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서방 대 러시아... 전방위 경제,군사제재 효과는?

bluefox61 2014. 7. 30. 11:21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보다 강력한 대러시아 추가제재 카드를 꺼내들면서, 서방과 러시아의 관계가 지난 1989년 냉전체제 종식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9일 백악관에서 러시아에 대한 추가제재를 직접 발표하면서 "신냉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서방과 러시아가 사실상 신냉전 국면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서방의 이번 추가 제재에 특별한 관심과 무게감이 실리고 있는 이유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유럽연합(EU)이 처음으로 러시아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있는 경제 제재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동안 대러 제재가 효과를 내려면  EU가 경제제재에 나서야한다고 강하게 압박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9일  "유럽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고, 그동안 러시아와의 밀접한 경제관계때문에 제재에 소극적이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불가피한 조치"라고 인정했다.

 EU집행위원회가 30일 구체적인 제재 명단 발표에 앞서 29일 공개란 '러시아 제재 요약(아우트라인)'에 따르면, EU는 러시아 정부가 주식의 50% 이상을 보유한 은행들은 앞으로 유럽 금융시장에서 90일 이상짜리 채권 판매 및 주식거래가 금지된다. 또 EU는 심해 시추, 셰일 가스와 북극 에너지탐사에 필요한 기술 이전 및 부품의 판매도 금지하고, 민간 산업과 군사 부문에 동시에 사용될 수 있는 기술 및 부품의 러시아 수출 역시 금지하기로 했다. EU는 이밖에 러시아인 8명과 3개 법인을 추가 제재대상 명단에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오바마 대통령은 29일 "에너지 분야 관련 특정 품목과 기술의 러시아 수출을 금지하고, 또 은행과 방위산업체로 제재를 확대할 것"이라면서 "러시아 경제개발프로젝트를 위한 신용공여 제공 및 금융지원도 공식 중단한다"고 덧붙였다.앞서 재무부는 러시아 대외무역은행(VTB)과 자회사인 뱅크 오브 모스크바, 러시아 농업은행 등 3곳에 대한 미국인의 신규 금융거래를 중단시켰다.이로써 러시아 6대 국영은행 중 미국의 제재를 받는 은행은 5개로 늘어났다. 이는 러시아가 앞으로 미국과 유럽의 자본시장에서 더이상 돈을 조달할 수없게 된다는 의미이다.

 이같은 서방의 경제 제재로 러시아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EU 전문매체인 'EU 옵서버'는 EU 소식통을 인용, 새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올해 230억 유로(약 31조6500억원), 내년 750억 유로(약 103조2000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이는 올해와 내년 러시아 전체 GDP의 각각 1.5%, 4.8%에 해당하는 규모다.EU 역시 러시아 제재의 역풍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EU 집행위원회는 무역금지 등 러시아가 취할 보복 조치 등의 여파로 EU가 올해 400억 유로(약 55조100억원), 내년 500억 유로(약 68조770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올해와 내년 EU 전체 GDP의 0.3%, 0.4% 규모다.

 물론, 과연 기대만큼의 제재효과가 날 것인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미국의 이번 추가제재에서 세계최대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은 또다시 제외됐다.  EU 역시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중단 등의 핵심조치는 빼고, 유전 및 셰일가스 개발에 필요한 기술 이전과 부품 거래 금지 조치만 취했다.가디언은 이 분야 제재로 EU가 약 200억 파운드(약 34조 7000억원)의 손실을 입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EU는 프랑스가 러시아와 체결한 상륙함 계약 등 기존 무기계약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고 신규무기 거래만을 적용대상으로 삼아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각국의 러시아 주요 제재>
 
