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ECB 양적완화, 효과있을까

bluefox61 2015. 1. 23. 11:34

 ‘수퍼 마리오(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 별명)’의 대담한 양적 완화 정책이 과연 디플레이션에 빠진 유럽 경제를 되살려 낼 수있을까.
22일 마리오 총재가  오는 3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매달 600억 유로(약75조원) 규모의 국채 매입 계획을 밝힌 이후 미국, 유럽 등 각국 증시가 부양 기대감에 일제히 상승했지만, 전문가들은 양적 완화의 효과에 조심스런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양적 완화를) 안하는 것보다는 하는게 낫다"면서도 최적의 시기를 놓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의 스티븐 슈워츠먼 최고경영자(CEO)는 22일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ECB가)훨씬 더 먼저 (양적 완화를)실행했어야 했다"면서 "그랬더라면 미국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런스 서머스 미 하버드대 교수는 22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토론회에서 "양적 완화를 유럽의 만병통치약으로 기대해서는 안된다"며  "유럽의 양적완화는 미국과 비교하면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최대 헤지펀드인 브릿지워터의 레이 달리오 회장은  WEF 토론회에서  "유럽 여러 국가가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통화 가치 약세가 유럽의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이 돼야 한다"면서도  "(양적 완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드라기 총재의 양적 완화 드라이브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ECB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유럽의 정치인들이 경제 개혁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드라기 총재가 발표한 양적 완화 계획에 따르면,  ECB는 오는 3월부터 국채를 포함한 각종 채권 매입을 시작해 내년 9월까지 모두 1조 1400억 유로(1430조 원) 를 공급할 예정이다.발표전 FT,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ECB가 3월부터 최대 2년간 매달 500억 유로씩 최대 1조 2000억 유로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보도한 것과 비교할 때, 기간은 줄어들고 월 공급 규모는 늘었다.   매입 대상은 지난해부터 ECB가 사들이기 시작한 자산담보부증권(ABS), 커버드본드 외에 유로지역 국채와 민간 영역의 채권이 망라된다. 또 각 회원국 중앙은행이 ECB에 자본 출자액 규모별로 채권을 사들이되 전체 매입량의 12%는 회원국 전체가 위험을 분담하도록 했다고 드라기 총재는 밝혔다. 트로이카(ECB, 국제통화기금, 유럽연합)의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그리스의 국채에 대해서는 " 오는 7월까지는 (매입대상에서) 제외한다"며, 그리스가 트로이카의 심사를 마무리하고 구조개혁 약속을 이행하는 것을 국채매입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오는 25일 조기총선을 앞두고 있는 그리스 각 정당은 ECB가 자국 국채매입을 7월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는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집권 신민당의 안도니스 사마라스 총리는 " ECB의 결정은 현 정부의 (긴축 및 경제구조 개혁)정책이 올바른 방향임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제1야당 시리자(급진좌파연합)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당수는 22일 유세에서 " 과반 이상의 득표로 정권을 창출하자"고 지지자들을 독려했다고 현지언론 카티메리니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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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2일자>

  유럽중앙은행(ECB)이 디플레이션에 빠진 유럽경제를 살리기 위해 오는 3월부터 최대 2년간 매달 500억 유로(약 62조 8385억원)어치의 국채를 매입하는 양적완화(QE)를 단행할 예정이다. ECB가 이같은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취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 통신은 21일 ECB 소식통을 인용해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지난 20일  ECB 6인 집행이사회에서 2016년 말까지 1조 1000억 유로를 더 풀기로 의견을 모았으며, 22일 소집된 25인 통화정책이사회에 이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도 ECB 통화정책이사회 이사들이 드라기 총재의 제안을 놓고 밤늦게까지 토론을 거쳤다고 전했다. 또 양적완화규모를 연간 600억 유로, 최대 2년간 1조2000억 유로로 전망했다. FT는 드라기 총재가 22일 오후 1시 30분 (한국시간 22일 오후 10시 30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양적완화 계획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CB의 이번 양적완화 조치는 시장이 예상했던 최소 2500억 유로, 최대 1억 유로보다 많은 규모이다.  미즈호 인터내셔널의 런던 소재 리카르도 바르비에리 에르밋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ECB가 그간 시사해온 것보다 QE 규모가 큰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핵심은 (본격적인 QE 실행에 따른) 위험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라고 강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앙헬 구리아 사무총장은 21일 다보스 포럼에서 ECB가 제한없이 채권을 사들일 수 있어야 유로 경제 회생이 가능하면서, "드라기 총재가  할 수 있는 만큼 (양적완화를)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CB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21일 뉴욕증시는 상승 마감했다.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9.05포인트(0.22%) 오른 17,554.28에 거래를 마쳤다. 

