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브라질에서 그리스가 보인다

bluefox61 2013. 6. 19. 12:00

 브라질은 제2의 그리스가 되려는 것일까.
 20년내 최악의 시위사태에 직면한 브라질이 '유로존 위기의 진앙지' 그리스와 심상치않은 공통점을 나타내고 있다. 2001년 유로존 가입이후 승승장구하는 듯했던 그리스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치른지 4년만에 국가부도사태를 맞았던 것처럼, 브릭스(BRICS) 의 일원으로 잘나가던 브라질도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 후 극심한 경제적, 정치사회적 혼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애널리스트 호아오 아우구스토 데 카스트로 네베스는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향후 몇년간 브라질 정치권이 힘든 시기를 맞게 될 것"이라면서 "특히 (호황기에 성장한) 중산층의 요구가 증가하면서 이에 보다  부응해야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분석했다.

 


 브라질과 그리스는 경제,정치,사회적으로 많은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첫번째는 올림픽이다. 그리스는 2004년 올림픽 개최에만 최소 90억유로를 썼고, 폐막후 시설유지비로만 매년 1억유로를 투입했다. 결국, 올림픽을 통해 일등국가 반열에 올라서겠다는 그리스의 꿈은 물거품이 됐고, 오히려  공공부문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태에 직면했다. 브라질 역시 현재 개최중인 컨페더레이션컵을 포함해 월드컵과 올림픽을 위해 관련시설은 물론 인프라공사에 천문학적인 액수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올림픽 후 국제경제상황이 브라질 경제성장률을 떠받쳐줄 수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하게 된다면 브라질 역시 '올림픽의 저주'를 피하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브라질은 2000년대 초중반 글로벌 경제성장에 힘입어 낮은 이자율의 값싼 돈뭉치가 쏟아져들어오면서 호황에 취했다는 점에서도 그리스와 비슷하다. 이로 인해 형성된 주택버블이 최근 급속히 꺼지면서 개인디폴트(채무불이행)가 급증하고 소비자신뢰는 급락했다. 2010년 7.5%였던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이듬해 2.7%로 급락하더니 지난해에는 0.9%로 더 떨어졌다. 올 1분기 성장률은 이보다 더 낮은 전년대비 0.6%이다.지난 1∼4월 무역자자는 31억5000만달러를 기록해, 중앙은행이 수출입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59년내 최악을 나타냈다.
 이같은 상황은 '크레딧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 6일  브라질 경제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한데 이어, 18일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성장 둔화와 재정 악화가 악재로 작용해 브라질의 신용등급이 내년 초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브라질의 빈민촌 모습)


 그리스처럼 브라질 역시 극심한 빈부격차, 정치권의 뿌리깊은 부패 문제를 안고 있다. 브라질의 빈곤층은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의 거대한 빈민촌 '파벨라(포르투갈어로 '들꽃'이란 의미)'로 상징된다. 기득권층의 부패는 '경제정의'를 부르짓는 집권 '노동자당'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냐시우 룰라 다 실바 전 정부에서도 대통령 최측근들이 각종 뇌물 스캔들에 연루돼 국민들의 기성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부채질했다.
 물론, 아직 기회는 있다. 우선 브라질은 엄청난 자원대국이다. 지우마 호세프 정부도 급속히 빠져나가는 해외자금을 지키기 위해 최근 두차례나 금리를 인상했고 금융거래세의 일종인 토빈세를 전격 폐지하는 등 경제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금리 인상때문에 정작 소시민들은 가계부채에 더 짓누리게 됐다는 불만이 높다. 2014년 재선 승리를 위해 갈길이 바쁜 호세프 대통령으로서는 첩첩산중의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