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유가급락 속 새 국왕 체제 맞은 사우디아라비아

bluefox61 2015. 1. 23. 11:46

이슬람교의 본산이자, 중동지역의 맹주이며, 미국의 이슬람권 최대파트너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하락,시리아 내전 장기화, 극단이슬람 무장세력 급증 등 국내외적으로  난제가 산적한 민감한 시기에 새 국왕체제를 맞게 됐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새 국왕으로 즉위하게 될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80) 왕세제는 보수 전통주의와 개혁 간의 균형을 추구하는 중도파로 알려져있다. 지난 1962년부터 왕세제로 책봉되기 한 해  전인 2011년까지 50여년간 수도 리야드를 포함한 리야드 주지사로 일하면서 행정 및 정치력을 키웠고, 특히 리야드의 외국 대사관들과 교류하면서 외교 감각을 다져왔다.
 

지난 2007년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됐던 미 국무부 외교전문에 따르면 살만 왕세제는 당시 미 외교관들과의 대화에서 "개혁을 추구하되, 보수전통주의자들이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건강이 크게 악화된 압둘라 전 국왕을 대신해 살만 왕세제가 국제회의와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사실상 국왕 대행을 해왔다. 문제는 살만 새 국왕 역시 80세로 고령이란 점이다. 일부 외신들은 그 역시 건강이 좋지 않은 편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압둘라 사우디 국왕

 

살만 새 국왕 내정자


고령인 새 국왕이 사우디가 현재 직면해있는 수많은 난제들을  해결하는데 필요한 강력한 리더십을 과연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우선 최대 과제는 날개없는 추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국제유가이다. 석유에 의존하고 있는 사우디의 경제구조 특성상 유가 하락은 재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배럴당)25달러까지 떨어져도 문제없다"는 것이 사우디 정부의 입장이지만,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는 유지해야 균형재정이 가능하다.
 

시리아, 이라크 ,예멘 등 주변국과의 관계도 골칫거리이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몰아내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내전은 장기화되고 있으며,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 수니 극단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위협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이라크와의 국경지역에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해 장군 1명과 군인 2명이 사망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남쪽의 예멘에서 앙숙관계인 시아파 세력이 후티 반군이 사실상 쿠데타에 성공한 것도 사우디에게는 큰 부담이다. 이란이 핵협상에 비교적 적극적인 자세를 나타내는 등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 관계를 개선해나가고 있는 것 역시 사우디로서는 적잖이 신경쓰이는 일이다.


국내적으로는 서구식 개혁 문제가 최대 과제이다. 최근 서구 언론들은 이슬람의 가치를 모욕하는 글을 인터넷에 게시한 혐의로 태형(매를 맞는 형벌)이 선고된 사우디의 블로거 라이프 바다위 사건을 연일 보도하며 사우디의 인권침해를 맹비난하고 있다. 청년층으로부터의 개혁 개방 요구와 여성인권 개선 요구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도  새 국왕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독특하게도 형제세습으로 왕위를 이어가는 국가이다.1926년 사우드 왕조를 연 초대 국왕 압델-아지즈 이븐 사우드 국왕이 1953년 승하하면서, 형제세습의 원칙에 입각해 왕위를 이어가도록 유언을 남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대인 사우드 국왕이 1964년 사망한 이후 왕위는 현재까지 형제들에게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유럽 및 중동 등 다른 왕가에서는 차기 왕위세습자를 ‘왕세자’로 칭하지만, 사우드 왕가에서는 독특하게 ‘왕세제’란 호칭을 사용한다.23일 사망한 이복형 압둘라 국왕으로부터 왕위를 이어받게 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80)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지난 2012년 동복형이자 당시 왕세제였던 나예프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가 사망한 이후 왕세제로 책봉됐었다. 


 
새 국왕은 아버지인 이븐 사우드 초대 국왕의 5번째 또는 6번째  부인인 하사 알 수다이리가 낳은 13명의 자녀들 중 한 명이다. 수다이리가 낳은 7명의 아들 중 국왕이 된 사람은 맏아들 파흐드에 이어 살만이 두번째이다. 앞서 2012년 사망한 나예프가 왕위에 올랐다면 3명이 될 수도 있었다.

