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IMF, 왜 그리스 빚탕감과 구제금융 불참 주장하나

bluefox61 2015. 8. 2. 18:32

국제통화기금(IMF)이 채권단의 그리스 부채완화 결정없이는 3차 구제금융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30일 익명의 IMF 고위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등과의 인터뷰에서 하루 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MF 이사회 회의에서 이같은 입장이 정해졌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IMF는 그리스가 추가개혁을 약속하고, 채권자들이 그리스 부채를 완화해줘야만  3차 구제금융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언제나 확실히 해왔다"고 밝혔다. IMF는 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과 함께 현재 그리스 아테네에서 진행 중인 총 860억 유로( 약 111조원)규모의 추가 구제금융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채권단의 부채완화가 이뤄지 않을 경우,최종적으로 IMF가 3차 구제금융에서 빠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FT 등은 IMF가 또다시 그리스 부채완화를 요구하면서, 3차구제금융 협상의 최종 타결(목표일은 8월 20일)이 지연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30일 그리스 채무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3차 구제금융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은 그리스에 대한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양보를 받아내기 위한 압박용으로 분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1일자 1면 기사에서 IMF의 이같은 입장을 "독일에 대한 중대한 반격(significant repercussion)"이라고 분석했다.  뒤에는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탈유로존)만은 막아야한다는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의 영향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과 함께 일명 트로이카로 불리는 IMF는 채권단이 3000억 유로가 넘는 그리스의 부채를 대폭 삭감해줘야 추가 구제금융이 가능하다는 일관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리스 국민투표(5일)가 치러지기 직전인 2일 "그리스에 대한 포괄적 채무완화가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내부 보고서를 전격 공개해 파문을 던졌고, 13일에도 그리스의 정부 부채가 2년 뒤에는 국내총생산(GDP)의 200%에 근접할 것이라면서 상환 유예기간을 30년으로 대폭 늘리거나 미리 부채를 탕감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IMF가 그리스 채무완화를 시종일관 요구하는 이유는 채무상환 능력이 없는 국가에 추가지원하는 것은 IMF 규정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현재 상태로 그리스 지원안을 제출해봤자 이사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적고, 만약 지원안이 부결될 경우 그리스 위기가 극도로 악화할 수 있다. 이같은 사태를 막을 방법은 현실적으로 독일의 양보뿐이다. IMF가 두차례나 보고서 전문을 언론에 대대적으로 공개했을 당시에도  BBC,파이낸셜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IMF가 독일 압박전략을 구사한 듯하다고 일제히 분석한 것은 바로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가디언은 IMF의 보고서 공개 과정에 "미국 재무부의 지문이 도처에 남아 있다"면서, 러시아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스의 지정학적 역할에 주목하고 있는 미국이 IMF를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또 한가지 주목해야 점은, 이른바 ‘볼프강 쇼이블레 음모설’이다. 그리스 채무완화를 끝까지 거부함으로써 IMF의 구제금융 참여를 무산시키고, 결국 3차 구제금융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듬으로써 그리스의 유로존 축출을 현실로 만들려는게 쇼이블레의 의도란 것이다.실제로 IMF의 그리스 구제금융 참여 문제는 협상 타결과정에서 그리스와 채권단이  마지막까지 팽팽하게 부딪쳤던 쟁점이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IMF의 참여를 원치 않은 데 반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IMF 참여가 전제돼야 자국 의회의 승인을 받을 수 있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아 결국 뜻을 관철했다. 최근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 부채탕감은 불가능하며 다만 채무기한 연장 등 완화는 해줄 수도 있다"고 한 발 물러나는 듯했지만,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지난 18일 독일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누군가 내게 (신념에 배치되는 것을)강요하려 든다면 대통령에게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며 강경론을 고수했다.
 만약 독일이 입장을 바꾸지 않아 그리스 채무완화가 불발되고, 결국 IMF가 3차 구제금융에서 빠지더라도 바로 그렉시트가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럽중앙은행(ECB)이그리스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이고, 민간채권단이 지난 2012년에 이어 또다시 헤어컷(부채탕감)을 해줄 경우 위기를 넘길 수는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큰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