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의 소장품을 위협하는 것은 화재나 전쟁,지진 만이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우와 홍수로로부터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이 전세계 박물관들의 중대한 과제가 되고 있다.
최근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 파리 센강의 범람으로부터 소장품을 지키기 위해 북부지역에 최첨단 수장고를 건설해 수십만점을 옮기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다른 국가에서도 박물관 홍수 대비책을 서둘러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장고가 완공되면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규모 예술품 이사작전이 펼쳐지게 될 전망이다. 보도채널 프랑스24 등 현지언론들은 루브르 박물관의 약 90%에 이르는 46만점이 새로운 수장고로 옮겨지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는 약 3만 5000점의 전시 작품들만 남게 되는 셈이다.
<루브르 랑스 분관>
새 수장고가 세워질 곳은 프랑스 북부의 쇠락한 광업도시 랑스. 지난해 말 제2의 루브르로 불리는 분관이 개관한 후 예술도시로서 새롭게 도약한 곳이다. 이곳에 수장고를 만들어, 파리 루브르 소장품을 아예 통째로 옮기자는 것이 문화부와 루브르 박물관의 계획이다.
센 강변에 위치한 루브르 박물관을 시급히 옮겨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 2002년부터 제기됐다. 당시 파리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지하 수장고에 있는 소장품들이 몽땅 물에 잠길 위험에 처하게 된 것.당시 박물관 관계자와 문화계에서는 1910년 센 강이 범람할 뻔했던 악몽을 떠올리며 불안에 떨었다. 2003년 루브르, 퐁피두, 오르세이 미술관 등은 실제로 일부 소장품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까지 했다. 파리 지역에서는 평균 100년에 한번꼴로 폭우로 인한 홍수가 발생한다는 통계가 있지만, 기상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홍수가 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1966년 피렌체 대홍수>
<2002년 엘베강 범람 당시의 드레스덴 츠빙거 궁>
홍수로 인해 가장 큰 문화재 피해를 입은 곳은 이탈리아 피렌체이다. 1966년 폭우로 아르노 강이 범람하면서 도시 전체가 물에 잠겨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품, 고서 등이 소실되거나 손상을 입었다. 특히 국립도서관 경우 돈으로 가치를 따질 수없는 고서, 고문서를 포함해 소장도서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당시 시민들이 도서관으로 몰려와 물에 젖은 책들을 일일이 펴 햇볕에 말리고 진흙을 닦아냈던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특히 산조반니 성당의 청동문은 물에 잠겨 부식되는 바람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가, 2012년에야 복원돼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도 했다. 2002년에는 유럽 중부지방을 강타한 폭우로 엘베 강과 다뉴브 강이 넘치면서 드레스덴 츠빙거궁의 소장품들이 소실 위기에 처한 적도 있다.
프랑스 문화계에서는 과연 랑스 루브르 분관의 수장고 건설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지난 2009년에도 프레데릭 미테랑 당시 문화장관이 파리 북서쪽 세르지-퐁투아에 초대형 문화재 수장고를 만들어 루브르, 오르세이 등의 소장품을 옮기는 계획을 발표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예산 부족 문제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프랑스 언론들은 랑스에 최첨단 수장고를 세우는데 최소 6000만유로(약874억원)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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