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내가 사랑하는 배우들

인터뷰/신애라,차인표

bluefox61 2009. 4. 15. 20:33

탤런트 신애라(40)씨는 지난 3월 남편 차인표씨와 함께 다녀왔던 아이티를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카리브 바다 위에 떠 있는 섬나라 아이티는 지난 수십년 동안 이어져온 정치불안과 철마다 반복되는 허리케인, 폭우 등 자연재난으로 찢길 대로 찢긴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두 사람은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국제 아동구호재단 컴패션을 통해 이곳을 찾았다.


“필리핀과 에티오피아에서 상상하기도 어려운 끔찍한 가난에 처해 있는 어른, 아이들을 수없이 만났어요. 하지만 아이티는 그 나라들과 또 다르더군요. 필리핀과 에티오피아에서는 가난한 사람들만 가난했다면, 아이티는 말 그대로 전국민이 걸인인 듯 보였어요.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저희에게 뭔가를 달라고 하더라고요. 손목시계는 물론이고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달라는 식이었어요. 너무 끔찍했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한 나라의 국민을 이렇게 걸인으로 만들 수도 있다니. 배고픈 사람을 위해서 물고기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얼마나 더 중요한지 깨닫게 되더군요. 교육이야말로 가난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알게 됐어요.”



▲ 지난 2007년 에티오피아를 방문한 차인표·신애라씨 부부가 아기의 볼을 다정하게 비비고 있다.
허호 · 한국컴패션 제공


인터뷰 일정을 잡기 위해 신애라씨와 전화통화를 했을 때, 수화기 너머로 아이들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전화 대화를 방해하는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느라 정신없는 그는 영락없는 ‘보통 엄마’였다. 전 국민이 알고 있듯 그는 남편 차인표씨와 사이에 아들 정민과 ‘가슴으로 낳은’ 두 딸 예은, 예진이를 두고 있다. 그는 인기 탤런트, 봉사활동가이자 세 아이를 키우는 주부다.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만난 신애라씨는 세상의 모든 엄마들과 같은 한가지 소망을 이야기했다. 바로 “엄마와 아이가 행복한 나라가 진짜 행복한 나라이자 희망이 있는 나라”란 점이다. 신애라·차인표씨 부부가 바쁜 시간을 쪼개 컴패션 등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제 나이 30대 후반에 인생이 바뀌었어요. 아주 자연스러웠던 동시에 엄청나게 충격적인 인생의 터닝포인트였지요. 2005년 컴패션 홍보대사직을 맡기 전에 필리핀 현장을 둘러보는 ‘비전트립’을 다녀왔는데, 그것을 계기로 행복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됐어요. 가난에 절망해 아무런 희망을 갖지 못한 어른들 눈을 보면서, 지금 내 앞에 있는 아이들도 커서 그런 눈을 가진 어른이 되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것 자체만으로 끔찍했지요.”


하지만 그는 “이제 그곳의 아이들에게서 희망을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사랑과 도움의 손길이 제대로 아이들에게 전해진다면 조금씩이나마 그들의 삶이 변화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인생의 목적이 생겼다”고도 했다. 극한의 가난에 처한 아이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자신의 삶이 마치 안갯속을 헤매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뚜렷한 삶의 방향을 찾았다는 것이다. 


신애라·차인표씨 부부는 컴패션을 통해 전 세계 곳곳의 아이들을 일대일로 후원하고 있다. 그 아이들 모두에게 두 사람은 ‘엄마’이며 ‘아빠’다. 2005년 필리핀 여자아이 리카와 처음 부모·자식의 연을 맺은 지 4년 만에 전 세계 곳곳에 둔 자녀가 모두 32명으로 늘어났다. 올해 초엔 정민, 예은, 예진이를 포함한 전 가족이 필리핀을 방문해 리카와 재회하기도 했다. 


신애라·차인표씨 부부가 리카와 같은 아이들에게 매달 후원금으로 보내고 있는 돈은 3만5000원. 우리에겐 적은 돈일지 몰라도 절대빈곤 속에 생활하는 아이들을 위해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액수다. 후원금을 내는 일은 어쩌면 가장 쉬운 봉사활동인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단순히 그들에게 돈을 보내는 데 머물지 않고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해마다 여러 차례 세계 곳곳의 아이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차인표씨는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은또또산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아이들을 만나고 돌아온 후 자신의 미니홈피에 이렇게 털어놓고 있다. 


“가난의 반대말은 부유함이 아니라는 것을 이들을 보면서 깨달았습니다. 부유함만으로는 가난을 이길 수 없습니다. 그들이 내민 부끄러운 손을 누군가 잡아주어야만 이들의 가난은 희망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가난의 반대말은 희망입니다.”


두 딸의 공개입양, 해외 봉사활동 등을 통해 대중에게 ‘천사표’로 인식되고 있는 데 대한 신애라·차인표씨 부부의 부담감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솔직히 없다고 할 수는 없지요. 가장 큰 부담은 역시 아이들이에요. 입양을 계기로 해서 세 아이들이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 앞에 너무 많이 노출된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늘 가지고 있거든요. 우리 부부가 하고 있는 일이 때론 너무 과장되기도 하고, 오해를 받아 속상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솔직히 남의 시선엔 그리 신경 쓰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보다는 우리 자신의 평가가 더 중요하니까요.” 


요즘 신애라·차인표씨 부부가 관심을 쏟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아이들의 창의력과 인성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이다. 과연 지금 한국 사회가 엄마와 아이에게 행복한 사회인가에 대해 신애라씨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온갖 사교육에 내몰리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이건 아닌데”란 회의감이 어쩔 수 없이 들곤 한다는 것이다. 


“요즘 들어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경제위기가 화두잖아요. 하지만 저는 더 큰 위기가 있다고 봐요. 바로 아이들이지요. 지금 한국땅에서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 중 선진국의 리더로서 제 몫을 해낼 수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요. 우리는 과연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고 있는 것일까요. 자기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갖기보다는 부모가 시키는 대로 공부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인 것 같아요. 창조력을 갖지 못한 사회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요.”


신애라씨는 자신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청담동에 새로운 개념의 어린이 놀이교육시설을 세운 그는 준비 과정에서 그동안 교육에 대해 몰랐던 게 정말 많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좀 더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고 말했다. “제가 생각하는 행복한 사회는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예요. 가난한 사람들, 부모가 없는 보육원의 아이들, 심신장애를 가진 분들, 탈북자들, 이주노동자들이 숨어 있듯 지내지 않고 일반인들과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부터 편견 없이 키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어른들, 또 부모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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