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 로마에서 수백명을 동굴 속에 몰아넣고 학살한 나치전범의 시신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11일 로마에서 사망한 에리히 프리프케의 장례식이 15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시위대에 부딛혀 결국 무산됐다.
갈곳없는 전범의 시신은 16일 현재 로마 공항에 있는 상태이다. 이탈리아정부가 독일에 '시신을 가져가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과연 독일이 오케이를 할지는 미지수이다.
여기서 , 관심이 가는 것은 나치 전범의 장례식을 치러주겠다고 나선 '성비오 10세회'란 가톨릭 교단이다.
천인공로할 전범도 , 한 인간으로서 마지막에는 용서하고 안식을 기원해줘야한다는 이유에서 나선 것일까?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교황 프란치스코가 '로마 관구내 어떤 가톨릭교회도 프리프케의 장례식을 치르지 말라'고 내린 명령을 정면에서 거부하고
장례식을 강행하려했던 성비오 10세회는 과연 어떤 곳일까?
이들은 왜 이러는걸까?
진보적인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는 교황 프란치스코에 대한 가톨릭 교회 내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이번 소동을 통해 알아볼 수있다.
*'진보파' 교황 프란체스코에 반기 드는 가톨릭 극단 보수파 '성 비오 10세회" 는 어떤 곳인가.
성비오 10세회는 로마 가톨릭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개혁에 반발한 프랑스 가톨릭 교회의 마르셀 르페브르 대주교에 의해 1970년 창설된 가톨릭 계열의 수도회이다. 성 비오 10세회 본부는 스위스에 있으며, 유럽·미국·호주 등에 6개의 신학교가 있다. 2010년 기준 사제가 35개국에 551명, 수도자가 19개국에 104명, 수녀가 20개국에 174명이 있다.
미사 전례에 있어 라틴어로 된 트라이덴틴 전례만 사용하며 각 국가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거부한다. 요한 바오로 2세, 베네딕토 16세 등 최근 교황들이 추진해온 '종교간의 대화'도 "하느님이 과연 자신의 아들을 못박고 삼위일체를 거부하는 유대인과 함께 한다는 생각을 기뻐하시겠는가"라고 비판하면서 반 유대주의를 역설하고 있다.
1988년 로마 교황청의 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주교 4명을 임명하여 자동처벌의 파문에 해당되어 로마 가톨릭과 분리되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들의 행동은 교회분리의 파문에 해당하는 것으로 간주하였다. 그러나 비오10세회는 별도의 독립 교회를 주장하고 있지는 않고, 또한 로마 가톨릭과의 분리를 주장하고 있지 않다. 로마 가톨릭과 친교를 회복하기 위한 대화는 계속되고 있다. 2005년 9월 1일 비오 10세회를 이끌고 있는 주교 베르나르드 펠라이는 교황 베네딕도 16세를 방문하여 트라이덴틴 라틴 양식의 미사를 전 가톨릭 사제가 드릴 수 있도록 허용을 요청했고, 결국 2009년 파문이 취소됐다.
비오10세회에 속하였던 사제들 일부와 수도회는 프랑스 극우전선에 대한 지원, 남녀 차별, 바티칸 공의회 부정 등으로 차츰 극우 성향을 띠게 된 비오10세회와 단절하고 로마 가톨릭으로 복귀를 선언하기도 하였다.독자적으로 관구체계와 신학교를 보유하고 있으며, 스위스에 위치한 에콘 신학교에서 사제를 배출한다.
한국에는 아시아관구 소속 한국성당이 종로구 충신동에 위치하고 있다. 현재까지 성 비오 10세회 소속 한국인 사제는 없으며, 일본인 사제가 한국성당의 주임을 맡고 있다. 일반 성당과는 달리 한 달에 1~2주 정도에만 라틴어 미사가 있다.한국에서 트리엔트 미사를 주관하는 카페인 '전통 라틴 전례회'에서는 이 성 비오 10세회를 굉장히 껄끄러워하는데, 가톨릭의 옛 전통을 보전하려고 모인 사람들을 분리주의자처럼 보이게 하는 데 일등공신(...)이 되게 한 집단이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이 카페는 성 비오 10세회를 거부하며 연결을 피하고 있다.
