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영화로 본 세상

영화 <교섭> 계기로 되돌아본 '아프간 한국인 피랍사태'

bluefox61 2023. 1. 24. 10:45

임순례 감독이 오랜만에 연출한 영화 <교섭>은 많이 아쉬웠지만,  지난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났던 샘물교회 신도들의 피랍사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당시 국제부 기자였던만큼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사건이죠.  피랍자와 그 가족들은 물론이고, 온국민들이 탈레반의 인질이 됐었지요. 기자로서, 아프간으로부터 전해지는 새로운 소식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기다렸던 순간들이 기억나네요.  

이 사건은 국가적으로 큰 과제와 교훈을 남겼습니다. 허술했던 외교력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계기가 됐죠. 우리의 외교력은 그때와 비교해 얼마나 성장했을까요? 

당시에 쓴 글,  제가 재직했던 신문의 기사 몇가지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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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아프간을 잊지 말라

 
문화일보입력 2008-08-30 08:34
 
지난해 8월은 유난히 길고 힘들었다. 차라리 잊고 싶은 악몽같은 기억이다. 아프가니스탄은 그저 낯설고 멀기만 한 땅이었다. 하지만 그 사건으로 인해 탈레반, 테러와의 전쟁 등 살벌한 단어들이 갑자기 실체로 다가와 우리의 생사를 좌우하는 존재가 됐다.

아프간에서 납치됐던 한국인들이 석방된 지 오늘(30일)로 꼭 1년째를 맞았다. 피랍 당사자와 가족은 물론 국민 모두가 42일 동안 생사의 공포와 긴장을 매순간 오갔다. 23명이 아니라 한국 국민 전체가 인질이었다. 뉴스의 흐름을 추적하는 국제부 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낮시간 내내 잠잠해 애태우게 만들었던 납치범들은 어찌된 일인지 늘 한국시간으로 밤 10시쯤(아프간과 한국의 시차는 4시간30분)부터 움직임을 시작해 한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만들었다.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의 죽음이 맨 처음 알려진 때도, 피랍자 일부의 동영상 비디오가 공개된 때도 언제나 밤 시간대였다. 밤의 어둠은 한치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을 그대로 상징하는 것같았다. 드디어 30일 피랍자 전원이 풀려나 이튿날 새벽 카불에 안전하게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국민들은 길고 답답했던 악몽의 시간을 비로소 끝내고 어느새 선선해진 가을 공기를 호흡할 여유를 되찾았다.

1년전 아프간 피랍사건은 우리 사회에 많은 메시지를 던졌다. 어느 외신의 지적처럼 ‘100년 전 미국 선교모델’을 따르고 있는 한국 기독교 선교방식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 제기됐는가하면, 타문화·타종교와의 공존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가란 고민도 안겨줬다. 이슬람권 국가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도 아프간 피랍사건을 통해 실감할 수 있었다. 아프간 연구자가 워낙 없다보니 중동분야 학자들이 언론에 의해 아프간 전문가로 둔갑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세계화시대를 맞아 지구촌 구석구석 한국인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거의 없게 됐지만, 지역 전문가 양성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었던 허술한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한마디로 한국은 세계시민으로서 공존할 준비가 안돼 있었던 것이다.

최근들어 아프간은 또다시 ‘우리의 일’이 될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이달 초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백악관 일각에서 ‘아프간에서 한국의 역할을 기대한다’는 메시지가 흘러나왔는가 하면, 오는 11월4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와 공화당의 존 매케인 중 누가 당선되든 아프간에 주력할 뜻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차기 미국 정부가 우방국인 한국에 어떤 방식으로든 아프간에서의 ‘역할’을 요구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파키스탄 대통령 페르베즈 무샤라프의 퇴진도 한국과 무관한 일이 아니다. 정치적 격변으로 인한 파키스탄의 불안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아프간의 상황과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우리는 과연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1년전과 비교해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 듯하다. 지역전문가를 육성하자는 목소리는 그때뿐이지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최근 기독교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을 보면 다문화·다종교에 대한 인식은 오히려 후퇴한 것이 아닌가 걱정스럽다. “한국교회에 이슬람 쓰나미가 몰려온다” “기독교의 적은 민족의 적” 등의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문화일보 8월25일자 23면 참조) 그런가하면 “불교가 들어간 나라는 다 못산다. 스님들은 쓸데없는 짓말고 빨리 예수를 믿어라”라는 말도 나왔다.