 3월 6일: 미국, 우크라이나 사태에 연루된 러시아의 관료 및 개인에 대한 비자 발급 제한. 러시아와 양자 무역·투자 협상 보류.
 3월 17일 : 미국&유럽연합(EU)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부총리 등 총 11명 자신동결 및 비자발급 중지
 3월 20일 : 미국,러시아인 20명과 로씨야은행 1곳 자산동결.
 4월 12일: 미국,크림자치공화국 정·재계 인사 및 기업 제재
 4월 28일 : 미국, 이고르 세친 로스네프트 최고경영자 및 볼가그룹, 트란스오일 등 러시아 기업 제재.
 4월 29일: EU,, 러시아 군 정보국 및 크림자치공화국 관계자 등 비자발급 중단 등 제재 .
 7월 16일 : 미국, 러시아 노바테크와 로스네프트 등 에너지 기업과 가스프롬뱅크, VEB, 8개 무기회사 제재
 EU정상회의,유럽부흥개발은행(EBRD)와 유럽은행(EIB)의 러시아 신규투자 중단 등 대러 추가제재 합의
 7월 23일 :EU외교장관회의,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습 관련 러시아 책임자 비자발급 중단 및 자산동결 등 합의
 7월 28일 :일본,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개인과 단체의 자산 동결 및 크림 산 제품 수입제한.
 7월 29일 : 미국, 러시아은행 ·농업은행·VTB 은행 거래 중단. 국영 조선사인 유나이티드 쉽빌딩사 자산동결  및   거래 중단 발표
 7월 30일 : EU, 금융 ·에너지·군사부문 신규 제재 발표.러시아 정부가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은행이 유럽 금융시장에서 채권발행 금지. 러시아와 유럽 간 무기와 군용품 거래도 금지. 심해 시추, 셰일 가스와 북극 에너지 탐사 등에 쓰이는 장비 수출 금지. 군수물자로 전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품목(Dual Use Goods)을 러시아에 수출하는 것 금지. 화학·생물학·핵무기 생산에 사용될 수 있는 화학 물질 등이 포함.

   9월 12일 : EU, 러시아의 대형 에너지 기업인 만기 30일 이상의 채권을 발매하거나 주식매매 금지. 로스네프티, 트란스네프티, 가스프롬네프티가 유럽에서 자본을 조달하기 어렵게돼. 미그 전투기 및 수호이 전투기 등을 만드는 통합항공사와 탱크 제조업체 우랄바곤자보드, 헬리콥터 제조업체 오보론프롬 등 러시아 주요 방위산업체도 제재 . 앞선 제재에서 유럽 금융시장 접근을 제한당했던 스베르방크, 대외무역은행(VTB), 가스프롬방크, 대외경제개발은행(VEB), 러시아농업은행(로스셀호즈방크) 등 5개 은행도 목록에 포함. 이번 제재에선 군수물자로 전용될 수 있는 전자 제품 등 이중용도품목의 수출규제도 강화. AK-47 소총으로 유명한 러시아 방산업체 칼라시니코프사와 지난 7월 우크라이나반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를 격추할 때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크' 지대공 미사일 제조사 등 9개사가 수출규제 대상에 포함. 이 기업들에 EU 회사들이 이중용도 제품이나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 금지. 이와 함께 EU 기업들이 심해나 극지방 에너지 개발 기술, 셰일 가스 개발 기술 등을 러시아에 제공하는 것도 금지. EU는 아울러 우크라이나 동부 반군 지도자와 러시아 정부 인사와 기업인 등 24명에 대해 EU 회원국 입국을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

9월 12일: 미국,러시아 스베르방크에 대해 만기 30일이상의 채권 발매와 주식 매매를 금지.가스프롬과 로스네프티 등 러시아 에너지와 국방·기술분야5대 기업에 대해서도 만기 90일 이상의 채권 구입과 금융제공을 금지하는 등 제재를확대. 미국 기업이 러시아 심해와 북극 연안 개발, 셰일가스 생산과 관련해 러시아 에너지 기업에 상품이나 서비스, 기술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제재를 발표한 29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에서 대통령실 직속기구인 인권위원회의 미하일 페도토프 위원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푸틴은 "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지역의 아픈 어린이들이 신속히 치료받을 수있게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우크라이나 정부가 즉시 공격을 중단하고, 고통받는 동부지역 주민들을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에 나서라고 압박했다고 국영언론 리아노보스티는 전했다. 하루 전인 28일에는 국가안보회의를 주재하면서 "러시아 국방산업계는 서방의 부품 사용을 중단하고 자생력을 갖출 것"이라며 자신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잇단 제재강화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된 기존 노선을 고수하며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29일 러시아 하원은 딜로이트,KPMG, 언스트 앤드 영, 보스컨 컨설팅, 맥킨지 등 서방의 대형 회계법인과 컨설팅사의 러시아 내 영업을 금지하는 법안을 상정했다. 상징적인 조치이기는 하지만, 푸틴 정부의 대 서방 강경노선에 대한 의회의 지지를 나타내는 제스처란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현지 여론조사기관인 레바다센터에 따르면, 응답자의 64%가 우크라이나 사태악화의 책임을 '서방'으로 지목했고,  61%가 서방의 대러 경제제재에 대해 '반대'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국영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도 63%가 '객관적'이란 반응을 나타내, 러시아 국민 대다수가 푸틴의 외교노선을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28일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가 푸틴 정부에 대해 석유회사 유코스를 파산시킨 책임으로 주주들에게 500억 달러(약 51조3000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과 관련해 러시아 국민 73%는 "이번 기회에 아예 헤이그·스톡홀름·런던·빈 상설국제재판소 협정에서 탈퇴해버리자"데 지지를 나타냈다.