교단의 최고지도자인 '총장상'인 버나드 필레 주교는 지난 2011년 한국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다음은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하고 있다. 동성애자, 무신론자도 포용하려는 교황 프란치스코와의 정면 대립이 짐작되는 부분이다.
- 가톨릭 교회 주류는 여전히 성 비오 10세회를 ‘가톨릭에서 쪼개져 나간 르페브르파’라고 부른다.
“우리는 교회 분리자가 아니며, 교회 역시 공식적으로 교회에서 떨어져 나갔다고 선언한 적이 없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동의하지 않는 점들이 있을 뿐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회를 파괴시키는 이단이 교회 안에 전면적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교회에 불가지론과 비도덕주의가 접근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현재의 교황은 선출 직전에 ‘가톨릭 교회는 침몰하는 배와 같다’고 했다.”
- 성 비오 10세회처럼 2차 공의회 이후 교황청의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톨릭 근본주의’ 혹은 ‘가톨릭 체제 완전 수호주의’라고 부른다. “공식 용어가 아니라 언론이 사용한 말이다. 여기에는 ‘극단주의’라는 의미가 들어있다. 우리는 대신 ‘전통을 지키려는 사람들’이라고 스스로 규정한다. 우리는 성체(聖體)에 예수께서 피와 살로 실존하는 것을 믿는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사제들이 더 이상 이를 믿지 않는다. 교회는 교회의 교리 가운데 하나라도 부인한다면 파문돼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에 예외는 없다. 부활에 대해서도 그렇다. 갈수록 더 많은 신자들이, 아마도 60% 정도가 더 이상 성서 그대로의 부활을 믿지 않는다. 성 비오 10세회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미사뿐 아니라 교회 내 신앙 교리와 이상, 어쩌면 세상 자체다.”
- 전통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기 마련이다. 왜 전통 라틴 전례를 고집하나.
“천주교의 전례 가운데서도 라틴 전례는 가장 중요하다. 바티칸 공의회 이후 1969년에 전례 개혁을 하기까지 로마 가톨릭 교회의 전례에는 히브리어, 그리스어, 라틴어 등 성스러운 언어 중 하나가 사용됐다. 예수도 보통 사람들의 언어인 ‘아람어’가 아닌 고대 히브리어로 전례를 했다. 미사의 교육적 부분을 제외하면 천주께 봉헌하는 부분(희생제사)은 성스러운 언어로 봉헌할 때 더욱 성스러워진다.”
- 가톨릭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나.
“천주교의 교리는 하나다.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는게 우리의 입장이다. 천주교 신자라면 누구나 사도신경에 따라 신앙을 고백해야 한다.”
- 다른 종교에도 진리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나.
“인간으로서 함께 평화롭게 사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다. 하지만 모든 종교를 하나로 녹이는 것은 잘못이다. 그렇게 될 수도 없다. 종교 혼합이 미래의 종교라고 가정하는 것 역시 잘못이다. 그건 결국 신앙을 파괴한다.”
- 성 비오 10세회는 교황이 이탈리아 아시시에서 세계의 각 종교 지도자들을 초청해 개최하는 ‘세계 평화 기도의 날’ 행사를 ‘끔찍한 신성모독’ ‘전대미문의 스캔들’ ‘창과 검을 써서 예루살렘으로 진격해 들어간 고드프루아 드 부용(1차 십자군전쟁 지도자)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난한다. 서로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평화를 선언하고 기도하는 것이 왜 문제인가.
“교회는 천주로부터 왔으며 천주만이 인간에게 영원한 행복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아시시 행사는 다른 종교의 신앙도 좋은 것일 수 있으며, 가톨릭 신앙만 참 신앙인 것은 아니라고 오해하도록 이끌 수 있다. 여러 종교를 가진 인간이 만나 평화와 자선에 대해 말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서로 다른 신에 대해 어떻게 함께 기도한다는 것인가. 그게 실제로 가능하다고 보나. 많은 사람들이 그런 혼란 때문에 신앙을 잃는다.”