불교국 국민들이 모두 가난하고 불행한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 한가지 분명한 점은 종교의 독선이 지배하는 나라는 모두 극심한 분열과 폭력에 처한다는 사실이다. 1년전 여름처럼 종교가 다시 화두가 된 2008년 여름을 보내며 드는 생각이다.

[오애리·국제부장]] ae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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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 짚어보기-민심>“아프간 피랍자에 구상권 청구” 73%

문화일보입력 2007-09-08 08:15
 

샘물교회 박은조 목사가 이슬람 국가 선교 강행 의지를 피력해 논란이 되고 있다. 박 목사가 지난 4일 미국의 기독교잡지 ‘크리스채니티 투데이(Christianity Today)’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일(피랍사태)은 우리를 다른 이슬람 국가로 인도하려는 신의 뜻이라고 생각한다”며 “(입국)금지조치가 해제되면 아프가니스탄을 포함해 이슬람 국가에 더 많은 선교단을 보내고 싶다”고 말한 것이다.

인터뷰 내용이 알려지자, 일부 기독교 단체의 해외 선교를 비판하는 여론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특히 박 목사의 발언은 아프간 사태로 인해 2명이나 목숨을 잃은 후 해외 선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눈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비판 여론을 더욱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민 대다수는 기독교 선교단체의 해외선교 지속 방침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동서리서치가 지난 5일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일부 기독계의 해외 선교’에 대한 견해를 묻자 응답자의 81.0%가 “타 문화에 대한 배려가 없는 선교는 중지해야 한다”는데 찬성했다. ‘교인들의 종교적 신념에 따른 행동이므로 정당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16.3%에 불과했다. ‘해외 선교활동을 중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여성(77.9%)보다 남성(84.2%)이 조금더 높았다. 직업별로는 농·어·임업 종사자들의 90.8%가 해외선교를 중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의 구상권 청구에 대해서도 절대 다수가 긍정적인 것으로 나왔다. ‘유사사례 방지와 책임을 묻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구상권 청구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3.7%에 달했다. 반면, ‘정부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으므로 반대한다’는 응답 25.0%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응답은 특히 대구·경북지역 거주자 중에서 가장 많았으며, 비율은 84.9%에 달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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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응은 유치원생 수준”

문화일보입력 2007-08-31 13:49
 

전 국민의 가슴을 졸이게 했던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가 30일 인질 7명 추가 석방을 끝으로 42일 만에 일단락됐다.

이번 사태는 납치 사태 와중에 2명의 희생자를 비롯, 국력 낭비와 국격의 상실 등 많은 후유증을 남겼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 대응에 대해 주어진 여건를 감안할 때 최선의 성과를 거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인질 사태 발생 초기 대응에 문제점이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최진태 한국테러리즘연구소장은 “초기 단계에서 현지 원로, 부족장을 활용하자는 얘기가 언론, 정부를 통해 나왔었지만, 당시 문화일보를 통해 처음 제기했던 대로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방(UAE) 등 탈레반에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주변 이슬람 국가에 초기부터 외교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막판 이 같은 노력을 펼치긴 했지만 뒤늦은 감이 있었다”고 말했다.(문화일보 7월24일자 보도 참고)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인 한국이 초기 협상 과정에 개입하지 못했고, 이후 직접 협상 과정에서도 미국의 정보 제공과 협조가 필수적이었다”며 “한국 글로벌주의의 허구성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영길 명지대 아랍지역학과 교수는 “해당 지역 전문가는 국내에도 많았지만 제대로 활용을 못해 초기 대응과정에서 탈레반 측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협상 초기 너무 성급하게 ‘철군’ 카드를 꺼낸 점도 지적됐다. 최 소장은 “대통령까지 나설 필요가 없었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철군 얘기까지 언급한 것은 탈레반의 선전전에 역이용될 소지를 제공했다”며 “극단적으로 말하면 탈레반이 대학생이었다면, 우리 대응수준은 유치원생 수준이었다”고 꼬집었다. 향후 유사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이희수 교수는 “9·11 테러와 김선일씨 피살 사태 이후에도 4강(미, 중, 일, 러) 외교에만 온 역량을 집중하는 현 정부 외교 시스템이 변화하지 않는 한 이번 사태는 재연될 수 있다”며 “외교 다변화와 글로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진정한 21세기 글로벌 전략을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전했다.