 서방의 제재가 푸틴 정권에 과연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전문가들은 서로 다른 견해를 내놓고 있다. 제재 효과론의 근거는 러시아 경제의 취약성을 꼽고 있다. 러시아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제로를 나타내는 등 이미 불황에 접어들고 있는데다가,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기때문이다. 러시아는 올해들어서만 루블화 가치 급락으로 750억 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25일 러시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 포인트 인상하는 등 4개월 사이에 무려 2% 포인트나 올린 것도 불안한 러시아 경제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푸틴의 최측근 인사였던 알렉세이 쿠드린 전 재무장관 겸 부총리는 국영언론 이타르 타스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금융부문에 전면적인 제재가 부과된다면 러시아 경제는 6주 안에 붕괴할지 모른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EU, 31일 관보게재 대러시아 제재>

▲유럽 금융 시장 접근 제한 ▲무기 수출 제한 ▲군수물자 전용 가능 품목 수출 제한 ▲에너지 등 민감한 기술 수출 제한

-러시아 정부가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은행이 유럽 금융시장에서 주식과 만기 90일 이상의 채권을 발행금지

-러시아 최대 상업은행인 스베르방크와 2위인 대외무역은행(VTB), 가스프롬방크,국영 대외경제개발은행(VEB), 로셀크호즈방크 제재.EU 회원국 개인과 기업은 이들 은행이 신규로 발행한 주식, 채권 등을 살거나 팔 수 없어. 이들 은행의 유럽 자회사는 제재 대상 제외.
-러시아와 유럽 간 무기와 군용품 거래 금지. 그러나 8월1일 이후 신규 계약만 제재 대상이라 2011년 체결된 프랑스의 러시아 미스트랄급 상륙한 수출은 예정대로 진행.
-심해 시추,셰일 가스와 북극 에너지 탐사 등에 쓰이는 장비 수출 금지.
- 군수물자로 전용될 수 있는 화학 물질이나 전자 제품 등 이중용도품목(Dual Use Goods)의 러시아 수출도 제한
▲이밖에 개인 8명, 기관 3곳 추가제재. 유럽의 제재 대상은 총 개인 95명, 법인 23개.

 그러나 푸틴이 이미 '돌아설 수없는 지점'을 지나 강경노선으로 치달을 것이란 분석도 많다. 영국 컨설팅사 '스피로 소버린 전략'의 니콜라스 스피로 대표는 29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 (서방제재가) 러시아의 (기존)입장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지적했고, 러시아의 정치분석가 알렉산데르 모로코프 역시 " 푸틴이 우크라이나 분리주의세력과 거리를 두기에는 이미 늦은 것같다"고 말했다.

 푸틴과 크렘린 보수파가 강경노선을 밀어부치고 있는 핵심이유는 , 서방의 궁극적인 목표가 '레짐 체인지(정권교체)'에 있다고 보기때문이다. 크렘린 외교정책자문패널의 표도르 루키아노프는 최근 러시아의 한 온라인뉴스사이트와 인터뷰에서 " 서방의 장기적인 목표는 러시아의 레짐체인지"라고 주장했다. 모스크바카네기센터의 드미트리 트레닌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 푸틴을 코너에 몰아넣으면 그의 친구들이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상황의 중대성에 대한 이해가 모자란 것"이라며  서방과 러시아 간의 갈등이 "더이상 우크라이나 문제가 아니라 '러시아와의 전쟁'차원이 되고 있다" 고 분석해 루키아노프의 주장을 뒷받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