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통신감청 전문 정보기관인 정부통신본부(GCHQ)가 지난 2009년 4월 런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과 대표단의 모든 전화,통신, 이메일 정보를 수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회의에는 이명박 당시 한국 대통령도 참석했다. GCHQ는 같은 해 9월 런던에서 개최된 G20 재무장관회의와 11월 트리나드에서 열린 영연방 정상회의 때에도 무차별적 감청,컴퓨터 해킹을 행했으며, GCHQ와 미국 국가안보국(NSA)간에 정보 수집 및 공유가 이뤄졌던 정황도 확인됐다.
가디언지는 에드워드 스노든으로부터 넘겨받은 NSA 기밀문서를 근거로 이같은 내용을 16일 추가폭로했다. NSA가 프리즘이란 프로그램을 이용해 미 국민들의 통신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한 사실을 폭로했던 가디언은 "추가로 폭로할 내용이 더 있다"고 예고한 바있다. 국제회의 때 참가국 정상 및 대표단들을 대상으로 한 스파이활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정부 문서로 구체적으로 입증되기는 매우 이례적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GCHQ는 2009년 1월 20일자 내부보고서에서 '(G20) 참가자들의 통신감청을 위한 획기적인 첩보능력'을 거론하면서 "정상회담과 관련된 정보를 적시에 확보해 충분히 활용할 수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약 3개월 후 런던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준비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데이비드 밀리밴드 당시 외교장관과의 만남이 예정돼있던 이언 로밴 GCHQ 국장에게 제출된 내부 브리핑용 보고서였다. 여기에서 '획기적인 첩보능력'은 NSA와 GCHQ가 프리즘을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영국의 해외정보기관인 MI6는 정상회의 기간동안 개설된 '위장'인터넷 카페를 이용해 참가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모두 가로챘는가하면 블랙베리 등 스파트폰의 보안코드를 뚫고 전화 내용과 이메일을 모니터했으며, 회의 기간동안 글루스터주 첼튼햄에 있는 GCHQ 중앙통제실에는 가로세로 15m짜리 초대형 스크린을 세워놓고 모든 참가자들이 주고받는 전화통화를 실시간으로 그래픽화하고 내용을 모니터링했다고 가디언은 폭로했다.이 작업에 전담분석가만 45명이 투입됐다는 것.
특히 미국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이 런던 땅에 발을 디딘 첫날부터 모든 통신을 가로채 고든 브라운 당시 영국 총리는 물론 호주,캐나다, 뉴질랜드 정상들과 정보를 공유했다고 가디언은 밝혔다. 러시아 대표단을 겨냥한 미국의 통신 감청작업은 요크셔주 북부 해로게이트에 있는 맨위스힐 영국 공군기지내 NSA 비밀기지에서 이뤄졌다. NSA는 이 기지에 수백명의 통신 전문가들을 배치해놓고 있으며, GCHQ와 밀접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가디언을 지적했다.
17일부터 북아일랜드에서 개최되는 주요8개국(G8)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나온 가디언의 추가 폭로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더욱 곤혹스런 상황에 놓이게 됐다.특히 양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통신정보수집에 대한 거센 항의와 해명을 요구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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