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센 제국의 영화가 부활한다.
1945년 연합군의 폭격과 1950년 동독 공산정권에 의해 파괴돼 자취도 없이 사라졌던 독일 베를린의 프로이센 황궁(베를린 슈타트슐로스)을 복원하는 대규모 공사가 논란 끝에 드디어 본격화된다. 요하임 가우크 대통령은 지난 12일 첫 주춧돌을 놓는 행사에 직접 참여해 황궁 복원공사가 무사히 끝날 수있도록 기원했다. 지난해 6월부터 기초를 다지는 작업을 해온지 약 1년만에 드디어 황궁을 세우는 지상공사가 시작된 것이다. 완공 시기는 오는 2018년이다.
프로이센 황궁은 1443년부터 지어지기 시작해 1451년 1차 완공됐고, 18세기 중엽쯤 최종적으로 완성됐다. 당초에는 브란덴부르크 제후의 거처였다가, 1871년 독일 통일 이후부터 1918년까지 프로이센 황제의 궁으로 사용됐다. 프로이센 제국이 무너진 이후 바이바르 공화국과 나치 체제 하에서는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황궁의 본격적인 수난은 2차세계대전 발발과 함께 시작됐다. 특히 1945년 연합군 폭격기가 베를린에 폭격을 퍼부으면서 황궁도 상당부분 파괴됐다. 하지만 정작 황궁을 철거한 것은 독일 국민들이었다. 전후 동독 공산정부가 황궁을 '프로이센 군군주의의 상징'으로 맹비난하면서, 1950년 9월부터 약 한달간 다이나마이트와 곡괭이,망치 등을 동원해 완전히 부숴버린 것. 서독 정부와 국제사회의 비난도 소용없었다. 황궁 자리에는 대신 동독 국회의사당인 '공화국 궁전'이 세워졌다.
<19세기 회화 속의 베를린 황궁 모습>
<1900년 쯤의 흑백사진>
<동독 공산정권이 황궁을 철거하고 세운 공화국 궁전>
<통일후 다시 철거...>
<복원 공사 부지에 세워진 현수막>
베를린 황궁을 복원하자는 목소리는 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와 이듬해 동서독 통일 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2001년 역사학자, 일반시민들을 중심으로 황궁복원 캠페인인 '슈타트슐로스 베를린 이니셔티브'가 시작됐고, 연방정부와 베를린 시정부으로부터 복원 프로젝트의 공식승인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2006부터 2년에 걸쳐 '공화국 궁전'이 철거됐으며, 2011년에는 의회가 총 4억7800만 유로 규모의 펀드를 승인하면서 복원 프로젝트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복원되는 황궁은 원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현대적인 스타일이 가미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08년 국제공모를 거쳐 이탈리아 건축가 프랑코 스텔라의 디자인이 확정된 상태이다. 스텔라는 황궁의 3개 면은 오리지널의 바로크 스타일로 복원하돼, 슈프리 강쪽을 바라보는 나머지 한면은 콘크리트와 유리를 사용해 현대적인 감각을 담아낼 계획이다.
복원된 황궁은 유럽의 인기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는 베를린의 새로운 볼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3월 베를린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베를린 관광객 숫자는 지난 20년만에 3배로 늘었다. 베를린시가 관광으로 일으킨 총 매출은 103억1000만 유로(2011년 기준). 2년전에 비해 14.7% 증가했고, 10년 전에 비해서는 두 배로 불어났다.
하지만 황궁 복원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독일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돈이다. 의회가 승인한 공사비는 4억7800만 유로로, 전액 연방정부 부담이다. 여기에 베를린 시정부도 3200만 유로를 별도로 내놓기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종적으로 5억9000만 유로(약90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나마도 보수적으로 계산해서이다. 모자라는 돈은 개인 기부금으로 충당해야하는데, 현재까지 들어온 개인 기부금은 1000만 유로에 불과하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최근 기사에서 프로이센 황궁복원 프로젝트가 함부르크의 엘베 필하모닉 센터와 베를린 신공항 건축프로젝트에 뒤이어 또하나의 재앙이 될 것이란 부정적인 견해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1억1400만유로를 들여 2010년 문을 열 예정이었던 엘베 필하모닉 센터 신축공사는 완공시기가 2017년으로 미뤄진데다가 공사비도 7억8000만 유로로 치솟았다. 2010년 개항할 예정이었던 베를린 신공항은 4차례나 연기한 끝에 오는 10월쯤에야 부분개항할 계획이며, 공사비도 24억 유로에서 43억 유로로 불어났다.
황궁 복원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공화국 궁전'도 독일의 한 시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철거하기보다 그대로 보존하는 편이 옳았다는 것이다. 공화국 궁전은 이미 철거되고 없지만, 시작부터 반대론이 상당했던만큼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된 현재까지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슈피겔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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