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크림 투표 이후..푸틴의 선택은?

bluefox61 2014. 3. 18. 05:18

 

 

 이제 공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주민투표 결과를 내세워 크림자치공화국의 러시아 합병을 신속하게 밀어부칠 것인가, 아니면 우크라이나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포기시키고 동남부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선에서 푸틴이 사태를 마무리 지을 것인가에 따라  21세기 신 냉전시대 도래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만약 러시아가 크림 합병에 나선다면, 지난 1991년 소비에트 체제 붕괴이후 최초인만큼 서방과의 정면대결이 불가피해진다. 러시아는 남오세티야, 압하지야(조지아) , 트란스니스트리아(몰도바) 를 사실상 분리독립시켰지만 공식적으로 러시아 영토로 합병하지는 않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직은 협상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크림자치공화국 주민투표(96.6%가 러시아 귀속에 찬성)이후 최대 관심사는 17일부터 러시아 국가두마(하원)에서 진행되는 외국 영토 합병 관련 개정법 토론이다. 현행 법에 따르면 러시아가 외국의 특정 지역을 합병할 경우 반드시 상대 본국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해놓고 있다. 반면 개정법은 해당 지역의 본국 정부가 불법 정권이고,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러시아와의 합병을 결의한 경우 이를 승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크림의 경우 이 두 가지를 완벽하게 충족한다는 것이 러 정부의 입장이다. 개정법이 '크림 맞춤법' 으로 평가받는 이유이다. 국가두마는 17일부터 최종토론를 거쳐 늦어도 21일 이전에 개정법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상원  승인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서명절차까지 거치면 개정법이 공식발효된다.
 개정법이 발효된 이후 과연 푸틴이 크림 합병에 신속히 나설 것인지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이같은 접경 국가의 혼란은 정치·경제 안정을 통한 제2의 부흥을 꿈꾸는 러시아에도 결코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러시아의 외교전문지 '러시아 인 글로벌 어페어'의 표도르 루카노프는 16일 미국 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전례가 없기는 하지만 가능한 빠르게 합병절차가 진행돼 4월쯤이면 크림이 러시아 영토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푸틴은 이미 크림(합병)에 대해 결심을 한 상태"라며 "그는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외교전문가인 세르게이 스토로칸은 코메르산트에 기고한 글에서 푸틴이 이른바 '크림 옵션'의 확산을 시도해 "장차 우크라이나에서 현실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전 대통령 외교정책 보좌관인 올렉산드르 찰리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키지 않겠다는 보장을 해주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동남부 지역의 자치권을 확대하는 새 헌법을 도입하는 것을 조건으로 푸틴이 한발 물러날 수도 있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그는 "크림의 합병은 러시아의 목적이 아니다"며 " 러시아의 핵심목표는 우크라이나의 중립성 확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러시아가 크림 합병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런 시나리오가 실제로 벌어진다면 " 2차세계대전 이후  국제 안보 시스템의 대재앙"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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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림자치공화국 주민들이 16일 러시아와의 합병을 승인하면서 우크라이나 내 친러 세력 중심지인 동남부 지역이 요동치고 있다.
 주말 이틀 동안 도네츠트, 카르키프, 하리코프, 오데사 등 주요도시에서 크림 식 주민투표와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고 키예프포스트, CNN 등이 보도했다.  각 도시마다 수천명이 '(블라디미르) 푸틴'을 연호하는가하면 ' 우리는 러시아 도시'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정부청사를 장악하려는 시도가 발생했다. 특히 도네츠크에서는 러시아계 주민들이 푸틴 주도의 관세동맹 가입, 러시아어 공식언어 사용,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반대 등을 골자로 하는 청원서 서명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하리코프에서는  15일 극우 '우파진영'세력과 친러 시위대가 충돌해 2명이 사망했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역사적, 경제적으로 러시아의 강력한 영향권 하에 놓인 남동부지역의 분리독립이란 최악의 국면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르세니 야체뉴크 과도정부 총리는 16일 "우크라이나를 파괴하려는 분리주의자, 모스크바의 사주를 받고 일하는 자들을 색출해 처벌하겠다"며 강경한 자세를 나타냈다. 야체뉴크 총리는 러시아가 동남부 지역의 불안을 조장하기 위해 불순세력을 침투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동부 국경지역에서 러시아 인의 입국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미 지난 15일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주 해안마을 스트렐코보예에 공수부대원들을 투입해 가스공급기지를 장악한 상태이다. 러시아 군이 크림 반도 이외의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군사행동을 단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지언론들은 러시아 군이 헬리콥터,전투기,장갑차 등을 동원해 스트렐코보예에 전격 진입했다고 전했다. 스트렐코보예는 아조프해 지역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운송하는 '체르노네프테가스'사의 가스공급기지가 있는 곳이다. 체르노네프테가스는 우크라이나 국영기업이지만, 크림자치공화국의 분리독립 선언으로 이 지역의 체르노네프테가스 가스설비의 소유권이 크림 쪽으로 이전됐기 때문에 테러위험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병력을 투입했다는 것이 러시아 군 측의 주장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6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전화통화에서 "우크라이나 남동부 지역에서 과도정부의 묵인 아래 급진 세력들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어 우려된다"면서 러시아계 주민 위험론을 또다시 제기했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 반도에 대해서도 극우 파시스트세력이 러시아 주민들의 위협하고 있다는 점을 개입 명분으로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