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들은 거장의 회화작품을 마음껏 만지세요."
‘건드리지 마시오’란 경고문 대신 ‘마음껏 만지세요’란 안내문이 내걸린 전시회가 스페인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화제의 전시는 프랑스의 루브르, 러시아의 에르미타주미술관과 함께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의 ‘프라도를 만지다(Touching the Prado)’. 지난 1월부터 6월말까지 이어지는 이 전시회에서는 관람객들이 프란시스코 고야, 디에고 벨라스케스, 엘 그레코의 회화 작품을 손으로 만지면서 감상할 수있다. 시각장애자들이 머릿 속에서 상상만 했던 스페인 거장 화가들의 작품을 직접 손끝으로 느끼면서 감격을 감추지 않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전했다.
전시 중인 작품들은 물론 오리지널이 아니라,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평면의 회화를 입체감있게 표현한 복제품이다.예를 들어 그림 속 얼굴에서 눈 코 입이나 뺨부분을 도드라지게 표현하거나, 머리카락이나 사물의 형태를 드러나보이게 만들었다. 불과 2~3mm의 차이이지만 ,시각장애인들이 느끼는데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NYT는 세계 각지의 미술관 대부분이 소장품을 늘인다든지 시설을 확대하는데 주력하는데 비해, 프라도 미술관은 장애를 가진 사람도 비주얼아트(시각미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있도록 과감히 도전했다고 지적했다. 35년전 시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안드레스 오테로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 젊었을 때 미술관에 봤던 그 작품을 만지니 마치 시력을 되찾은 것같다"며 감격해했다. 전시장에서는 눈을 감거나 안대를 한 채 시각장애인처럼 손으로 작품을 만지는 일반 관람객들도 많다.
프라도 미술관 이외에도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을 마련한 미술관들은 많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영국의 내셔널 갤러리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가이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루브르는 일부 조각작품을 장애인이 만질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이탈리아 우피치 미술관은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축약한 3D 프린팅 복제품을 전시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NYT는 프라도 미술관의 이번 전시를 시작장애인들을 위한 ‘가장 정교한 시도’로 평했다.특히 부분적으로나 색과 빛을 감지할 수있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색감까지 오리지널과 똑같이 재현해냈다.빌바오에 본사를 둔 3D 프린팅 전문회사 에스투디오스 두레로의 수석디자이너 크리스티나 벨라스고는 스미스소니언닷컴과의 인터뷰에서 " 시각 장애인 모두가 완전히 앞을 못보는 것은 아니다"며 "약간이나마 시력을 가지고 있는 장애인들이 그림의 색감까지 느낄 수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3D 프린팅 복제품 제작과정의 첫 단계는 고해상도 작품 사진 촬영이다, 그림 속 물체의 모양과 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컴퓨터 작업을 통해 세밀하게 높낮이를 부여한 다음 특수잉크로 프린트하면 복제품이 완성된다. 이론적으로는 어떤 회화작품이든 복제가 가능하지만, 시각장애인이 한 자리에 서서 팔을 뻗쳐 만질 수 있는 적절한 크기의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블로 피카소의 대작 ‘게르니카’는 프라도 미술관의 가장 유명한 소장품 중 하나로 꼽히지만, 장애인이 손으로 만져가며 감상하기는 크기가 너무 크다. 그림의 내용이 너무 복잡한 것도 3D 프린팅으로 복제하기엔 적절하지 않다. 벨라스고는 " 기술이 더 발전하면 그림에 등장하는 유리와 철의 질감 차이까지도 구현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워낙 복잡하고 정교한 기술을 요구하는 작업인만큼, 이번에 공개된 3D 복제품은 6점에 불과하다.1점을 프린트하는데 6680달러(약 751만5000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마리나 친칠라 프라도 미술관 부관장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시회를 마련한 이유에 대해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누구나 예술을 감상할 수있도록 미술관의 문을 활짝 열어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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