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지구촌 전망대

토마 피케티 신드롬 , 그리고 세월호

bluefox61 2014. 5. 9. 11:30

토마 피케티. 요즘 국제사회에서 가장 핫 인물을 꼽자면, 아마도 이 남자가 아닐까 싶다. 한달 남짓 전부터 외신에 간간히 등장하던 43세 프랑스 경제학자의 이름이 요즘은 눈에 띄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거의 없을 지경이다. 그를 소개하는 기사 제목도 사뭇 선정적이다. '록스타 경제학자(가디언)''21세기의 (알렉시스)드 토크빌(파이낸셜타임스)''폭풍처럼 세계를 강타한 베스트셀러 저자(이코노미스트)'등 다양하다. 


 

 '피케티 신드롬'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이 현상의 출발점은 최근 미국에서 영어 번역본이 출간된 '21세기 자본론'이란 한 권의 책이다. 300여년에 걸친 자본주의 역사와 변화과정을 약 700쪽에 걸쳐 복잡한 도표와 함께 분석한  이 책을 거칠게 요약하면'자본주의 위기론'이다. 인터뷰와 신문기고문, 서평들을 종합해보면, 피케티는 이 책에서 자본주의가 성숙할수록 국가경제의 성장과 부의 배분이 이뤄진다는 기존 관념을 뒤집어 엎고 있다. 


한마디로, 경제학계의 정설인 이른바 '쿠즈네츠 가설' 또는 '쿠즈네츠 곡선'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쿠즈네츠 가설이란 한 국가가 경제성장을 시작하는 초기에는 소득 격차가 늘어나고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 성장을계속하게 되면 소득 불평등도가 완화되는 것을 말한다. 이 가설을 세운 러시아계 미국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는 국내총생산(GDP)의 개념을 세운 공로로 197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지난 수 백년에 걸친 서구 자본주의의 발전과정을 분석해보면 초기단계부터 나타난 불평등이 20세기에 해소되기보다는 오히려 고착화됐고, 21세기 현재  19세기 찰스 디킨슨 시대의 불평등으로 오히려 되돌아가고 있다는 것이 피케티의 주장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세습 부(富)'의 성장속도가 직접 일해서 번 '소득 부'의 성장속도를 넘어서면서 빈부격차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피케티는 고착화된 불평등을 해소함으로써 건강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체제를 회복하는 방법으로 연간 50만 달러 이상 소득의 80% 과세론,개별 국가가 아닌 세계적 차원의 누진 부유세 도입을 주장한다.

 

국내에 번역서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21세기 자본론'을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아직 성급한 것이 사실이다. 보도 내용으로만 보자면 지나치게 단순한 것도 같고, 전세계적인 누진 부유세의 도입 가능성에도 고개가 갸웃거려진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보면 그리 새롭지도 않은 그의 주장이 이토록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이유는 '사람의 가치'를 중심에 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소득의 불균형, 즉 빈부격차가 기회의 불균형, 기회의 격차로 이어지는 순환구조로 인해 인간의 가치가 훼손되면 민주주의체제의 위기가 도래한다는 것이 피케티의 핵심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와 서울 지하철 추돌사고를 연달아 겪으면서 새삼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사람의 가치', '사람에 대한 투자'이다. 사고의 원인은 여러가지이지만, 결국 모든 문제의 원인은 사람이다. 효율성을 위해, 수익을 위해, 또는 탐욕을 위해 우리가 외면하고 놓친 결과가 바로 세월호 참사와 서울 지하철의 어이없는 추돌사고이다. 다소 과격해보이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을 대충이나마 살펴보면서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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