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달 말 유엔 총회 연설에서 경제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포르도 지하 핵시설의 폐기를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16일 인터넷판 기사에서, 이란 핵문제에 정통한 익명의 정보원을 인용해 로하니 대통령이 국제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핵시설 중 하나인 포르도 핵시설의 가동중단, 해체 및 국제기구 모니터링 허용 등을 골자로 한 파격적인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르도 핵시설은 나탄즈에 뒤이은 이란내 두 번째 우라늄 농축시설로,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160㎞ 떨어진 군사기지 지하 76m에 위치하고 있어서 이른바 벙커버스터 폭탄으로도 파괴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전문가들은 포르도 핵시설에 최소 약 700개, 최대 약 2800개의 원심분리기가 설치돼있으며, 이곳에서 20% 농축 우라늄이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슈피겔에 따르면,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오는 22일 미국 뉴욕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독일(P5+1) 대표인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만나 포르도 핵시설과 관련된 구체적인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16일 테헤란뉴스에 따르면, 자리프 장관은 하루전 레바논 알마야딘 TV와 인터뷰에서 "평화적 목적의 이란 핵 프로그램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신뢰 구축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원자력기구 대표 역시 16일 오스트리아 빈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기자들과 만나 "핵문제 해결을 위해 IAEA와의 협력을 더욱 증진하겠다는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왔다" 말했다.
지난 8월 취임한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이 지닌 (평화적인 핵개발) 권리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란 기존의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머지않아 열릴 핵 협상에서 양 측의 우려가 해소돼 결국 모두 윈윈(win-win)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국제사회에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슈피겔은 로하니 대통령이 취임후 국내 경제상황의 심각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게 되면서, 핵협상에 박차를 가하게 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1979년 테헤란 미국대사관 점령사건 이후 34년동안 단절됐던 이란과 미국간의 외교관계가 재개되는 방향으로 진전될 수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1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ABC TV와 인터뷰에서 최근 로하니 대통령과 편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영국 가디언은 유엔 총회 기간동안 오바마와 로하니의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슈피겔은 이란의 일부 핵시설 포기선언을 과연 국제사회가 수용할지가 미지수인데다가 모니터링 방법,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동의 여부 등 앞으로 해결되어야할 난제가 산적해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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