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들

나치 금괴를 찾아라

bluefox61 2013. 9. 26. 15:19

 알프스 산자락의 조용한 독일 시골마을이 '보물 찾기'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아돌프 히틀러가 1945년 패전 직전에 이곳에 은닉해놓았다고 알려진 막대한 규모의 금괴를 찾기 위한 발굴 작업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언론들은 '나치 황금 사냥'이란 제목으로 발굴작업을 연일 보도하고 있으며, 영국 등 해외언론들도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주민들은 "그동안 소문은 무성했지만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라면서, 이번에는 정말 금괴가 쏟아지는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최근 보도했다.

 


 전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마을은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의 미텐발트. 오스트리아 국경과 가까운 산골 마을로, 산과 숲이 어우러져 그림같은 풍경을 자랑하고 있는 곳이다. 슈피겔에 의하면, 이달 초부터 미텐발트에서는 아스팔트를 깨고 땅을 파헤치는 기계 소음이 이어지고 있다. 네덜란드의 영화연출자 겸 음악가인 레온 기센과 현지 아마추어 사학자들이 지방정부의 정식 허가를 받아 마을 곳곳에서 금괴 발굴 작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현재까지 세 곳을 파헤쳤으나, 금괴가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기센 측은 금속탐지기 조사 결과 한 곳에서 땅 속에 금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2차세계대전 종전 직후 독일 남부의 한 동굴에서 연합군이 회수한 나치 금괴를 살펴보고 있는 아이젠하워(오른쪽 가운데) 사령관>

 

 독일에서 '나치 보물찾기' 소동이 벌어진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히틀러는 물론 하인리히 히믈러, 헤르만 괴링 등 나치정권 권력자들은 2차세계대전 중 유럽 곳곳에서 엄청난 재물을 끌어모았으며, 이들이 은닉한 미술품과 귀금속 대부분이 연합군에 의해 회수되기는 했지만 상당 부분은 지금까지도 종적이 묘연한 상태이다.지난 1986년 동독 정부는 동베를린 인근 호수 밑바닥에 숨겨져 있다는 나치 금괴를 찾기위해 정보기관인 슈타지 조직까지 동원했을 정도이다. 다하우 유대인강제수용소 인근에 나치가 엄청난 양의 금을 숨겼다는 설도 있다. 

 기센이 미텐발트를 나치 금괴 은닉 장소로 확신하고 있는 근거는 엉뚱하게도 한 장의 악보이다. 이 악보는 히틀러의 마지막 개인비서였던 마틴 보어만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전후 여러 사람을 거쳐 네덜란드의 저널리스트 겸 작가인 칼 카메르 카테의 손에 들어갔다. 그가 이 악보에 주목한 것은 뜻을 알 수없는 글귀들과 기호, 도표들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급히 갈겨 쓴 것같은 글귀는 '매튜가 현을 뜯을 대목''춤을 끝낼 곳' 등이었다. 카테는 악보에 대한 주변조사를 했고, 보어만이 이 악보를 뮌헨에 있는 누군가에 전달하려다가 전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실패했다는 정보를 얻었다.

 

 보물사냥꾼들 사이에서는 히틀러가 패전 직전에 제3제국은행의 금괴와 개인 소유 보석들을 친 나치 지역인 남부 바이에른 모처로 보내 숨겼다는 설이 오래전부터 파다했다. 카테는 악보에 적힌 글귀와 기호들이 금괴가 묻힌 장소를 가르키는 암호일 것으로 짐작했지만 비밀을 풀어내는데는 실패했고, 결국 지난해 말쯤 인터넷에 악보를 공개해 다른  전문가들에게 SOS 신호를 보냈다.

 

                             <히틀러와 함께 한 보어만(왼쪽)>

 

 기센은 가테가 풀지 못했던 이 악보의 암호를 자신이 해독해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글귀 속의 '매튜'는 독일의 저명한 바이올린 제조 장인 마티아스 클로츠를 가르키는 말이며, '춤을 끝낼 곳'은 마티아스 클로츠의 고향 미텐발트에 있는 철로 완충장치 설치지점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센의 발굴 작업은 철로 완충장치가 있었던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오래전부터 나치 보물에 관심을 가져온 기센은 클라우드펀딩으로 발굴 비용을 마련했으며, 전 과정을 영화로 제작 중이다. 

 물론 냉소적인 시선도 많다. 일부 주민들은 기센이 금속탐지기로 찾아냈다는 땅 속의 금속 신호에 대해  "도로 공사를 하다가 그냥 땅에 묻어버린 맨 홀 뚜껑이 아니냐"는 비웃고 있지만, 전후 70여년동안 이어져온 '나치 보물'의  전설이 21세기 미텐발트에서 되살아나고 있다고 슈피겔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