주의에 대해서는 혹독할 정도로 비판적인 태도를 나타내왔다. 교황은 원로 사제에 부여되던 '몽시뇰'호칭을 없애고,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 출신 추기경들을 대거 새로 임명했으며, 국무원장 등 교황청 대규모 인사를 단행해 교회에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특히 비리의 온상인 바티칸 은행 개혁을 위한 위원회를 설치하고, 교황청 역사상 최초로 외부 컨설팅을 단행하기까지 했다. 또 교회의 다양한 개혁을 논의하기 위해 추기경 8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일명 'C8')을 구성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역사가 알베르토 멜로니 박사는 9일 영국 인디펜던트와 인터뷰에서 C8 구성을 "지난 1000년 교회 역사상 가장 중요한 변화'로 평가했다.
교황 프란치스코의 지난 1년이 일종의 '허니문 기간'이었다면, 본격적인 도전은 이제부터이다. 교황청 은행을 비롯한 교회 개혁 과제가 산더미인데다가, 최근 UN 아동인권보고서가 비판한 가톨릭 사제 성추행에 대해 과연 교회가 단호한 조치를 취할지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교회내 보수파의 반격도 만만치않다. 여성, 피임, 낙태, 동성애 역시 교황 프란치스코가 앞으로 풀어내야할 난제들로 꼽힌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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