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의 저주’가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아카데미영화상에서 <블라인드 사이드>로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은 샌드라
블록이 남편과의 불화설 속에서 18일 영국 런던 홍보행사 불참을 공식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할리우드 안팎에서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여배우들을 유난히 희생물로 삼는 ‘오스카의 저주’가 다시한번 뜨거운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올해까지 아카데미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여배우 10명(힐러리 스웽크 2차례수상) 중 이혼이나 남자친구와의 결별을 겪지 않은 사람은 3사람(마리옹 코티아르, 헬렌 미렌, 니콜 키드먼)뿐이다. 다시 말해, 수상후 저주에 걸린 비율이 70%에 이른다는 이야기이다.
‘오스카의 저주’는 지난 15일 케이트 윈슬렛의 이혼 소식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터져나왔다. 윈슬렛은 지난해 ‘더 리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지 꼭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감독인 샘 멘데스와의 이혼결정을 공식 발표했다.
윈슬렛은 지난해 골든글로브 영화상에서 남편이 연출한 <레볼루셔너리 로드>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이 영화의 연출자가 당신이란 사실자체가 축복”이라며 멘데스에게 존경과 애정을 나타냈었다. 첫번째 결혼을 실패한 윈슬렛은 멘데스와 재혼한 이후 연기력과 작품해석력이 한층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만큼 ‘소울 메이트’로 꼽혀왔던 윈슬렛과 멘데스의 전격적인 이혼은 의외의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해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샌드라 블록부부의 불화설은 윈슬렛의 경우보다 더 극적이다. 보통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후 1.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혼, 결별이 터져나왔던 이전 수상자들의 경우와 달리 블록이 누린 행복은 열흘이 채 못됐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시상식이 끝난지 며칠뒤 미국 타블로이드 언론들은 블록의 남편인 연기자 제시 제임스와 섹시한 모델 미셸 맥지 간의 스캔들을 터트렸다. 맥지는 ‘인터치’지와 인터뷰에서 약 1년전 제임스와 처음 만났으며, 그가 자신의 결혼생활이 이미 끝장났다는 말하는 것을 듣고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블록이 집을 떠나 <블라인드 사이드>를 촬영하던 시기와 대략 겹치는 기간이다. 18일 블록은 이 영화의 런던 홍보행사를 취소하는 성명에서 이유를 ‘개인적인 일’로만 밝혔다.
앞서 2006년 영화 <앙코르>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리즈 위더스푼은 그해 11월 남편이자 동료배우인 라이언 필립과의 파경을 선언했고, 2008년 법적 절차를 마무리했다.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에 함께 출연한 것이 계기가 돼 결혼한 두사람이 헤어지게 된데에는 필립과 호주 출신 여배우 애비 코니시 간의 스캔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05년 <밀리언 달러 베이비>로 상을 받은 힐러리 스웽크 역시 이듬해 동료배우인 남편 채드 로와의 10년 결혼생활을 청산했다. 샤를리즈 테론은 2004년 <몬스터>로 아카데미상을 받은 후 만 5년뒤인 2009년 9년간 동거해온 영화배우 스튜어트 타운젠드와 결별했다. 2002년 <몬스터 볼>로 아카데미 역사상 첫 흑인 여우주연상 수상자가 된 할리 베리는 얼마후 가수이자 작곡가인 에릭 베네와 헤어졌다. 2001년 수상자는 <에린 브로코비치>의 줄리아 로버츠. 그 역시 상을 받은지 얼마되지 않아 당시 남자친구였던 영화배우 벤저민 브래트와 이별하는 아픔을 겪어야했다. 2000년 수상자는 <소년은 울지 않는다>의 스웽크이다. 당시만 해도 남편 채드 로와 단란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가 싶었던 그는 5년뒤 다시한번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후에는 ‘오스카의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 10년간 저주를 피한 여배우는 2008년도 <장미빛 인생>의 마리옹 코티아르, 2007년도 <더 퀸>의 헬렌 미렌, 2003년 <디 아워스>의 니콜 키드먼 뿐이다. 코티아르는 ‘현재까지’는 프랑스 감독 기욤 베네와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으며, 미렌은 캐나다 출신의 영화감독인 남편과 테일러 헥포드와 별탈없이 지내오고 있다. 미렌은 1986년부터 97년까지 한살 연상의 헥포드와 결혼하지 않고 연인관계로만 지내오다가, 11년만인 97년에52세 나이로 첫 결혼했다. 키드먼은 톰 크루즈와 이혼한지 2년후인 2003년 <디 아워스>로 여우주연상을 받아 ‘오스카 저주’를 미리 치른 경우. 이후 몇차례의 연애를 거쳐 2006년 키스 어번과 재혼했다.
물론 이들 말고도 ‘오스카 저주’를 피한 선배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경우가 메릴 스트립.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여우조연)와 <소피의 선택>(여우주연)으로 두차례 수상한 스트립은 조각가인 돈 거머와 32년째 아무런 잡음없이 결혼생활을 계속해오고 있다.
‘오스카의 저주’가 유난히 여배우에게 집중된 것은 수상후 그들의 파트너인 남편 또는 남자친구가 달라진 두사람 간의 위상에 스트레스를 받고 일탈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특히 파트너가 같은 연기자인 경우엔 더 심한 심리적 박탈감을 느끼기 쉽다는 것. 2000년부터2010년까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자 10명 중 이혼 또는 결별한 7명의 경우, 윈슬렛과 할리 베리를 제외하고 5명의 남편 또는 남자친구는 모두 연기자였다.
‘오스카의 저주’는 비단 이혼뿐만 아니라 배우로서의 위상 추락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한마디로 상을 받은 이후 슬럼프에 빠지는 것. <제리맥과이어>의 쿠바 구딩 주니어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후 현재까지 이렇다할 히트작을 내지 못하고 있으며, 96년 <마이티 아프로디테>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미라 소르비노도 비슷한 처지이다. 이밖에 86년 <프리찌가의 명예>로 수상한 안젤리카 휴스턴, 94년 <피아노>의 홀리 헌터, 98년 <이보다 더 좋을 수없다>의 헬렌 헌트등도 상을 받은 후 현재까지 활동이 부진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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