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지난해 8월, 미국 앨러배머주 몬로빌에서 활동하는 여성변호사 토냐 카터는 법무대리를 맡고 있는 고객의 금고 안을 살피던 중 누렇게 변한 종이에 싸인 꾸러미 하나를 발견했다. 포장지를 벗겨보니 오래된 원고뭉치였다. 


앞부분을 읽어보던 카터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 ‘앵무새 죽이기’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시대 배경은 1930년대 대공황기가 아니고 흑백인종 갈등기인 1950년대 중반이었기 때문이었다. ‘앵무새 죽이기’의 화자였던 주인공 소녀 스카웃은 성숙한 숙녀로, 백인여성 성폭행 혐의로 체포된 흑인을 변호하던 스카웃의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는 노인으로 등장한다.
 

카터는 ‘고 셋 어 워치맨(Go Set a Watchman)’이란 제목의 원고를 들고 몬로빌 외곽 메도스의 한 노인요양시설에 살고 있는 고객을 찾아갔다. 고객의 이름은 ‘앵무새 죽이기’의 작가 하퍼 리(88)였다. 카터는 원고의 정체에 대한 리의 대답을 듣고 깜짝 놀랐다.리가 ‘앵무새 죽이기’를 쓰기 전 ‘고 셋 어 워치맨’을 먼저 완성해놓고 출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카터는 지난 9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엔 ‘고 셋 어 워치맨’이 ‘앵무새 죽이기’의 초고인 줄 알았다"며 "리에게 완성된 원고냐고 물어보니 ‘그렇다’는 답을 듣고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은둔작가로 악명높은 리가 ‘앵무새 죽이기’이후 55년만에 처음으로  오는 7월 두번째 작품인 ‘고 셋 어 워치맨’을 출간한다는 소식이 보도된 이후, 미 문단과 출판계 안팎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의혹이 확산되고 는 분위기이다. NYT에 따르면 유명작가가 사망한 후 발견된 미발표 원고를 둘러싸고 구설수가 불거진 적은 많지만, 생존 작가의 미발표 원고가 이번처럼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는 처음이다.
 

‘고 셋 어 워치맨’의 출간계획이 논란에 휘말린 첫번째 이유는 바로 리의 건강 상태이다. 리는 지난 2007년 심각한 뇌졸증을 겪어 의사소통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로 알려져있다. 모든 대외 접촉은 변호사 카터를 통해서 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저작권 대리인인 새뮤얼 핀커스를 상대로 저작권료 소송을 제기했을 당시, 리는 소장에서 자신이 뇌졸증 발병으로 시력과 청력을 잃어가는 상태에서 보호시설에서 살고 있으며 읽고 보는 것조차 어려운 상태라고 주장했다. 


당시 리는 핀커스가 자신의 취약한 건강상태를 이용해 저작권료를 가로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약 2년이 지난 이번에는 리 자신이 ‘앵무새 죽이기’외에 다른 책을 출간할 생각이 없다고 했던 평소 소신을 뒤엎고 ‘고 셋 어 워치맨’의 출간을 "스스로 결정했다"고 말한 것은 앞 뒤가 맞지 않는다는 게 측근들의 주장이다. 한마디로, 변호사 카터가 노쇠한 리를 좌지우지해 출간을 강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리의 건강상태가 정확히 어떤지에 대해서는 간접적인 주변의 목격담이 있을 뿐이다. 카터는 ‘고 셋 어 맨’ 출간 결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리가 "매우 상처받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지난 7일 메도스의 노인요양시설을 방문했던 지인 2명은 "리가 매우 약한 상태이기는 했지만 정신은 온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지인들은 리가 타인과 의사소통하기 어려운데다가, 지난해 11월 언니 앨리스(당시 103세)가 사망한 이후 더욱 약해진 상태여서 온전히 책 출간을 결정하기 힘들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고 셋 어 워치맨’이 과연 ‘앵무새 죽이기’와 견줄만한 작품성을 가지고 있는가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부분이다. 지난 55년 동안 전 세계에서 수 천만부가 판매된 걸작 ‘앵무새 죽이기’보다 작품성이 떨어질 경우 작가에게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리는 ‘고 셋 어 워치맨’ 출간 계획을 알리는 성명에서, 이 작품을 출고한 이후 편집자로부터 주인공 소녀 스카웃의 시점으로 다시 쓰는게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고, 이를 받아들여 다시 쓴 작품이 ‘앵무새 죽이기’였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이후 ‘고 셋 어 워치맨’을 따로 출간할 생각을 하지 않았고, 반세기가 넘도록 원고가 어디 있는지도 완전히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한편 하퍼콜린스 출판사는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에 부응해 ‘고 셋  어 워치맨’초판으로 200만부를 출간할 계획이다. 최근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는 ‘앵무새 죽이기’의 판매량이 평소의 2배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Posted by bluefox61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