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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자전거 고가도로를... 노먼 포스터의 '스카이사이클'프로젝트

bluefox61 2014. 1. 17. 07:25

건물 3층 높이에서 지붕들을 내려다보며 자전거를 타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영화 'ET'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영국의 거장 건축가가 나섰다. 
 

가디언, BBC 등은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노먼 포스터(78) 가 '스카이사이클(SkyCycle)'이란 야심찬 프로젝트를 내놓아 전 세계 자전거 애호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아직은 '제안' 단계이지만,갈수록 악화되는 교통난에 골치를 앓고 있는 런던 교통 당국이 이 프로젝트에 호의적인 자세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스카이사이클'이 실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스카이사이클'은 한마디로 '자전거 전용 고가도로'이다. 런던 외곽의 인구 밀집지대와 시내 도심을 연결하는 철로들을 따라 약 10개 구간에 놓이며, 총 길이는 221km이다. 209개의 출입 지점이 있고, 런던 외곽에서 출발해  시속 약 15km 속도로 달릴 경우 30분 이내에 시내 중심가에 도착할 수있다는 것이 포스터의 주장이다. 


구간 별 수용인원은 시간 당 약 1만 2000명. 포스터를 비롯한 개발팀이 '스카이사이클'아이디어를 처음 얻은 것은 약 2년 전으로, 런던 교통 당국의 지지 속에 개발작업이 진행된 결과 전체적인 윤곽이 최근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스카이사이클'이 현실화될 경우 교통난,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오염, 자전거와 자동차 충돌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이 시민들의 자전거 이용을 촉진하는 다양한 정책을 취한 결과, 지난 10년간 런던의 자전거 인구는 이 전에 비해 약 70% 증가했다. 하지만 자동차와 충돌해 목숨을 잃는 자전거 이용자들이 늘어나 새로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자전거 광으로 잘 알려진 포스터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가 열렬히 사랑하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자전거"라면서 "사람이 안전하게 걸어 다니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시야말로 진정 쾌적한 도시"라고 말했다. 


그는 "런던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새로운 자전거 세대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도로 상의 자전거 안전 강화 노력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철도, 자동차 도로 건설에 들어가는 막대한 정부 예산의 일부를 다른 방향으로 돌리자는 것"이라고 '스카이사이클'의 개발이유를 설명했다.



문제는 막대한 건설비용이다. 포스터 측은 1차 구간을 건설하는 비용으로 약 2억2000만 파운드를 예상하고 있다. 런던의 자전거 관련 단체들은 '스카이사이클'에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비가 많이 내리고 강풍이 잦은 런던 기후조건에서 안전성이 우선적으로 확보돼야 한다는 반응을 나타냈다고 데일리메일 등이 전했다.
 

자전거 전용 고가도로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89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패서디나와 로스앤젤레스를 연결하는 총 14km 길이의'사이클웨이' 건설계획이 추진됐다가, 자동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흐지부지된 적이 있다. 미국 시카고, 캐나다 토론토, 호주 시드니에서도 비슷한 계획이 논의된 적이 있다.


<일부 구간 만 건설됐다가 흐지부지된 캘리포니아주의 사이클웨이>


하지만 이번 런던 프로젝트 경우, 거장 건축가 포스터가 총대를 메고 나섰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남다르다. 포스터는 독일 베를린 국회의사당의 유리 돔, 런던 시내의 총알모양 유리건물 '거킨 빌딩', 옆으로 기운 달걀 모양의 '런던 시청' 등 수많은 건축물을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하다. 1999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평가받는 프리츠커 상을 수상했으며, 같은 해 기사 작위를 받아 '노먼 경'으로 불리고 있다.