 

다음 순위 왕위 후계자는 지난해 3월 부왕세제로 임명된 무크린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70) 제2부총리다. 새 국왕 살만의 이복동생인 무크린은 공군 전투기 조종사 출신으로, 2005∼2012년 정보기관 최고책임자 등 요직들을 두루 거쳤다. 살만 왕세제가 왕위를  승계하면 무크린 부왕세제가 왕세제로 책봉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새 국왕이 자신의 친동생인 아흐메마드 전 내무장관에게 왕위를 계승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초대 국왕의 아들 형제들이 돌아가면서 왕위를 계승하다보니 ‘고령화’는 피할수없는 문제이다. 이코노미스트 등 외신들이 사우드 왕가의 특징을 ‘노인정치(gerontocracy)’로 표현했을 정도이다. 다음 왕위계승자로 지목되고 있는 무크린과 아흐마드도 이미 70대 나이이고, 손자세대에서도 60대 왕자들이 즐비하다. 


따라서 사우드 왕가의 형제세습은 무크린 또는 아흐마드에서 끝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왕실의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데다 압둘 아지즈 초대 국왕의 손자세대가 이미 권력의 중심으로 부상해 아들세대는 막내인 무크린 왕세제로 끝나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퍼온글>

 

23일 타계한 사우디아라비아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91)은 미국과의 관계강화를 통해 사우디의 현대화를 추진해온 지도자로 평가된다. 


압둘라 국왕은 사우디를 건국한 압둘아지즈 이븐 사우드 초대 국왕의 7번째 부인에게서 태어난 10번째 아들이다. 압둘라 국왕이 정계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은 1975년 제2 부총리로 임명되면서부터이며 이어 1982년 왕세제로 책봉됐다. 그는 5대 국왕인 파하드 국왕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자 1990년대 중반부터 사우디의 실질적인 통치자로 활동해오다가 2005년 제 6대 국왕으로 왕위에 올랐다. 


압둘라 국왕은 극도로 보수적인 무슬림 국가에서 조심스럽게 사회적, 경제적 개혁을 시도했던 인물이라고 AP, 로이터 등 외신들은 평가했다. 그는 특히 집권 10년 동안 여성의 권익 증진에 힘써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관련한 압둘라 국왕의 업적 중 하나는 향후 지방선거에서 여성의 참정권을 허용하겠다고 2011년 발표한 것이다. 압둘라 국왕은 2012년 여성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처음으로 허용한데 이어 2013년 법률 심의·지문 기구인 슈라위원회의 위원 150명 중 20%인 30명을 여성으로 임명하는 왕령을 발표하기도 했다. 경제적으로도 이전 국왕들에 비해 개방적인 면모를 보였다. 압둘라 국왕은 올해부터 사우디 주식시장을 외국인 투자자에게도 개방하기로 했으며 오일머니로 대규모 부동산 개발도 주도했다. 


압둘라 국왕은 ‘아랍의 봄’을 계기로 부상한 사우디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에 대해서는 방어적 태도를 취했다는 평가다. 압둘라 국왕은 당시 주변 중동 국가에서 발생한 민주화 시위가 사우디로 번질 것을 우려, 국민들의 사회복지 혜택을 대폭 늘려 소요사태를 막는데 성공했다. 압둘라 국왕은 강력한 미국의 우방으로서 친미 정책을 유지해오기도 했다. 압둘라 국왕의 사망 소식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양국 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압둘라 국왕의 확고하고 열정적인 믿음에 감사한다"며 조의를 전했다. 압둘라 국왕은 지난해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명단’ 11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압둘라 국왕의 뒤를 이어 현 부총리겸 국방장관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80) 왕세제가 왕위를 이어받게 된다. 압둘라 국왕의 이복동생인 그는 사우디 정부의 요직을 차지한 ‘수다이리 7형제’중 한 명으로, 2012년 당시 왕세제 겸 내무장관이었던 나예프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가 사망하자 왕세제로 책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