최 소장은 “1968~2006년 테러를 한 번 이상 겪은 국가가 189개국에 달하고, 한국도 1990년 이후 30여건의 테러를 겪는 등 이제 테러 안전지대는 없다”며 “대테러 전문가 양성, 테러대응통합관리시스템 구축 등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로미기자 ro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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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지라, 378억 몸값지불說 보도

문화일보입력 2007-08-30 13:57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에 억류돼있던 한국인 12명이 29일 석방된 가운데, 한국 정부와 탈레반의 합의 비용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외신들은 한국 정부가 탈레반에게 인질들의 ‘몸값’을 건넸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한편, 이번 사태로 촉발된 한국 기독교의 과도한 해외 선교활동에 대한 논쟁도 한국 사회가 치러야 할 또 하나의 ‘비용’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한국 정부의 실수, 그리고 몸값 논쟁 = 미국 주간지 타임은 29일 ‘한국인질 석방 - 비용’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협상과정에서 일련의 실수를 저지른 끝에 결국 미국의 ‘테러단체와의 협상 불가’ 원칙을 포기하라는 국내 의견에 승복했다고 꼬집었다.

타임이 언급한 실수 중 하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피랍 사태 발생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국군의 아프간 철수 카드를 너무 일찍 꺼내들었다는 것. 한국 정부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하지만, 탈레반과 협상한 것도 기존 원칙을 번복한 것이라고 타임은 지적했다. 타임은 “겉보기에는 한국 정부가 꽤 좋은 조건의 흥정을 한 것 같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그렇게 자신있어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 “한국 정부와 탈레반 측은 모두 몸값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지만, 몸값이 합의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아랍어 위성방송 알자지라 방송도 이날 한국 정부가 인질 석방을 위해 탈레반에 2000만파운드(약 378억원)를 건넸다는 소문이 아프간 현지에서 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카불의 알자지라 특파원 앨런 피셔는 이날 아프간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정확한 액수는 밝힐 수 없지만, 한국 정부가 탈레반에 현금을 건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서울의 알자지라 특파원 토니 버틀리도 이날 “한국인 대부분은 정부가 탈레반에 몸값을 건넸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지만, 인질들이 무사히 귀국할 때까지 논쟁을 접어두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기독교 선교활동도 또 하나의 비용 = 금전적 문제뿐 아니라 비(非)물질적인 비용도 지적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29일 ‘한국인들은 선교 활동을 재고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안전에 대한 위협을 강조해온 정부의 경고를 무시한 기독교인들에 대한 문제가 앞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특히 BBC는 한국 총 인구의 25%를 차지하는 기독교인 중 1만5000명이 해외에서 선교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수치를 근거로 제시했다. 실제로 BBC 등 일부 외신들은 이번 사태가 발생한 지난달 19일 이래 줄곧 피랍된 한국인들에 대해 ‘선교단(missionaries)’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알자지라도 이날 “한국 교회들은 이번 피랍 사태를 계기로 해외 선교 활동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자지라는 또 한국교회협의회가 최근 아프간에서 선교활동을 금지한 정부의 요청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서울의 기독교 봉사단체 ‘프런티어스’도 아프간의 장단기 봉사단원들의 철수를 지시한 사실이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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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현지 통신원 알리 2信>“납치주도 탈레반 사령관들 모두 無名, 나에게 배웠다면 인질 즉각 석방해야”