 

<각국 중앙은행 양적완화 규모 >

*유럽중앙은행      

1조2000억 유로(약1511조 2000 억)                              2015년 3월부터 최대 2년 간
*미국 연방준비제도       

3조7000억 달러 (약4018조 2000억)                             2008년 11월~ 2014년 10월
*영국은행

3750억 파운드 (약616조 6000억)                                2009년 3월~2012년 7월

*일본은행

 200조 엔(약 1837조원)·지난해 11월 무제한 양적완화 발표로 총 450조엔 규모로  예상                                                                            2013년 4월~ 무제한

 

 

 유럽중앙은행(ECB)가 사상유례없는 대규모 양적완화(QE)에 나서게 된데에는 디플레이션 위기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지난 7일 유럽통계청은 지난해 12월 유로존의 물가상승률 잠정치가  -0.2%를 기록해 전월보다 0.5%포인트나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0.2%는  직전월(11월)의 0.3%와 전문가 예상치 -0.1%를 하회한 것으로,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는  2009년 10월 이후 5년만에 처음이다.ECB의 목표치는 2%이다.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지난 2012년 8월 이후 하락하기 시작해 2013년 10월엔 1.0%를 하향돌파했고, 지난해 7월엔 0.5%를 밑돌더니 결국  마이너스로 떨어지게 된 것이다. 디플레이션이 ‘공포’수준을 넘어서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유럽 경제를 살리기 위한 ECB의 대규모 양적완화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예상돼왔던 조치이다. 지난 해 11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ECB)통화정책위원회가 필요하다면 비전통적 조치들을 추가로 사용하는 것에 만장일치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돈을 풀겠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최대 관심사는 ECB가 언제부터, 어떤 규모로 돈을 풀 것인가였다. 시장에서는 드라기 총재가 지난해 9월  " 2012년 초 수준(3조 유로)의 ECB 대차대조표 확대"를 언급했던 것을 근거로, ECB가 약 1조 유로를 시장에 공급할 것이란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블룸버그통신 등이 ECB의 양적완화 규모를 매달 500억 유로, 최대 2년간 1조 2000억 유로로 보도한 것이 맞다면 이는 시장의 예상치를 훨씬 넘어서는 규모이다. 지난해 말 FT가 유럽경제학자 3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조사에서는 대다수가 ECB 양적완화 규모를 5000억 유로로 전망했으며, 심지어 2500억 유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는 학자들도 있었다.
 문제는 앞서 양적완화조치를 취했거나 실시하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영국은행, 일본은행에 뒤쳐져 시행되는 ECB 양적완화가 과연 유럽경제를 살려내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 것인가이다. 시장에서는 양적완화가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이고 유로화 약세를 유도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유로존의 저성장 및 저인플레이션에 변화를 주지 못하고 자산 가격만 띄워 올리는 등 ‘게임체인저’가 되기는 힘들 것이란  부정적인 견해도 적지않다.  로이터통신이 지난 19일 단기자금시장 거래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해 6000억 유로어치의 국채를 산다고 해도 인플레를 ECB 목표치로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ECB의 양적완화가 제대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하지만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취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이번 양적완화 결정 과정에서도 독일 출신 이사들은 강력히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