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메르켈, 총선서 대승...대연정은 불가피

bluefox61 2013. 9. 23. 12:00

 앙겔라 메르켈(59) 독일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민(CDU)·기사(CSU) 연합이 22일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현지 dpa통신은 23일  최종 공식개표결과를 인용해  집권 CDU·CSU가  41.5%를 득표해 승리를 거뒀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득표율은 지난 2009년 총선 득표율(33.8%)보다 7.7% 포인트 높은 것으로, 지난 1990년 동서독 통일 이후 최대 득표율이다. 3선에 성공한 메르켈 총리는 오는 2017년까지 총 12년간의 집권 기록을 세우게 됐다. 이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세운 유럽 여성총리 최장수 기록(11년)을 뛰어넘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베를린 당사에서 연설을 통해 "굉장한(super) 결과"라면서 "내일은 다시 일해야겠지만 오늘은 승리를 즐기자"고 말했다. 또 " 독일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유권자들에게 약속했다.

 

 

 

 


 제1 야당인 사민당(SPD)는 25.7%를 득표했으며, 좌파당은 8.6% ,녹색당은 8.4%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권 연정의 파트너였던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FDP)은 의회진출 기준선인 5%에 못미치는 4.8%에 머물러, 창당 67년만에 처음으로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보수 성향의 반유로 신생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도 4.7%에 머물러 의회진출에 성공하지 못했다.
 공영방송 ZDF,ARD 등 현지 언론들은 CDU·CSU가 연방하원에서 약 301석을 차지해 과반에 근소하게 못미치는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일제히 예상했다. AP통신은 보수연합 의석수는 311석으로 예상하면서, 총 630석 의석에서 과반에 조금 못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콘라드 아데나워 정부때인 1957년 총선 이후 55년만에 처음으로 보수연합의 단독 정부 구성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최종 개표결과 과반 의석 확보에는 실패함으로써 새 정부를 출범시키기 위해서는 야당인 SPD 또는 녹색당과 불가피하게 손을 잡아야한다. 메르켈 총리 체제 하에서 보수-진보 대연정이 출범하기는 지난 2005년 1기 정부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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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과 1년전만 하더라도 앙겔라 메르켈(59) 독일 총리가 이끄는 보수연합이 이번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리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남유럽 위기 여파로 독일의 각종 경제수치가 하락하면서,집권연정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지방선거에서 연전연패를 이어나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독일 경제가 서서히 회복되자 유권자들이 돌아오기 시작했고, 그 결과는 1990년 동서독 통일 이후 기민(CDU)·기사(CSU) 연합의 최대 승리로 이어졌다. 
 2005년, 2009년 총선에 이어 세번째 총선에서도 승리하면서 12년 집권 기록을 세우게 된 메르켈 총리는 유난히 별명이 많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에 빚댄 '게르만의 철의 여인'과 독일의 전설적 총리 오토 폰 비스마르크와 비교한 ' 뉴(new) 비스마르크'이다. 독일 국민들에겐  '무티(독일어로 '엄마'란 의미)'란 애칭으로 불리지만, 그리스 등 남유럽 구제금융 국가 국민들에게는 고집불통이란 의미에서 '프라우 나인(독일어로 '아니요 부인'이란 의미)'으로 알려져 있다. 

 

 <앙겔라 메르켈 주요 연표>
 1954년 7월 17일 함부르크에서 출생(아버지는 호르스트 카스너 목사). 부모와 동독 브란덴부르크로 이주
 1973∼1977년     라이프치히대에서 물리학 전공( 석사학위 취득)
 1977년                물리학자 울리히 메르켈과 결혼(1982년 이혼)
 1978∼1990년      베르린 과학아카데미 산하 물리화학연구소 근무
 1986년                물리학 박사학위 취득
 1989년                '민주개혁(DA)'당 입당
 1990년                민선 로타 드 메지에르 정권 부대변인. 기민당(CDU)입당
 1991년                헬무트 콜 정부 여성청소년부 장관
 1994년                환경부 장관
 1998년                요하임 자우어 훔볼트대 교수와 재혼
 2000년                기민당 당수 취임
 2005년∼현재      총리 

 


 메르켈을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여성정치인'으로 만든 비결은 '원칙의 리더십''기다림의 리더십'이다. 슈피겔은 22일 총선 결과를 분석하면서 "유럽 경제의 불확실성, 중동의 불안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안정된 손(정책)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메르켈보다 더 잘알고 있는 독일 정치인은 없다"고 분석했다. 즉, 위기와 혼란 속에서도 원칙을 고수하면서 차분함을 잃지 않는 메르켈의 리더십에 유권자들이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실험실에서 청춘을 보낸 물리학자 출신답게 메르켈은 정책 입안과 수행에 있어 체계적, 분석적, 단계적인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유로존 위기극복을 위한 단기 또는 즉효 처방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력에 맞서 그는 '개혁없이 지원없다''속도보다는 질'을 고수해 숱한 공격과 뭇매를 맞기도 했다. 지난 8년의 집권기간동안 '깜짝쇼'나 화려한 정치이벤트를 벌인 적도 거의 없다. 지나치게 조심스럽고,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비판 역시 적지 않다. CNN은 22일 메르켈 리더십의 비결을 분석하면서 " 정치인의 지루한 스타일은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단점이 될 수있지만 독일 국민성과는 잘 들어맞는다"고 지적했다.
 그런가하면, 메르켈은 야당의 아젠다를 과감하게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감성도 가지고 있다. 지난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이후 독일내 원자력 발전소 폐기, 징병제 폐지, 가정복지 강화, 양성 평등정책 등 사민당(SPD)와 녹색당의 주장을 전격 수용하는 실용주의적인 접근방식이 유권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 이번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3선 성공으로 날개를 단 메르켈은 선거기간동안 미뤄놓았던 독일 사회 및 경제구조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민당과 대연정이 성사될 경우, 긴축 보다는 성장 쪽에 무게를 더 기울일 가능성이 있다. 유럽 정책에서는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방안인 재정연합(Fiscal Union), 은행연합(Banking Union)  구성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은 메르켈의 승리에 못마땅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지만, 3차 그리스 구제금융이 신속히 집행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