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시그너스&스페이스쉽2 폭발 계기로 본 '민간우주산업'

bluefox61 2014. 11. 7. 11:18


 지난 10월 28일, 미국 버지니아주 월롭스 섬 기지에서 무인우주화물선 시그너스가 발사된지 6초만에 폭발했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배달하려던 각종 기자재와 생필품 등을 싣고 있었던 시그너스는 발사 직후 요동치더니 수직으로 떨어져 폭발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민간 우주개발사 중 하나인 오비털사이언스가 만든 시그너스는 이미 2013년 9월, 2014년 1월과 7월 등 3차례나 ISS에 물품 배달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던만큼,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상당히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10월 31일, 이번에는 영국 버진 갤럭틱사가 개발한 유인 상업 비행선 스페이스쉽2가 미국 서남부 모하비사막에서 시험비행을 하다가 추락했다. 조종사 1명이 사망하기까지 했다. 스페이십 2 역시 여러차례 시험비행에 성공한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버진 갤럭틱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과 기술진은 " 늦어도 내년 중 새로운 스페이스십2로 비행실험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밝혔지만, 현재로선 2015년으로 예정됐던 우주관광 서비스 개시의 연기는 불가피해보인다. 1좌석 당 25만달러(약 2억7000만원)하는 스페이스쉽2 우주여행에 예약을 걸어놓은 사람은 현재 약 700명에 이른다. 이중에는 스티븐 호킹,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레이디가가 등 유명인들이 즐비하다.
 우주화물선과 우주선이 잇달아 추락·폭발하면서 ‘민간우주시대’ 일정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나사(미항공우주국)와 유럽우주국(ESA),러시아 연방우주국 등에 비해 낮은 기술력과 경험을 지닌 업체들에게 너무 성급히 우주개발을 맡기지 말아야 한다는 우려과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급속 성장하는 민간우주산업 = 민간우주산업은 미국에서만 최소 2000억 달러 (약 217조 16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이 분야에는  보잉,록히드마틴 등 전통적인 비행기,로켓 제조사도 있지만,2000년대 초~2010년대 초반)에 설립된 신생회사들이 대부분이다. 분야는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첫째 우주관광 , 둘째 물품 및 우주비행사 배달, 셋째 우주 자원개발,네째 화성 정착 및 개발 등으로 나뉜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부문은 우주관광이다. 이번에 사고를 당한 버진 갤럭틱을 비롯해 아마존 의 제프 베조스가 설립한 블루오리진,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설립자 폴 앨런이 세운 스트라토론치 시스템스 등 여러 회사들이 우주관광사업에 매달리고 있다. 이들이 추진하고 있는 우주관광은 엄격하게 표현하자면 ‘준궤도 비행’이다. 우주선을 타고 달이나 화성, 또는 ISS로  비행하는 것이 아니라 약10만m 상공에서 궤도를 도는 것이다. 그동안 버진 갤럭틱이 이 부문의 선두주자였지만, 이번 사고로 인해 누가 먼저 우주관광선을 띄울 것인지를 둘러싼 경쟁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이른바 ‘우주 택시’사업 분야에서는 오비털 사이언스의 시그너스와  스페이스 익스플로레이션 테크놀로지스(약칭 ‘스페이스X’)의 무인우주화물선 드래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11년 우주왕복선 운영을 중단한 나사는 ISS에 대한 화물 수송을 러시아,일본 등 다른 나라 우주선에 의존해 오다 상업궤도운수서비스(COTS) 계획을 마련해 오비털 사이언스와  스페이스X와 ’ 및 ‘스페이스 X’와 물품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 1982년 설립된 오비털 사이언스는 로켓개발, 제조에 주력해온 방산업체이고 스페이스X는 2004년에 설립됐다. 그러나 후발주자인 스페이스X가 지난 2012년 사상최초로 무인화물선 ‘드래건’을 띄워 ISS에 물품을 공급하는데 성공하면서 이 분야의 새 장을 열었다.
 ‘우주 택시’는 곧 물품 뿐만 아니라 우주비행사들도 배달할 예정이다. 지난 9월 16일, 나사는 차세대 유인우주선 사업체로 보잉과 스페이스X를 선정했다. 주사업자는 보잉으로, 계약 규모는 42억 달러다. 나사는 보잉이 지난 수십 년간 우주 항공 분야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 스페이스X는 26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수주했다.  앞으로 두 회사는 자신들이 개발한 우주선을 활용해 우주 비행사 및 화물 운송에 관한 실험을 할 예정이다. 보잉의 우주선은  6인승  CST-100이고, 스페이스X의 우주선은 최대 7명이 탈 수 있는 드래건 V2다.이밖에 우주 자원개발 분야에서는 구글의 래리 페이지 등이 거액을 투자한 플래니처리 리소시스사가 소행성의 광물을 캐내는 ‘우주광산’프로젝트를 발표한 상태이다. 화성 정착 및 개발에는 네덜란드의 ‘마스원(Mars One)’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억만장자들은 왜 우주를 좋아하는걸까

 

