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영 중인 로버트 레드퍼드 감독의 ‘로스트 라이언즈’의 원제목은 ‘라이언스 포 램스(Lions for Lambs)’다. 직역하면 ‘양들을 위해 봉사하는 사자들’쯤인데, 속 뜻은 좀 복잡하다. 이 표현은 1차세계대전 중 가장 치열했던 솜 전투 때 독일의 한 장군이 무능한 장교들 때문에 떼죽음 당한 영국군 병사들을 안타까워하며 했던 말로 알려져있다. 그런가하면 영국 역사가 앨런 클라크가 1차세계대전을 조명한 저서 ‘당나귀들’에서 “멍청한 당나귀들(장교 또는 지도자들)이 사자들(영국 군인들)을 잘못 이끌었다”고 비난한 문장이 조금 바뀌어 후대에 전해졌다는 주장도 있다.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이 표현의 원작자가 기원전 4세기 알렉산더 대왕이라는 점이다. 그가 남겼다는 말은 정확하게 이렇다. “나는 전쟁터에서 양이 지휘하는 사자부대를 한번도 두려워해본 적이 없다. 그보다는 사자가 지휘하는 양부대가 훨씬 더 두렵다.”
그만큼 지도자가 어떤 인물인지에 따라서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레드퍼드 감독이 이 영화 에서 전달하고자하는 뜻은 명확하다.‘양’같은 정치지도자들 때문에 ‘사자’같은 미국 젊은이들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소중한 목숨을 잃고 있을 뿐 아니라 오늘날 미국이 좌표를 잃고 혼돈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마침 미국 시사주간지 US뉴스&월드리포트가 ‘2007년 미국의 베스트 리더 18인’을 선정, 발표했다. 올해는 미국 대선을 약1년 앞두고 있는 시점이란 점에서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어떤 사람들이 올해 명단에 올랐는지에 대한 호기심이라기보다는 지금 이 시대에 미국 국민들이 원하는 리더십은 과연 무엇인지를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베스트 리더’ 18명 중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정치인이 단 두명뿐이고, 그나마도 소위 정통파와는 거리가 있는 인물들이란 점이다. 한명은 공화당, 민주당의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는 독자 행보로 주목받고 있는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이고, 또 한명은 여성이란 핸디캡을 뛰어넘어 미국 최초의 ‘마담 스피커(하원의장)’가 된 낸시 펠로시다.
그 밖에는 동서음악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는 첼리스트 요요마, 파킨슨병에 절망하지 않고 환자권익보호 운동가로 변신한 영화배우 마이클 J 폭스, 명문 아이비리그의 여성 총장들인 루스 시몬스(브라운대)와 셜리 틸먼(프린스턴대), 영원히 공존할 수 없는 듯 보였던 환경과 기업이익간의 화해를 도모한 프레드 크룹 환경안보재단 회장 등이다. 이 잡지 선정팀은 크룹 회장에 대해 “서로 따로 떨어져 ‘혼자’ 춤춰왔던 기업과 환경단체를 ‘함께’ 춤추게 만든 공로자”로 평가하고 있다.
이들 18명의 공통점을 몇개의 단어로 정리하면 ‘팀워크정신’ ‘파트너십’ ‘자신만의 울타리를 뛰어넘는 도전과 타협정신’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지난 7년간 부시 행정부의 ‘나홀로 정신’이 초래한 수많은 문제점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 미국 국민들의 심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대에서 필요로 하는 덕목들이기도 하다. 생존을 위한 변화를 가혹하게 요구받기는 일반인들이나 한 국가를 이끄는 지도자나 마찬가지다.
다음주 월요일 19일이면 향후 한국미래를 이끌어나갈 지도자를 뽑는 선거가 꼭 한달 앞으로 다가온다. US뉴스&월드리포트 선정팀이 ‘리더십’과 함께 강조한 것은 바로 ‘깨어있는 국민들의 의식’이었다. 과거 어느때보다 지금은 “(리더가 아닌)국민들 (follewers)이 팔을 걷어붙이고 근육을 키우고 있으며 또한 그렇게 해야할 때”란 것이다. 우리는 과연 ‘양’같은 지도자를 뒤돌아 탓하는 데 만족하는‘사자’같은 국민들이 될 것인가. 아니면 ‘사자’를 조련하는 ‘사자’국민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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