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러시아 총선

bluefox61 2011. 12. 5. 11:52
'선거혁명'이 북아프리카와 유럽에 이어 러시아,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도 강타했다
 
4일 러시아 총선에서 '푸틴당'으로 불리는 집권여당 '통합러시아당'의 득표율이 4년전인 2007년 총선때보다 무려 약 14%나 떨어진 50%선을 겨우 넘기는데 그쳐 신승했다. 같은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회원국인 슬로베니아에서는 창당 2개월 남짓된 신생정당이 승리했고, 크로아티아에서도 중도좌파 성향의 야당이 집권당을 눌렀다.

인테르팍스, 리아노보스티, 이타르타스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5일 83.08% 개표결과 통합러시아당이 50.21%, 최대야당인 러시아연방공산당(CPRF)이 19.1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중도좌파 성향의 정의러시아당은 12.93%,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러시아자유민주당(LDPR)은 11.67%를 나타냈다. 
앞서 출구조사 결과 여당의 득표율은 50%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됐으며, 개표 완료시 여당 득표율은 간신히 절반을 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러시아당의 하원(총450석) 의석은 225석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 2007년 총선에서 통합러시아당이 64%를 득표해 하원 전체 450개 의석중 315석을 확보했었던 것과 비교하면 지지율이 현저히 하락한 것이다.

 내년 3월 대선을 통해 대통령직 복귀가 확실시되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총선 결과에 대해 "러시아의 실질적 상황을 반영하는 최선의 결과"라면서 "조국의 안정적 발전을 도모할 수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언론들은 집권여당이 개헌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 확보에 실패함으로써, 차기 의회에서 여야간의 타협이 필수적이게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통합러시아당의 득표율 저하는 총선이전부터 예상됐던 것으로,장기화되고 있는 푸틴체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슬로베니아 조기총선에서는 경제인 출신이자 수도 류블랴나 시장을 역임한 조란 얀코비치가 이끄는 창당 2개월도 안된 신생정당  '긍정적인 슬로베니아(LZJ)'가 승리했다.재정위기, 국가 부채 등으로 휘청거리는 크로아티아에서도 이날 중도좌파 성향의 야권연합 '쿠쿠리쿠'가  중도 우파 집권 크로아티아민주연합(HDZ)에 이겼다.



유권자의 힘은 역시 무서웠다. 4일 치러진 러시아 총선은 '해보나마나 뻔한' 선거였다. 하지만 개표결과는 달랐다. 지난 11년동안 러시아 정치를 장악했던 집권여당 '통합러시아당', 일명 '푸틴당'이 4년전 2007년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표심을 실감하게 됐기 때문이다. 4년전 6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하원(두마) 의 총450석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315석을 차지했던 '통합러시아당'은 이번 총선에서 50%의 득표율을 겨우 얻는데 그쳤다. 

이번 총선 결과로 러시아 하원에서는 '절묘한 힘의 균형'이 이뤄지게 됐다. 유권자들은 국제경제상황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러시아 경제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선 '푸틴 리더십'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내년 2012년 대선을 통해 대통령으로 복귀할 블라디미르 푸틴의 정당이 의회에서 단독으로 개헌을 밀어부칠 수없도록 세력분할 구도를 이뤄냈다. 

야권에서는 집권여당이 푸틴의 영구집권화를 위해 개헌을 밀어부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집권여당은 개헌에 필요한 하원 총의석의 3분의 2인 300석 확보에 실패함으로써 야당과의 대화, 타협이 필수적이게 됐다. 정치분석가인 예브게니 민첸코는 5일 리아노보스티통신과 인터뷰에서 "(통합러시아당 승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정치문화 발전이 이뤄졌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AFP통신이 통합러시아당 고위 관계자 말을 인용해 최고위원회 위원장이자 하원의장인 보리스 그리즐로프의 사임을 보도하는 등 총선이후 러시아 권력층의 변화도 벌써부터 감지돼고 있다. 

총선 결과에 가장 당혹해할 사람은 푸틴 총리이다. 현재 그의 지지율은 역대 최저인 60%초반을 기록하고 있다. AFP, 로이터, 뉴욕타임스(NYT), BBC 등 서구언론들은 러시아 유권자들이 2007년과 달리 야당에 대거 표를 던진 것은 10년넘게 계속된 현 정권에 대한 피로감, 특히 지난 11월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하면서 3선 대통령 취임을 준비중인 푸틴에 대한 반감, 전제적 정치풍토와 뿌리깊은 부패에 대한 반감이 보여주는 것이라고 일제히 분석했다. 

내년 3월 대선에서 푸틴이 50% 득표에 실패해 2차 투표까지 치러야할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민첸코는 " 푸틴이 1차투표에서 과반득표를 못할 수도 있다"며 " 야당들이 누구를 후보로 내세워 어떻게 선거운동을 하느냐에 달렸다"고 전망했다. 

정부의 조직적인 야당 탄압, 시위규제, 언론통제에도 불구하고 반여당 표가 쏟아진데는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이 핵심역할을 했다. 5일 시베리아지역의 한 유권자는 투표가 시작되기도 전에 투표함에 정체모를 투표용지가 3분의 1이상 채워져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트위터에 올렸고, 모스크바의 한 유권자는 선거관리 직원이 표를 조작하는 모습을 몰래 휴대전화로 찍어 인터넷상에 올려 파장을 일으켰다. 

사람들을 태운 버스가 모스크바 투표소 여러곳을 돌아다니며 투표장에 입장시키는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도 인터넷에 올랐다. 그런가하면 야당, 시민단체의 인터넷 사이트들은 물론 통합러시아당 사이트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에 한때 마비되는 등 서로 상대진영을 겨냥한 사이버테러도 극성을 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