 미국과 영국의 억만장자들 중에는 우주산업에 뛰어든 사람이 유난히 많다. 어림잡아 10여명에 이른다.
 대표적인 인물이 영국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64)회장과 미국 테슬라자동차의 엘론 머스크(43)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이다. 모험가로도 유명한 브랜슨은 지난 2004년 우주여행 개발회사인 버진 갤럭틱을 세워, 2010년 비행선 스페이스십2의 시험비행에 성공하며 이 분야 선두 위치를 지켜왔다. 우주산업에 진출한 시기만 놓고보자면 머스크가 브랜슨보다 앞선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인터넷 결제시스템인 페이팔을 공동창업한 그는 지난 2002년 캘리포니아에 스페이스 익스플로레이션 테크놀로지스(약칭 ‘스페이스X’)를 세웠다. 버진 갤럭틱이 지구 궤도를 비행하는 ‘우주관광’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스페이스X는 로켓을 쏘아올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화물과 우주비행사들을 배달하는 분야에 주력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자가 대중을 사업대상으로 삼고있다면, 후자는 정부를 상대로 하는 점이 다르다. 스페이스X는 ‘드래곤’이라는 우주화물선을 개발해 나사(미우주항공국)와 계약을 맺고 2012년 이후 세차례나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인터넷상거래 사이트인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50)회장도 지난 2000년 민간 우주항공사인 블루오리진을 세웠다. 블루오리진은 일반승객을 태워 대기권에서 우주여행을 체험하는 준궤도 우주여행선을 개발하고 있다. 미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차세대 우주왕복 셔틀 ‘스페이스 플레인’ 개발에도 보잉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록히드마틴과 보잉이 합착해 만든 유나이티드런치얼라이언스(ULA)와 로켓엔진 개발협력을 맺기도 했다. 
 구글의 공동설립자 래리 페이지(41),에릭 슈미트(59)회장,람 슈리람(58)이사는 우주자원개발회사인 플래니타리 리소시스사에 거액을 투자했다.이 회사는 소행성에서 다양한 광물을 채취하는 일명 ‘우주광산’프로젝트를 오는 2022년부터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공동창업자인 폴 앨런(61)은 2011년 스트라토론치 시스템스란 회사를 설립해 우주관광 비행선을 개발하고 있다. 이밖에 기업자이자 정치인으로 잘 알려진 로스 페로(84), 2001년 세계최초 민간우주인 자격으로 ISS를 여행했던 데니스 티토(74)도 우주산업에 거액을 투자한 상태이다.
 억만장자들은 왜 우주를 좋아할까. 지상에서는 더 이상 재미거리를 발견할 수없기 때문일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새로운 시장,우주’란 제목의 기획기사에서 "수퍼리치들 사이에서 우주산업이 빅 트렌트"라고 지적하면서, 이들 중 상당수가 60,70년대 태생이고 정보기술(IT)로 막대한 돈을 벌었다는 공통점에 주목했다. 기술분야에 정통한데다가, 성장기에 ‘ET’ ‘스타워스’ 등의 공상과학 영화를 보면서 우주에 대해 이전세대보다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키워온 세대란 것이다. 또 미국 정부가 우주개발의 상당부분을 민간에 돌리면서 엄청난 자금이 움직이는 시장이 형성된 점도, 남다른 사업감각을 가진 억만장자들을 우주산업으로 유인한 요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성 둘러싼 논란 = 전문가들은 시그너스와 스페이십2의 추락·폭발을 계기로 민간우주산업의 안정성 문제가 본격적을 부각될 것으로 전망한다. 물론 스페이십2 개발에 열정을 기울여온 리처드 브랜슨은 사고 후 기자회견에서 "비행기도 초기개발 단계에서는  매우 위험했다"며, 우주개발 과정에서 사고는 ‘피할 수없는 단계’임을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문제는 속도이다. 오바마 정부가 민간우주산업시대를 선언하면서, 이 분야에 진출한 민간업체들이  과열경쟁에 몰리면서 철저히 안전성을 점검할 여유가 없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우주정책 전문가인 하워드 맥커디 아메리칸대 교수는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 나사와 민간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우주산업을 추진해온 점은 평가할 만하지만  실수를 줄여나가는데 필요한 시간이 부족한 점이 문제"라면서 "마치 경험많은 조종사없이 비행기를 모든 듯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또 "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아이들’이 신제품(우주비행선) 먼저 내놓고 운행해가면서 고치자는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같다"며 "그런 태도가 스마트폰, 컴퓨터 프로그램에는 통할지 모르지만 로켓에도 통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전직 우주비행사들 사이에서는 오바마 행정부의 성급한 민간우주산업시대 선언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지난 1969년 인류 역사상 처음 달에 발을 내디뎠던 우주인 닐 암스트롱은 지난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이 유인우주 탐사계획(컨스텔레이션)을 취소한데 대해 항의하는 서한을 보내 "반세기동안 우주 개발을 이끌어온 미국이 우주를 향한 유인 탐사계획을 추진하지 않을 경우 우주 시대의 이등, 삼등 국가로 전락할 것"이며  "상업용 민간 우주선이 현실화될지 여부도 확실치 않고 우리가 희망했던 것보다 훨씬 오랜 기간과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