- 프랑스의 테제 공동체처럼 정교회·개신교·성공회·천주교 등의 다양한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함께 생활하는 초교파 공동체들도 생겨났다. ‘그리스도 안에 거듭난 형제’라는 대전제에 동의하면 함께 간다는 것이다. 성 비오 10세회는 반대로 교리의 문구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다. 그런 길로 간다면 당신은 정상에 오를 수 없다. 되어야 할 바대로 될 수 없다. 공식적으로 교황님이 가르치는 이것이 천주교의 진리다. 자신의 양심으로 믿어야 한다. 도그마는 대부분 ‘누구든지 이것을 믿지 않는 사람은 천주교 신자가 아니다’라는 부정문으로 표현된다. 진리 속에 하나가 아니라면 그것은 어정쩡한 타협(halfway)일 뿐이다. 그리고 예수는 어정쩡한 타협 그 이상인 분이다. 그것이 우리의 방식이다.”
- 교회에 필요한 것은 전통을 고수하고 다른 종교를 배격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주지 못하는 것을 찾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을 붙잡는 것 아닐까.
“젊은이들은 항상 이상이 필요하다.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면 그들은 떠난다. 해결책도 간단하다. 그들에게 가톨릭의 이상을 보여주면 된다. 성직자들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선 안 된다. 나는 오히려 교회의 권력자들이 세상의 방식으로 세상 사람들의 마음에 들려고 시도하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떠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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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전범 시신이 최후의 안식처를 찾지 못한채 떠도는 신세가 됐다. 안사통신 등 이탈리아 언론들은 15일 가톨릭 극단보수교단인 성비오10세회 주최로 열리려던 나치 전범 에리히 프리프케의 장례식이 시위에 부딛혀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로마의 성비오10세회 수도원에서 장례식이 시작되자마자 500여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어와 '살인자''처형자'등의 구호를 외치며 장례식을 중단시켰다고 전했다.
나치 SS친위대 군인이었던 프리프케는 1944년 로마에서 주민 335명을 동굴에 몰아넣고 학살한 장본인. 전후 아르헨티나로 건너가 신분을 위장해 교사로 활동하다가 1994년 체포돼 이탈리아로 압송됐다. 1998년 종신형을 받았으나 고령을 이유로 가택연금 상태로 살다가 지난 11일 100세로 사망했다. 평생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인정하지 않고 사과 한마디없었던 그는 이탈리아 국민들이 낸 혈세로 로마 중심가의 한 쾌적한 아파트에서 꽃을 키우고 외출도 하면서 웬만한 연금생활자보다 편안한 노년을 보냈다.
<프리프케가 살았던 로마 중심가의 한 아파트. 변호사 소유의 집으로, 아파트 건물의 맨 꼭대기 층에서 살았다>
<가택연금이지만 간단한 쇼핑도 직접하고, 저녁에 친지들을 만나 외식도 했다고 한다>
성비오10세회가 프리프케의 장례식을 다시 치를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교단의 돈 플로리아노 아브라하모비치 신부는 현지 라디오방송과 인터뷰에서 "프리프케는 신실한 군인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성비오10세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개혁에 반발해 창설됐으며, 라틴어 미사만을 고수하는 등 극단적 보수성향의 수도회이다. 성비오10세회는 "전범 프리프케의 장례식을 로마 내 어떤 가톨릭 교회에서도 열지말라"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명령을 정면으로 무시, 장례식을 강행했다가 이번 시위를 자초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프케 시신이 어떻게 처리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프리프케는 아르헨티나에 있는 부인의 묘 옆에 묻히고 싶어했지만 아르헨티나 외교부는 "인류의 존엄에 대한 모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했다. 독일도 시신인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유대인 인권단체 시몬비젠탈센터는 "프리프케 같은 나치 전범의 장례식이 신나치 집회가 되지 않도록 막을 수있는 국가는 독일뿐"이라면서 "프리프케의 시신을 독일로 보내 소각처리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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