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스코틀랜드 분리독립이 실패한 이유

bluefox61 2014. 9. 19. 15:05

 307년만에 영국으로부터 분리독립하려던 스코틀랜드의 꿈이 좌절됐다.
 19일 BBC는 99.95%의 개표가 완료된 상황에서 반대  55.42%, 찬성 44.58%로 분리독립이 부결됐다고 보도했다. 투표율은 84.4%로 집계됐다. 이로써  영국 연방과 결별하고 독립국가로서 자립하려던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도전은 무산됐다.2012년 주민투표 합의 이후 2년간 스코틀랜드를 달궜던 분리독립안이 부결됨에 따라 영국은 연방 분열의 격동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이같은 결과는 개표 초반부터 예상됐던 것이다. 스코틀랜드 전국에서 가장 먼저 개표가 완료된 중부지역 클라크매넌셔에서는 반대 1만9036표 , 찬성 1만6350표가 나와 찬·반 비율이 54% 대 46%를 나타냈다. 클라크매넌셔는 지역 의회에서 독립에 찬성하는 의원과 반대하는 의원의 수가 동일해 최종 결과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왔던 만큼, 이같은 결과에 '독립찬성'캠페인 진영에게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뒤이어 발표된 오크니 개표 결과에서도  반대 67% 대 찬성 33%였으며, 북해유전의 중심지인 세틀랜드 역시 반대 64% 대 찬성 36%로 나타났다.셰틀랜드는 스코틀랜드가 영국으로부터 분리독립할 경우 스코틀랜드로부터 분리독립하겠다며 초강경 반대입장을 취해왔던 곳이다. 서부제도 지역 역시 53.4 % 대 46.6%로 반대표가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표결과를 보면 스코틀랜드 수도인 에든버러 주민들조차 '반대'를 택했다. 독립 찬성 진영은 유권자수가 많은 던디와 최대 도시인 글래스고에서 승리하며 추격전을 펼쳤으나 격차를 더 좁히지 못했다. 독립 찬성표가 과반인 곳은 던디 등 4곳에 불과했다.


 BBC는 '독립반대'가 승리한 이유를 5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처음부터 '독립반대'가 대세였다. 즉, 각종 여론조사에서 '독립반대'가 근소하기는 했지만 '독립찬성' 을 앞서왔다는 것이다.
둘째, '영국성(Britishness)'에 대한 동질감이다. '스코틀랜드인사회적 태도'조사를 보면 지난 2011년부터 스코틀랜드 거주자 중 자신의 국가적 정체성을 '영국'으로 답한 사람이 2011년에는 15%였는데, 2013년에는 23%로 늘었다. 반면 '스코틀랜드'로 택한 사람은 2011년 75%에서 65%로 줄었다.
세번째, '위기'홍보 전략의 성공이다. 독립하는 것이 연방체제에 있는 것보다 위험성이 크다는 점을 주력 홍보한 것이 상당히 먹혔다. 투표 2일전 조사에서 ,  연방체제 존속과 분리독립 중 어느 쪽이 더 위험성이 있다고 보는가란 질문에 대해 응답자 중 49%가 분리독립을 택했다.
네번째, 투표 10일 전 나온 '독립찬성' 승리 여론조사 결과의 역풍이다. 유고브 조사에서 찬성이 반대보다 많이 나오자, 영국 정부가 스코틀랜드에서 막판 홍보전에 총력을 기울인 것이 성공한 셈이다. 특히 스코틀랜드에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고든 브라운의 역할이 컸다.
다섯번째, 경제전망의 불확실성이다. 자치정부 측은 분리독립 시 스코틀랜드가 더 잘 살 수있게 된다고 주장했고, 영국은 반대도 더 가난해질 것으로 경고했다. 사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는 점을 스코틀랜드 주민들도 알고 있다.  독립하는 것보다는 영국에 남아있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이득이라는 영국 정부의 설득 전략이 상당히 통한 셈이다.

 

 

 

 

 스코틀랜드 주민투표와 스페인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요구, 유럽 극우주의와 미국 티파티의 급부상은 모두 한 뿌리이며, '정치 엘리트의 전세계적 위기'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 분석기사에서 이번 투표가 영국의 기득권에 대한 스코틀랜드 주민의 저항이란 점에서, 최근 유럽·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나타난 정치 기득권층에 대한 저항과 같은 맥락에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스코틀랜드 주민투표가  단순히 스코틀랜드와 영국의 관계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그 결과가 전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NYT는 스코틀랜드 주민투표, 스페인 카탈루냐,유럽 극우주의, 미국 티파티는 모두 "권력수단을 쥐고있는 정치엘리트가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이같은 현상은  "현존하는 정치체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용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물론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찬성진영은 사회보장확대, 반핵, 친환경 등을 내걸고 있다는 점에서  프랑스 국민전선 등 유럽의 극우주의자나 미국 티파티와는 전혀 다른 사회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07년동안 이어져온 영국의 통치방식, 즉 웨스터민스터(영국의회)로 상징되는 정치기득권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극우주의나 티파티 운동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성체제는 '권력을 위임받은 지도자'가 사회와 국민에 이득이 되는 '선'을 행한다는 '견고한 가설'을 내세우지만, 일반 국민들은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으로 인해 이같은 가설을 더이상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따라서 스코틀랜드 주민투표의 결과가 "그리스 아테네부터 미국 워싱턴DC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수도(정치 엘리트)'에 큰 파문을 던질 것으로 NYT는 전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NYT) 역시 18일자 분석기사에서 18일 치러진 스코틀랜드 주민투표의 의미를 기성체제와 세계화에 대한 분노로 규정했다. 칼럼니스트 필립 스티븐스는 " 분리독립 찬성표를 던진 사람은 영국을 증오하기 때문이 아니라 '승자독식(winner곀takes곀all)'의 앵글로-아메리칸 자본주의보다는 '평등'을 지향하는 '스칸디나 모델'을 원하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고, 나머지 사람들은 빈곤하게 만드는 세계화가 이제는 더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이번 주민투표가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스티븐스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있는 '쉬운 해답'은 없다고 전제하면서 " 현 엘리트들이 보다 책임있는 정부를 국민에게 제시하지 못한다면 '배척의 정치(politics of exclusion)'에 휩쓸리게 될 것"으로 경고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면, 포퓰리즘과 극단적 민족주의가 판치는 시대를 맞을 수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20세기 후반의 세계사를 '국제화(internationalism)'로 정의할 수있었다면, 21세기에는 민족주의가 다시 도래하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