문화일보입력 2007-08-13 13:53
 

‘탈레반의 아버지’로 알려진 파키스탄의 종교지도자 마울라나 사미 울-하크(70)가 12일 문화일보 현지 통신원 임티아즈 알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탈레반은 한국인 인질 21명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울라나 사미는 인터뷰에서 “탈레반 지도자들이 내 이야기를 듣고 있다면, 한국인들을 납치한 탈레반 사령관들이 내 밑에서 공부했다면 억류 중인 인질들을 당장 석방하라는 내 요구를 받아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마울라나 사미는 파키스탄 북서부 페샤와르에서 50㎞ 떨어진 아코라 하타크에 위치한 마드라사(이슬람 학교) ‘다룰 울룸 에 하카니(하카니 이슬람공동체의 집)’의 설립자다. 이 마드라사는 탈레반 최고 지도자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가 공부한 곳으로, 1990년대 초 탈레반 운동의 진앙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울라나 사미는 6개 이슬람 야당연합체 MMA의 창립자로, 아프간과 국경을 맞댄 북서변경주(NWFP)에 이슬람 근본주의에 바탕을 둔 주정부를 건립한 영향력 있는 정치인 중 한 명이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인질석방을 위해 그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파키스탄 주재 한국 대사 등과 지속적인 연락을 취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인질 석방을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오늘(12일)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한국 대사를 만날 예정”이라면서 이를 확인했다.

마울라나 사미는 이어 “탈레반의 주요 지도자들은 누구도 이번 납치에 관련돼 있지 않다”면서 “납치를 주도한 인물들은 모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사령관들로, 나는 개인적으로 이들을 모른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상당수는 내 학교 학생들이었을 가능성이 높고, 탈레반 지도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면서 “탈레반 지도부에 여러 차례 인질을 석방하라는 내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특히 2005년 한국을 방문,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었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의 환대를 받은 점을 들면서 탈레반 측에 “한국인은 손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그가 파악한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한국의 아프간 파병. 탈레반은 미국의 우산 아래 아프간으로 입국한 모든 이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한국인 피랍 사태도 이러한 인식의 연장선에서 이뤄졌다고 분석된다. 그나마 탈레반이 13일 중 여성 인질 2명을 석방하기로 결정한 것은 ‘협상에 유연하게 대처하라’는 종교 지도자들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사태 해결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고 마울라나 사미는 전망했다. 탈레반이 인질과 수감자 맞교환이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져야만 나머지 인질들을 풀어주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 그는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 양측이 모두 상대방 요구를 수용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면서 “아프간 정부에도 이 같은 내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과 유엔이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에게 압력을 행사한다면 카르자이가 한국인 피랍사태 문제를 왜 해결할 수 없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정리=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

◆‘마드라사’란 = 아랍어로 ‘학교’를 뜻하는 마드라사는 이슬람권에서 이슬람 경전인 코란 등을 가르치는 종교 학교를 가리키는 단어다. 영어로는 ‘madrasah’, ‘madrassa’ 등으로 표기한다. 전형적인 마드라사의 경우 코란을 암송하는 하프즈와 아랍어·샤리아(이슬람법)·하디트(예언자 언행록) 등을 공부하는 알림(학자) 등 2가지 과정을 가르친다. 859년 모로코 페스에 세워진 ‘자미 앗 알-콰라위인’이 가장 오래된 마드라사로 알려져 있다. 무샤라프 대통령이 집권하던 당시만 하더라도 파키스탄 내 마드라사는 총 1만여곳에 달했으며, 현재 100만여명의 파키스탄 학생들이 마드라사에서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