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지구촌 전망대

푸틴의 노련한 이미지 정치

bluefox61 2011. 8. 17. 14:21
서구 정치인들과 달리 러시아와 중국 정치인들의 사생활이 세계 언론에 노출되는 것은 그리 흔치 않은 일입니다.
미국 대통령이야 하다못해 핫도그 사먹는 사소한 일까지 언론에 노출되지만, 러시아와 중국의 최고지도자들의 개인적인 모습이 사진과 함께 대중에 소개되는 일은 이례적이라고 할수있습니다.
그러나 , 예외적인 인물이 바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입니다. 이분의 언론다루기와 이미지정치는 가히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을 능가할 정도입니다. 역대 러시아 지도자들 중 그만큼 사생활을 카메라 앞에 노출한 전례는 없습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사생활 사진이 보도되는 경우는 푸틴 총리보다 춸씬 적습니다.

푸틴에게 무엇인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가장 처음 보여준 사진은  2007년 8월 전세계 통신사들이 전송했던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썼던 칼럼을 보시겠습니다.

국가지도자에겐 ‘쉬는 일’도 정교한 전략에 따라 행하는 정치적 행보다. 휴가 모습이 한장의 사진으로 전세계에 보도된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더욱 그렇다. 최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취임후 첫 바캉스를 유럽의 수많은 휴양지들을 제쳐두고 굳이 미국 동부 메인주의 작은 마을 울페보로에서 보낸 것이 대표적 예라고 하겠다. 


처음엔 이 사진도 매일 수백장씩 쏟아져 들어오는 외신사진들 중 하나쯤으로 생각했었다. 사진 속 주인공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설명은 간단했다. ‘푸틴 대통령이 모나코 국왕과 함께 투바 자치공화국 예니세이강변에서 낚시를 하고 있다.’ 푸틴이 왜 모나코 국왕과 함께 모스크바에서 약 5000㎞나 떨어진 그 곳에서 함께 휴가를 보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문제의 사진이 눈길을 끌었던 단 하나의 이유는 웃통을 벗어젖히고 울퉁불퉁한 근육을 드러낸 푸틴의 모습 때문이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푸틴 사진들을 봐왔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올해 54세인 그가 이제 보니 ‘몸짱’이라니!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시절부터 유도와 스키 등 각종 스포츠로 건강을 다져왔다는 것은 진작 알고 있었다. 사진 속에서 낚싯대를 잡고 있는 푸틴의 두 팔에는 이두박근이, 배에는 왕자의 ‘식스팩’까지는 아니어도 적당한 복근이 보기좋게 불거져 있었다. 두살 어린 사르코지보다 나으면 나았지 결코 모자라지 않는 몸매였다.


이뿐만 아니다. 관영 리아 노보스티통신은 푸틴이 민소매셔츠와 선글라스 차림으로 말을 타는 모습, 카메라를 향해 미소짓는 모습, 캠프파이어를 바라보며 차를 마시는 모습, 강변을 산책하며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등이 담긴 사진들도 쏟아냈다. 장족의 발전이다. 얼마전만 해도, 사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데는 영 재주가 없었던 사람이 바로 푸틴이다. 오죽하면 2년전 크렘린궁 밖에서 푸틴과 마주쳤던 다섯살난 소년이 느닷없이 배에 뽀뽀를 당했다가 겁에 질려 울음을 터트렸을까. 


푸틴의 몸짱사진은 지금 러시아에서도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프라우다지가 “푸틴처럼 되자”며 근육만들기 안내 기사를 실었는가 하면, 한 라디오방송에서 “국가지도자의 반나체는 체통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던 토크쇼 진행자가 엄청난 항의 e메일을 받았다고 한다. 햇빛 아래 드러낸 푸틴의 근육질 상반신이 국제사회에서 화제가 되는 이유는, 그것이 오늘날 러시아의 자신감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냉전체제 붕괴 이후 한때 외채 지불유예(모라토리엄)지경에 이르며 빈사상태에 놓였던 러시아 경제는 지금 오일달러로 두둑해진 돈지갑을 자랑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러시아는 미국과의 양대 군사대국으로서 면모를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올해초 푸틴은 향후 7년간 2000억달러(약 189조원)의 재무장 예산을 책정했으며, 지난 21일에는 냉전 이후 최대 규모로 모스크바 외곽에서 열리고 있는 에어쇼에 참석해 군사항공기술 부문에서의 적극적인 개발 지원을 선언했다. 이번 에어쇼에선 레이더에 잡히지 않고, 대공 화기의 공격도 피할 수 있는 무인 스텔스 폭격기 ‘스카트’가 공개돼 관심을 끌었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지난 7월초 과테말라에서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한국의 평창 대신 러시아의 소치가 결정되기 전 솔직히 어느정도 예감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미국을 거쳐 과테말라에 도착한 푸틴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는 외신들의 움직임과 관심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 불길했던 것은, 푸틴이 카리스마뿐 아니라 이제는 자신의 매력, 즉 ‘소프트 파워’까지 이용할 줄 알기 시작했다는 사실이었다. 근육과 미소, 양대 무기를 손에 쥔 푸틴의 향후 행보가 부쩍 궁금해진다.



같은 장소에서 찍은, 노골적으로 카메라를 의식한 사진 컷도 있습니다.

전지전능한 푸틴은 호랑이 앞에서도 용감합니다.
시베리아에서 멸종위기에 있는 호랑이를 보호하기위해, 호랑이를 포획해 위치정보장치를 목에 채워주는 모습입니다. 러시아 언론들은 푸틴이 마취총을 명중시켜 호랑이를 잡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명사수란 이야기이죠.  


푸틴은 스쿠바 다이빙에도 능합니다.
최근 북해에서 고대 그리스 심해유적 발굴 작업을 했을 당시에 찍힌 푸틴의 모습입니다. 러시아 언론들은 총리가 물 속에 들어가자마자 '행운으로' 고대 그리스 시대의 유적을 꺼내올렸다고 보도했지만... 글쎄요.


푸틴은 비행기 조종에도 능합니다.

너무 마초적 이미지만 보여줬다고 생각했던지, 가끔은 이런 다정다감한 모습도 노출합니다.



푸틴은 웃는데도 , 왜 그렇게 무서워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만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푸틴과 메드베데프가 16일 아스트라한이란 곳에서 예정에 없던 낚시 휴가를 보내는 모습이, 크렘린 궁이 세계언론에 릴리즈한 사진과 함께 보도됐습니다.


두사람, 낚시하면서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요. 서로 "네가 대선출마 포기해라"라고 했을까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16일 모스크바로부터 남쪽으로 약 2000km 떨어진 아스트라한의 볼가강에서 예정에 없던 `낚시 휴가'를 함께 보냈다. 메드베데프는 여름휴가지 소치에서 날아왔고, 푸틴은 모스크바에서 벨라루스 총리와 회담을 끝내자마자 찾아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두사람은 편한 옷차림으로 강둑을 거닐며 대화를 나눴는가 하면 낚시와 보트타기 등을 즐겼다. 또 강 한가운데로 나가 잠수해 수중카메라로 강 속을 촬영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궁인 크렘린궁은 두 사람이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외신에 공개하기까지했다.
 
메드베데프와 푸틴이 예정에 없던 동반휴가에 나선 사실이 확인되자, 러시아는 물론 전세계 언론들은 두 사람이 이번 회동에서 오는 2012년 3월 치러질 대통령선거에 누가 나갈지를 사실상 확정지었을 것으로 일제히 전망하고 있다. 물론 합의 결과에 대해서는 일절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크렘린 안팎에서는 푸틴 총리가 메드베데프의 양보를 압박했을 것으로 보고있다.

2000년부터 8년간 대통령직을 연임했던 푸틴은 자신의 `정치제자'와 다름없던 메드베데프 당시 부총리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총리직으로 물러나 앉은 바있다. 크렘린 동향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푸틴은 메드베데프에 대해 의심을 갖고 있으며, 이미 대선 출마를 결심한 상태"라고 말했다. 
메드베데프는 4년간의 임기를 끝낸 후 푸틴에게 고분고분하게 권력을 넘겨줄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들어 푸틴의 각종 정책에 대해 각을 세우면서 비판목소리를 높이는 등 재선도전 의지를 숨기지 않아왔다. 메드베데프는 푸틴이 이끄는 통합러시아당 출신이지만, 대통령 취임후 공식적으로는 무소속이다. 
 
모스크바타임스는 오는 9월 7∼8일 야로슬라브에서 개최되는 제3회 국제정치포럼을 통해 대선후보가 공식 발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정치포럼은 메드베데프가 주도해온 행사로, 지난해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 압둘라 굴 터키 대통령 등 각국 전현직 정상들이 참석했다. 푸틴은 지금까지 한번도 참석한 적이 없다. 모스크바타임스는 올해 푸틴이 포럼에 처음으로 참석, 국내외에 대선출마를 공식발표하는 한편 메드데베프와의 화합을 과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 3월에 당선되는 새 러시아 대통령의 임기는 6년이며, 재임이 가능하다. 지난 2008년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법개정을 통해 대통령 임기를 기존 4년에서 6년으로 연장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푸틴이 메드베데프를 앞세워 4년뒤 자신의 권력기반을 확대한 것으로 해석했다. 따라서 푸틴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앞선 재임기간 8년과 총리 4년을 포함해 총 18년간 권력을 장악하게 되는 셈이다. 2018년 재선에 성공한다면 기간은 24년으로 늘어난다.
 
한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아시아판은 17일 푸틴총리가 소련 붕괴 20년만에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 구소련권 인구 약 60%를 포함해는 `유라시아 경제공동체'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